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이제 더 이상 현재 기준의 혹서기를 두고 낮경기를 치르는 것은 위험을 부르는 일이 됐다.
KBO는 18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퓨처스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폭염으로 취소됐다. 오전 11시에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폭염이 이어지자. 오전 10시부터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았고 일찌감치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인조잔디 환경의 상동구장의 지열은 더 뜨거울 수밖에 없었고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환경이 됐다.
기상청은 올 여름을 ‘역대급’이라고 분석했다. 올 여름 전국 평균기온(25.6도), 평균 최저기온(21.7도), 열대야일(20.2일)은 기상 관측 기록의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1위였다.
평균 최고기온(30.4도)은 2위, 폭염일(24.0일)은 3위에 해당했다. 열대야일은 밤(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 폭염일은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다.
올 여름보다 평균 최고기온이 높았던 여름은 1994년 여름(30.7도)이 유일했다 폭염일이 더 많았던 여름은 1994년 여름(28.5일)과 2018년 여름(31일)이 '유이'하다. 1994년이나 2018년만큼 올해는 최악의 여름이었다.
현재 기상청이 3개월 단위로 나눈 봄(3~5월), 여름(6~8월), 가을(9월~11월), 겨울(12월~이듬해 2월) 계절별 분류도 무용지물이다. 결국 계절별 길이를 재조정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KBO도 기상청의 현재 계절별 분류에 따라서 혹서기를 판단하고 경기 시간을 조정한다. 정규시즌 기준으로 평일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6시 30분으로 동일하다. 주말과 공휴일 경기 시간이 달라진다. 봄으로 분류된 3~5월, 토요일은 오후 5시, 일요일 및 공휴일은 오후 2시에 경기가 열린다. 혹서기인 6~8월에는 토요일 오후 6시,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5시에 플레이볼이 선언된다. 9월부터는 혹서기가 끝나고 가을이라는 계절별 분류에 따라 다시 봄의 경기 시간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올해는 폭염이 계속되고 관중들 가운데 온열 질환자들이 속출하자 8월 2일과 4일 인조잔디인 울산 LG-롯데전이 폭염으로 취소됐다. 4일에는 잠실 키움-두산전까지 폭염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KBO 역사에 처음 있는 폭염 취소였다. 올해 더위가 얼마나 살인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후 KBO는 8월 11일, 18일, 25일 일요일 경기와 15일(목) 광복절 등 기존 오후 5시 개시로 예정됐던 경기는 오후 6시 시작으로 변경했다.
문제는 추석 연휴를 지나가고 있는 9월 중순 현재까지 이상 기온 현상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KBO는 폭염에도 9월이 되자 2시 경기를 강행했다. 8월 31일 토요일은 혹서기로 분류돼 오후 6시에 경기를 치렀는데 이튿날인 9월 1일 일요일은 혹서기가 지났다는 기준으로 낮 2시 경기를 치러야 했다.
문제는 이 폭염이 잠잠해지지 않다는 것.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돼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KBO는 오후 2시 경기를 강행했다. 결국 14일 사직 한화-롯데전, 지상파 중계 때문에 2시에 경기가 열렸는데 관중들 중에서 25명이 넘는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롯데 구단은 이날 다급하게 온열질환 대책을 마련하면서 대비를 했지만 이튿날인 15일 역시 예정대로 2시 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추석 연휴 기간 내리 2시 경기를 치르고 있다. 17일 사직 LG-롯데전은 폭염취소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경기를 강행했다. 만약 폭염취소를 하게 되면 18일 더블헤더를 치러야 하는데 더블헤더도 낮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똑같은 기준에서 더블헤더 1차전은 취소될 것이었고 취소된 1경기는 추후 재편성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2시 경기를 강행한 17일 사직 경기에서는 온열 질환자가 43명이나 집계됐다.
결국 17일 사직에서 폭염취소가 논의되자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8일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5시로 미뤘다. 관중들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늑장대처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문제는 오는 22일 일요일 경기 개시 시간은 여전히 오후 2시라는 것. 하루 아침에 꺾일 폭염이 아닌 상황. 대전(롯데-한화), 잠실(두산-LG), 수원(SSG-KT), 대구(키움-삼성) 등 4경기가 열리는데 여전히 30도에 육박하는 날씨가 예상되고 있다. 키움과 삼성전이 열리는 대구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첨예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 팀들이기에 낮경기의 체력소모와 컨디션 저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기상청도 계절별 분류를 재논의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KBO도 이제 날씨에 맞는 유연한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 혹서기가 지났다고 낮 2시 경기를 무턱대고 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유연하고 빠른 대처가 절실해졌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