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17억 원을 날리고 3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 두산. 그러나 3억 원에 데려온 외국인투수마저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불펜 전환이라는 고육지책을 고민하고 있다.
프로야두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지난 23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취재진과 만나 팀 내 남은 유일한 외국인투수 조던 발라조빅의 부진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발라조빅은 지난 7월 4일 총액 25만 달러(약 3억 원)에 두산 대체 외국인투수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두산은 당시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던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웨이버 공시하고 메이저리그 18경기 경험이 있는 장신 파이어볼러 발라조빅을 대체자로 낙점했다. 알칸타라의 계약금과 연봉 합계 130만 달러(약 17억 원)를 날리고 25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발라조빅은 신장 196cm에서 최고 156km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제2의 더스틴 니퍼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두산 구단 또한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가 위력적이다. 그 외 스플리터,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발라조빅은 기대와 달리 11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4.34로 방황 중이다. 데뷔 후 첫 4경기는 2승 1패 평균자책점 2.35로 순조로웠지만, 8월 14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4이닝 4실점 패전을 시작으로 승리와 아예 인연을 끊었다.
8월 14일 경기부터 발라조빅의 최근 7경기 성적은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5.73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순위싸움이 절정인 9월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7.00으로 흔들리며 팀에 민폐를 제대로 끼쳤다. 용병이라는 선수가 7경기서 33이닝을 소화, 경기당 평균 약 4.7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조기 강판이 반복되면서 불펜 과부하 역시 불가피했다.
문제는 여전히 순위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발라조빅의 등판이 한 차례 더 남았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전날 취재진에 “24일 NC전 최승용, 26일 롯데전 곽빈, 28일 NC전(최종전) 발라조빅이 선발 등판한다”라고 밝혔다.
시즌 최종전에 앞서 순위를 확정짓지 못할 경우 28일 발라조빅 등판은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직전 등판이었던 2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⅔이닝 9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7실점으로 무너졌던 발라조빅이다. 28일 승패로 4위 또는 5위가 결정된다면 발라조빅은 적절한 카드가 아니다. 초반부터 승기를 내줘 허무하게 5위에서 포스트시즌을 출발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사령탑은 발라조빅의 불펜 전환이라는 고육지책을 고민하고 있다. 이 감독은 “발라조빅이 어떤 상황에서 나갈 때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 투수코치와 상의할 생각이다”라며 “발라조빅의 투구를 보면 경기 초반 좋은 타구를 많이 맞아서 실점이 많다. 그 부분 때문에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라고 털어놨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두산이 28일 경기에 앞서 4위를 확정짓는 것이다. 두산은 전날 승리로 5위를 2경기 차이로 따돌리며 빠르면 25일 4위를 결정지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예정대로 28일 발라조빅이 편한 마음으로 등판하면 된다. 다만 반대의 경우라면 사령탑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발라조빅 불펜 전환이 결정되면 새로운 선발이 필요한데 두산의 선발 풀이 넉넉하지 않다. 기존 투수들을 활용한 불펜데이 선택지를 꺼내야할지도 모른다.
발라조빅은 두산이 가을야구에서 더 높은 곳으로 향해도 문제다. 준플레이오프부터는 최소 선발투수 3명이 필요한데 발라조빅에게 선뜻 한 축을 맡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곽빈, 최승용, 최원준으로 로테이션을 꾸리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
가을야구 성패 여부는 외국인투수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투수 2명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아줘야하는데 두산은 브랜든 와델의 부상으로 외국인투수가 1명뿐이며, 그 1명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시즌 내내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외국인선수 덕을 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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