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 이후광 기자] 두산 이승엽 감독은 왜 0-5로 끌려가던 7회말 돌연 마무리 김택연을 마운드에 올렸을까.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15번째 맞대결.
두산은 0-5로 뒤진 7회말 이병헌에 이어 홍건희를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홍건희에게 추가 실점을 억제하는 추격조 임무를 맡겼지만, 실패였다. 선두타자 김건희 상대 우전안타를 맞은 뒤 대타 원성준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투구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다음 투수에 바통을 넘겼다.
논란의 장면은 이 때 발생했다. ‘다음 투수’가 다름 아닌 두산 마무리 김택연이었던 것. 1사 1, 2루 위기에서 올라온 김택연은 등판과 함께 김재현 상대 볼 2개를 연달아 던지며 잠시 제구가 흔들렸지만, 김재현과 장재영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후 8회말 최지강과 교체되며 경기를 끝냈다. 투구수 9개였다.
김택연의 등판 시점에 물음표가 붙은 게 사실이었다. 팀이 5점차로 끌려가는 상황이었고, 8회도 9회도 아닌 7회 위기에서 갑자기 김택연이 다른 필승조들을 제치고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후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 및 두산 공식 SNS 계정에서도 이승엽 감독의 투수교체를 의아해하는 반응이 자주 눈에 띄었다.
김택연은 왜 7회 올라온 것일까. 두산 관계자는 OSEN에 “김택연은 오늘(10일) 아웃카운트 2개에 공 10개 정도를 던지기로 예정돼 있었다. 사전에 김택연, 이병헌 모두 5회 이후 언제든 바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정규시즌 일정을 소화하며 불규칙한 잔여경기 일정을 받았다. 9월 들어 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7일 수원 KT 위즈전, 10일 고척 키움전 등 4경기를 치른 게 전부였다.
마무리 김택연의 경우 두산이 3일 패배에 이어 7일 대승을 거둬 1일 롯데전을 끝으로 8일을 쉰 상태였다. 만일 김택연이 10일 키움전에서도 휴식할 경우 두산의 다음 경기가 13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이라 무려 12일 동안 공을 못 던지게 되는 상황. 총력전보다는 투수의 실전 감각 유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김택연을 올린 이승엽 감독이었다. 김택연이 올 시즌 많은 공을 던졌다 해도 두산이 잠재적인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라 실전 감각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잔여경기 일정에서 너무 안 던지는 투수들이 나올 수도 있을 거 같다. 필승조들이 억지로라도 던져야할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시즌 중간에 투수를 너무 많이 써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너무 안 써서 감이 떨어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택연의 7회 위기 극복은 분위기 전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두산은 꼴찌 키움에 1-7로 일격을 당하며 같은 시간 수원에서 NC를 꺾은 KT에 다시 4위 자리를 내줬다.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5강 경쟁팀들의 경기를 다시 초조한 마음 속에 지켜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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