[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50홈런-50도루 대기록에 도전 중인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에게 모든 포커스가 집중되고 있다. 무키 베츠(32)는 적시타를 치고도 ‘방해꾼’이 되고 말았다.
오타니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2득점 1볼넷 1도루로 활약했다. 팀은 4-10으로 패했지만 오타니는 시즌 타율 2할9푼2리(561타수 164안타), OPS .993으로 소폭 상승했다.
홈런은 치지 못했지만 도루를 하나 추가한 오타니는 시즌 46홈런 47도루가 됐다. 대망의 50-50에 홈런 4개, 도루 3개만 남겨놓았다. 다저스가 잔여 시즌 1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산술적으로 51홈런 52도루가 가능한 페이스.
컵스 우완 선발 카일 헨드릭스를 맞아 1회말 첫 타석에서 유격수 팝플라이로 물러난 오타니는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가다. 이어 다음 타자 베츠 타석에서 2구째 스타트를 끊어 2루를 훔쳤다. 특유의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2루에 먼저 들어갔다. 시즌 47호 도루.
5회말에도 오타니에게 도루 기회가 왔다. 1사 1루에서 헨드릭스의 4구째 몸쪽 높은 커브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쳤다. 그 사이 1루 주자 크리스 테일러가 3루 진루했다. 2루가 비면서 오타니의 도루 기회가 마련됐다. 계속된 1사 1,3루 베츠 타석에서 4구째에 오타니가 또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투수 타이밍을 잘 빼앗았다. 도루 성공 타이밍이었지만 베츠의 방망이가 같이 움직였다. 중전 안타가 되면서 3루 주자 테일러가 홈에 들어왔고,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은 오타니는 3루까지 폭풍 질주했다. 다저스의 이날 경기 첫 득점으로 1사 1,3루 찬스가 연결됐다. 오타니도 3루에서 1루에 나간 베츠를 보며 박수를 쳤다.
이 순간 ‘스포츠넷LA’ 중계팀의 멘트가 재미 있었다. 캐스터 조 데이비스는 “그건 아냐 무키. 역사를 방해하지 말라. 오타니가 도루를 하고 있었어”라며 농담을 던졌다. 베츠가 타격하지 않았더라면 오타니의 시즌 48호 도루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의미. 그만큼 오타니의 50-50에 현지 미디어의 기대가 크다.
이에 웃음을 터뜨린 제시카 멘도사 해설가는 “무키는 자신이 칠 수 있는 공을 잘 받아친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정말 잘한다”고 베츠 타격을 칭찬하면서 “오타니는 또 도루를 할 뻔했다. 그의 48번째 도루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지난 7월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이 마지막 도루 실패로 이날까지 최근 24번의 도루 시도에서 모두 성공했다. 올해 47개 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실패는 단 4번으로 도루 성공률이 무려 92.2%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50번 이상 도루를 시도한 선수 기준으로 가장 높은 도루 성공률은 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지미 롤린스가 갖고 있는 94.0%. 그해 47도루를 성공하면서 3번만 실패했다. 이어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 제이코비 엘스버리가 52도루 성공, 4번의 실패로 성공률 92.9%를 찍었다.
오타니가 현재 기록 중인 92.2%의 도루 성공률은 1985년 컵스 데이비 로페스,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 CJ 에이브람스(이상 47도루 4실패)와 같은 역대 공동 3위 기록에 해당한다. 193cm 95kg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주력도 엄청나지만 상대 투수 타이밍을 빼앗고 스타트를 끊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마음만 먹으면 도루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된 오타니에게 50도루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홈런보다 먼저 50도루를 돌파할 기세. 관건은 역시 홈런. 남은 18경기에서 4개를 충분히 칠 수 있지만 대기록이 임박할수록 상대팀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새 역사에 도전하는 오타니에겐 아직 고비가 남아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