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최초로 50-50 대기록을 달성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그에게 기대치도 더 커졌다. 내년에는 투수를 하면서 50-50에 도전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나아가 60-60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오타니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세웠다. 시즌 50~51호 도루를 연이어 성공한 뒤 49~51호 홈런을 3연타석으로 장식했다.
지난달 24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역대 최소 126경기(팀 129경기) 만에 40-40을 돌파한 오타니는 그로부터 한달도 지나지 않아 50-50까지 달성했다. 24경기 만에 11홈런 11도루를 추가하며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개인 150경기(팀 153경기) 만에 이뤄낸 위업이다.
지금껏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50-50 시즌을 보낸 선수는 없었다. 파워가 좋을수록 스피드가 떨어지고, 스피드가 빠를수록 파워가 떨어지는 게 운동 에너지의 일반적인 특성. 두 가지 운동능력 모두 최상급이더라도 부상 없이 꾸준하게 기술과 체력이 받춰져야 가능한 기록이다. 150년에 가까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오타니는 공식 프로필상 193cm, 95kg으로 큰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가 대단하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며 겨울에 하루 6~7끼 식사를 하고,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벌크업을 했다. 타고난 체격도 크지만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탈아시안 피지컬을 만들었다. 벌크업을 하면 몸이 둔해지기 마련인데 오타니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보통의 선수들과 확실히 다르다.
미국 ‘ESPN’은 ‘오타니 이전에 31명의 선수가 총 49차례 50홈런 시즌을 보냈다. 이들의 시즌 평균 도루는 7.4개에 불과했다. 윌리 메이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50홈런 타자 중 가장 많은 24개의 도루를 했다’며 ‘오타니 이전까지 50도루 시즌은 1920년 라이브볼 시대가 시작된 이후 241번 나왔고, 이들의 평균 홈런은 8.4개였다. 50도루 시즌에 3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배리 본즈, 에릭 데이비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등 3명뿐이었다’고 50-50의 희소성을 설명했다.
기록적으로 봐도 홈런과 도루는 양립하기 어렵다. 홈런을 치면 도루 기회가 없고, 도루를 하기 위해선 안타나 볼넷으로 누상에 나가야지 홈런을 쳐선 안 된다. 동시 누적이 가능한 기록들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렵지만 오타니는 시즌이 9경기 더 남은 상황에 50-50을 해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인 활약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엄청난 관심 속에 이뤄낸 성적이란 점에서 오타니의 멘탈도 대단하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디노 에벨 다저스 3루 베이스코치는 “오타니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태어났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기장에 와서 일어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관중들은 오타니를 찍고 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 모두가 서있다”고 오타니를 향한 관심을 표현했다.
이어 에벨 코치는 “내년에는 오타니가 투구를 하면서 55-55를 할 거라고 말할 것이다. 놀라지 말라. 시즌 초반부터 도루를 하기 시작한다면 50-50을 시도할 것이다”며 내년 시즌 투타겸업에 나설 오타니가 기록에 또 도전할 수도 있다고 봤다.
오타니는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면서 올해는 투타겸업을 하지 않고 타석에만 섰다. 풀타임 지명타자로 체력 관리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50-50이 가능했지만, 투수까지 하면서 이 기록에 도전하는 건 불가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선수도 아니고 오타니라면 뭔가 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현장에서도 갖고 있다.
지난 2001년 49홈런을 치며 다저스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갖고 있던 ‘왕년의 거포’ 숀 그린은 아예 ’60-60’까지 이야기했다. 오타니에게 23년 만에 다저스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내준 그린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50-50은 다저스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나를 가장 놀라게 하는 건 도루다. 1998년 도루 35개를 한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들었다. 나도 오타니와 키가 같은데 도루를 50번 정도 시도하면서 몸에 큰 무리가 갔다. 도루를 하려면 매일 달리기와 위밍업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긴 시즌 동안 그렇게 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산 328홈런 162도루를 기록한 좌타 거포 외야수였던 그린은 199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35홈런 35도루로 30-30에 성공했다. 다저스에서 49홈런을 친 2001년에는 도루가 20개로 20-20을 달성했다. 커리어 통틀어 30-30 1시즌, 20-20 3시즌을 보낸 호타준족이었다. 그렇기에 50-50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피부로 느낀다.
그린은 “50-50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다. 오타니가 도루를 몰래 한 것도 아니다. 그가 누상에 나가면 다들 도루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 타석에선 홈런을 칠 것 같아 (상대팀은) 걱정한다. 상대가 이 두 가지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훨씬 더 놀랍다”며 견제를 뚫고 이뤄낸 50-50을 치켜세우며 “이 선수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한 그는 60-60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큰 기대를 표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