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일어났는데 머리가 핑핑 돌더라. (임)준형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최원태(27)는 올해 요상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등판 직전 두 번이나 부상을 당해 예정된 로테이션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6월 11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최원태는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경기 전날 캐치볼을 하다가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등판이 불발됐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대노’하면서 최원태를 질타한 바 있다. 광배근 미세 손상으로 전반기를 일찌감치 마무리 했다.
그런데 19일 선발 등판을 앞두고 또 최원태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다. 18일 오전, 잠에서 깼는데 머리가 핑핑 돌았다는 것. 이석증이었다. 그는 “밥도 못 먹었고 누우면 머리가 핑핑 돌면서 어지러웠다. 운동을 나가려고 했는데 너무 심해서 못 일어나겠더라. 코치님께 안 될 것 같다고 말씀 드리고 다시 자고 일어나니까 좀 더 괜찮아졌다”라고 했다.
18일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병원을 못 갔고 19일 오전에서야 병원을 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결국 19일 롯데전 선발 투수가 아니라 임준형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대기했고 이날 5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5탈삼진 4실점으로 혼신의 피칭을 펼쳤다. 내용이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온전치 않은 몸 상태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팀도 타선이 폭발하며 7-4로 승리했다.그는 “폭염 때문에 밖에서 캐치볼을 못해서 불안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오늘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해서 또 도수치료를 20분 정도 해주시더라. 그랬더니 몸이 더 괜찮아졌다”라며 “도수치료를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대신대 임시 선발로 나선 임준형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임준형은 갑작스럽게 선발을 준비했고 선두타자 황성빈에게 중전안타, 손호영에게 사구와 레이예스에 좌전안타를 맞았다. 2사 1,2루 위기를 만들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최원태는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그는 “급하게 준비를 했을텐데, (임)준형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고 너무 고맙다”라면서 “1회 등판했을 때 주자가 깔려있었는데 이 상황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점수를 주더라도 내 점수를 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못 막으면 준형이 얼굴을 못 볼 것 같았다.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도수치료를 받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 힘도 없었던 상황. 그래도 최원태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올해 두 번이나 갑작스럽게 등판이 밀리는 상황. 그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다. 올해 많은 일을 겪었는데, 던지는 것과 관계없는 데를 다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늘 4실점을 하긴 했지만 스트라이크도 많았고 과정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4실점 하고 승리를 바라는 건 양심이 없지만, 타선이 많이 도와줬고 (함)덕주 형이랑 (이)종준이, (유)영찬이가 잘 막아줬다”라면서 “어제는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살아있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 차례 전력(?)이 있기에 염경엽 감독에게도 죄송하다. 그는 “오늘 감독님 얼굴을 못 쳐다보겠더라. 감독님도 기가 막히실 것 같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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