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역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이제 슬럼프 없는 안타 기계의 결실이 곧 기다리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가 역대 2번째 200안타, 그리고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레이에스는 2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스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레이예스는 196안타를 기록, 지난 1994년 이종범이 기록한 196안타와 타이를 이뤘다. 역대 시즌 최다안타 순위 공동 4위.
이미 시즌 중반 안타 행진을 이어갈 때부터 200안타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리고 레이예스는 뚜렷한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안타를 생산하며 지금까지 왔다.
레이예스의 강점이 바로 꾸준함이다. 3월 3할9푼3리(28타수 11안타), 4월 3할3푼3리(90타수 30안타), 5월 3할2리(96타수 29안타), 6월 3할9푼8리(93타수 37안타), 7월 4할5리(84타수 34안타), 8월 3할(90타수 27안타), 9월 3할7푼3리(75타수 28안타)로 월간 타율이 한 번도 3할 밑으로 떨어져본 적이 없다.
또한 연속으로 무안타를 기록한 경기가 최대 2경기였다. 3경기 째에는 어떻게든 안타를 신고하면서 슬럼프가 길게 이어가지 않도록 스스로 단속했고 꾸준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무안타 경기도 불과 27경기다. 팀이 치른 140경기를 모두 출장하면서도 무안타 경기의 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꾸준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데 레이예스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멀티히트 경기도 59회로 리그 전체 1위다. 3안타 이상 경기도 24차례에 달한다. 한 번 감을 잡으면 놓치지 않고 몰아서 치는 능력도 레이예스는 대단하다. 스위치히터인데 좌우타석을 가리지도 않는다. 우투수를 상대로 왼쪽 타석에 들어섰을 때 타율 3할3푼8리(382타수 129안타), 좌투수를 상대로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더 높은 3할8푼5리(174타수 67안타)의 타율을 찍었다. 좌우 스플릿이 고른 타자이기에 어떤 투수를 내밀어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를 따로 뽑아 봐도 타율 3할2푼7리(49타수 16안타)로 뒤쳐지지 않았다.
이제 레이예스에게 남은 선수는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그리고 서건창이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 197안타, 2020년 199안타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가 역대 한 시즌 최다안타 2~3위 기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역시 200안타를 기대했지만 시즌 막판 페이스가 뚝 떨어지면서 고지에 닿지 못했다. 그 다음이 바로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인 서건창. 서건창은 넥센 소속이던 2014년 201안타로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를 처음으로 밟았다.
현재 이런 꾸준한 페이스라면 200안타는 물론 서건창의 기록까지 넘볼 수 있다. 현재 202안타 페이스다. 10년 만에 200안타 대기록과 신기록이 동시에 쓰여질 수 있는 기회를 레이예스가 잡았다.
대기록의 페이스로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레이예스는 그 누구보다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선수다. 처음 롯데에 합류했을 때부터 레이예스는 진중했다. 활발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둘러싸는 벽을 치지는 않았다. 동료들과 빠르게 어울렸고 팀에 녹아 들었다.
중남미 선수들의 흥겨움은 없었지만 흥분하지 않았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평정심을 찾았다. 레이예스가 꾸준하게 안타를 치고 또 200안타에 도전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가을야구에서 탈락했지만 롯데는 이제 레이예스의 200안타 대기록을 지원사격한다. 당장 김태형 감독은 레이예스의 타순을 2번으로 올렸다. 그리고 26일 사직 두산전부터는 지명타자로 내보내면서 타격에만 전념하게 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남은 경기는 4경기, 그리고 신기록까지 남은 안타는 6경기. 과연 레이예스는 꾸준하게 달려온 시즌의 결실을 역사적 대기록으로 보상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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