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국프로야구가 출범 43년 역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프로야구 1호 안타, 1호·100호·200호 홈런 주인공인 ‘원조 홈런왕’ 이만수(66)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야구인 총재로 역사를 쓴 허구연(73) KBO 총재에게 경의를 표했다.
KBO리그는 지난 15일 전국 4개 구장에서 총 7만7084명의 관중이 입장하면서 누적 관중 1002만758명을 기록했다. 시즌 671경기 만에 꿈의 10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이다. 1982년 출범 이후 43년째를 맞아 국내 프로스포츠 어느 곳에서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해냈다.
1982년 원년 6개 구단 체제 240경기 총 관중 143만8768명으로 첫발을 뗀 KBO리그는 1995년 8개 구단 체제 504경기 총 관중 540만6374명으로 첫 500만 고지를 넘었다. 2000년대 초중반 암흑기를 보냈으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 호성적으로 인기를 회복했다. 10개 구단 체제로 확장하고, 새 야구장 개장으로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2017년 720경기 총 관중 840만688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지난해 다시 800만(810만326명)을 돌파하더니 올해 한 번에 900만에 이어 1000만까지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LG(128만1420명), 삼성(127만5022명), 두산(119만821명), KIA(117만7249명), 롯데(111만1813명), SSG(106만3014명) 등 무려 6개 구단이 100만 관중을 돌파한 가운데 키움(78만1318명), 한화(74만5797명), KT(71만8243명), NC(67만6061명)도 시즌이 끝나지 않았는데 지난해 최종 관중수를 이미 넘었다. 리그 평균 관중은 1만4934명으로 10개 구단 모두 1만명을 넘겼다. 만원 관중도 195경기로 매진율이 29.1%에 달한다. 보통 7~8월 장마철과 혹서기에는 관중 감소세를 보이기 마련인데 올해는 오히려 더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7~8월 파리 올림픽도, 9월 이후 때늦은 폭염도 1000만 관중을 향한 질주를 막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야구 인기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믿기지 않는 흥행 대박이다.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부진과 일부 야구인들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야구계 위기감이 고조됐다. 혹여나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지난해부터 살아난 야구 인기는 올해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다. 지금껏 이렇게 시즌 내내 야구 열기가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 KIA, 삼성 등 상위권에 오른 인기팀들을 중심으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흥행 바탕이 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1000만 관중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역 연고로 출범한 KBO리그는 일주일에 6경기씩 열리는 데일리 스포츠로 어느 종목보다 친숙하고, 팬덤이 견고하다. 고정 팬층은 탄탄하지만 신규 유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야구는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야구장 응원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젊은 팬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승패를 떠나 야구장 특유의 응원 문화와 먹거리를 즐기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영화 및 공연 사업이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구장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고물가 시대의 가성비 좋은 여가 활동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야구 예능이 화제성 최고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면서 20~30대 젊은 팬층, 특히 여성팬들의 증가가 눈에 띄는 특징이다. 각 팀마다 젊은 스타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여성팬 유입과 함께 팬덤 확장으로 이어졌다. KBO도 이에 발 맞춰 지난 3월 CJ ENM과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며 온라인 중계 유료화 시대를 열었다. 시범경기부터 시즌 초반까지 준비 부족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KBO의 노림수는 야구 영상을 SNS를 비롯해 다양한 곳으로 노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40초 미만 쇼츠 활용을 전면 허용해 젊은 팬들 사이에 각종 야구 관련 ‘움짤(짧은 영상)’, ‘밈(meme)’이 생산 및 공유되면서 야구 파급력이 커졌다.
해설위원 시절부터 다양한 컨텐츠로 젊은 팬층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한 야구인 출신 허구연 총재의 혜안과 역량이 발휘된 대목이다. 임기 3년 차를 맞아 허구연 총재는 세계 최초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를 도입하는 승부수로 혁신을 일으켰다. 시즌 초반 현장의 저항과 반발, 불만이 거셌지만 허 총재가 밀어붙인 ABS로 인해 매년, 아니 매 경기마다 불거졌던 지긋지긋한 볼 판정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 양 팀 모두 일관성 있게 보는 공정한 ABS 시대를 맞아 볼 판정 시비로 인한 감정 소모가 없어졌고, 팬들의 경기 관람의 질도 크게 상승했다. 요즘 MZ세대들은 공정에 특히 민감한데 KBO의 변화는 시대적 흐름을 관통해 1000만 관중의 마중물이 됐다.
이만수 전 감독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KBO리그 1000만 관중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허 총재에 경의를 표했다. 이 전 감독은 “모두가 1000만 관중은 꿈이라며 어느 누구도 예상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단지 현실이 아닌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1000만 관중이 꿈이 아닌 현실로 오늘 드디어 돌파하고 말았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는 사실 하나로 자부심을 갖는 날이다”며 “특히 야구인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한국프로야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한국프로야구가 대한민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야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감독은 “(2022년) 허구연 총재가 새롭게 KBO 총재로 부임하자 주위에서는 많은 걱정을 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껏 야구인 출신의 총재는 처음이었고, 정치인·경제인도 아닌 야구인 출신이 과연 한국프로야구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기우였다”며 “허구연 총재는 전국 방방곡곡 야구장을 누비며 쉬지 않고 야구 발전을 위해 일에 매달렸다. 건강과 휴식을 위해 한 번 정도는 휴가를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쉼 없이 야구에 몰두했다. 한국프로야구의 위기감을 느끼고 야구인 출신 허구연 총재는 최선을 다해 예전과 같은 한국프로야구의 부흥을 위해 헌신을 다하고 있음을 옆에서 지켜봤다”고 허 총재의 노력을 전했다.
또한 이 전 감독은 “허구연 총재는 야구인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야구 현장의 문제와 어려움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책상 앞이 아닌 두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을 통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전에 없던 KBO 총재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야구인으로서 지방을 돌며 각 지방 단체장들과 스스럼 없이 야구 현안들을 논의하기도 했다. 아마도 정치인이나 경제인이 아니기에 이러한 만남이 조금 수월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들로 프로야구와 협력해 지방 단체들이 야구장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다양한 야구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야구를 더욱 활성화시켜 지역과 야구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쥘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허 총재의 야구 발전을 위한 활동을 열거했다.
끝으로 이 전 감독은 “KBO 허구연 총재를 비롯해 프로야구 구단, 선수들이 프로야구 팬들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기울였기에 1000만 관중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모든 프로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한국프로야구는 많은 팬의 관심과 사랑으로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이 점을 프런트, 선수들도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미국 메이저리그보다 더 활성화되고 앞으로 더 사랑을 받는 국민 스포츠로 성장하길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충심으로 바란다”며 “특히 허구연 KBO 총재의 한국프로야구를 향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야구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야구 문화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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