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이 고작 13승 실화? 외인 복 지지리도 없었지만…팬들과 약속 지킨 이승엽호, 값진 4위 해내다
입력 : 2024.09.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두산 이승엽 감독 / OSEN DB

[OSEN=잠실, 지형준 기자]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더블헤더 1차전이 열렸다.LG는 에르난데스, 두산은 곽빈을 선발로 내세웠다.3회초 2사에서 두산 이승엽 감독이 김재호의 좌월 솔로포에 기뻐하고 있다. 2024.09.21 / jpnews@osen.co.kr

[OSEN=이후광 기자] 올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투수 4명이 합작한 승수가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원태인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정도로 외국인투수 복이 없었지만, 결국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마친 뒤 팬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하며 정규시즌 1경기를 남기고 4위를 확정했다. 공동 5위 KT 위즈, SSG 랜더스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리며 오는 2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결과와 관계없이 홈에서 가을야구를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을 지난해 이맘때로 돌려보자.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5위로 이끌며 2022시즌 9위 수모를 겪은 팀을 2년 만에 가을무대로 복귀시켰다. 그러나 3위 싸움을 펼치다가 뒷심 부족으로 5위가 되며 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또한 1경기 만에 종료되면서 허무하게 가을이 끝났다. 

이승엽 감독은 11월 마무리캠프에서 “5위라는 성적이 과연 잘한 것일까. 아니면 못한 것일까. 아쉬움인가”라고 운을 떼며 “어떨 때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어떨 때는 아쉽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팬들의 기대가 크셨으니까 실망도 크셨을 것 같다.  5위를 했으니 내년에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한다. 5위보다 더 높은 곳에서 팬들의 박수를 받도록 하겠다”라고 지도자 2년차 포부를 밝혔다. 

두산 프런트 또한 더 높은 순위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12월 21일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 듀오와 재계약하고, 새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를 데려오며 일찌감치 외인 구성을 마쳤고, 내부 FA 양석환, 홍건희 단속에도 성공했다. 또한 KBO리그 홈런의 전설 이승엽 감독이 ‘잠실 거포’ 김재환을 살리기 위해 마무리캠프에서 이례적으로 1대1 맨투맨 레슨을 진행하기도 했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두산은 알칸타라, 롯데는 박세웅을 선발로 내세웠다.2회초 2사 1,2루에서 두산 알칸타라가 롯데 윤동희에 볼넷을 허용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4.07.03 / jpnews@osen.co.kr

그러나 이 모든 준비는 외국인투수가 제 구실을 못하며 제대로 된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작은 총액 150만 달러(19억 원)에 재계약한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충격 방출이었다.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면서 12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을 남기고 7월 4일 팀을 떠난 것. 여기에 2선발 브랜든마저 14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로 호투하던 도중 어깨를 다쳐 6월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끝으로 시즌 아웃됐다. 

두산은 악재 속에서 어떻게든 5강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체자 물색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최초 6주 이탈 소견을 받은 브랜든의 단기 대체자로 일본 독립리그 출신 시라카와 케이쇼를 데려왔지만, ‘관중 울렁증’에 시달리며 7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했다. 설상가상으로 팔꿈치 통증이 발생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OSEN=잠실, 박준형 기자]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진행됐다.이날 두산은 시라카와를, 한화는 와이스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1회초 4실점 허용한 두산 선발투수 시라카와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24.08.23 / soul1014@osen.co.kr

알칸타라의 대체자로 두산에 온 조던 발라조빅은 ‘제2의 더스틴 니퍼트’라는 평가와 달리 11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4.34로 방황 중이다. 8월 14일 잠실 롯데전 4이닝 4실점 패전을 시작으로 승리와 인연을 끊었는데 순위싸움이 절정인 9월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7.00으로 팀에 민폐를 제대로 끼쳤다. 용병이라는 선수가 7경기서 33이닝을 소화, 경기당 평균 약 4.7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 이승엽 감독은 잔여경기 및 가을야구 발라조빅의 불펜 전환을 고민 중이다. 

알칸타라 2승, 브랜든 7승, 시라카와 2승, 발라조빅 2승이다. 네 선수의 승리 총합이 13승에 불과하다. 두산 곽빈, 삼성 원태인이 혼자서 15승을 해냈는데 말이다. 또 13승의 LG 트윈스 디트릭 엔스, NC 카일 하트, 키움 히어로즈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12승을 거둔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 등 제 역할을 수행한 외국인투수도 많았다. 

외인 농사 흉작에 따른 선발야구 붕괴는 자연스럽게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신인 마무리 김택연을 비롯해 이병헌, 최지강, 홍건희, 이영하 등 뒷문 요원들의 등판 횟수가 잦아지면서 혹사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순위 하락을 막기 위해선 그 시기 가장 공이 좋은 필승조의 잦은 투입은 불가피했다. 선발이 무너졌는데 불펜투수들의 체력을 아끼고 관리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저 조기에 짐을 싸고 부상으로 드러누운 외인투수들이 야속할 뿐이었다. 

[OSEN=잠실, 박준형 기자] 가을 향기를 맡은 두산이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3위 추격을 이어나갔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서 9-4로 승리했다.경기종료 후 두산 이승엽 감독이 첫승 거둔 최승용을 축하해주고 있다. 2024.09.19  / soul1014@osen.co.kr

두산의 올 시즌 불펜 소화 이닝은 593⅓이닝 리그 1위다. 반대로 선발진은 평균자책점(5.09), 이닝(681⅓이닝), 팀 퀄리티스타트(42회)가 모두 8위에 머물러 있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로 기록을 좁히면 리그 9위(7회)로 순위가 더 떨어진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시즌 내내 “팀 사정 상 자주 등판한 김택연, 이병헌, 최지강 등 어린 투수들이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라고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다사다난했던 이승엽호의 두 번째 시즌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4위로 마무리됐다. 두산은 마침내 홈에서 가을야구를 출발할 수 있게 됐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사상 5위가 4위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외국인투수 덕을 사실상 하나도 보지 못했기에 두산의 이러한 성과가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부임 후 2년 연속 팀을 가을로 이끈 이승엽 감독은 “4위가 확정된 만큼 남은 기간 준비 잘해서 가을야구를 잘 치르겠다”라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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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최규한 기자]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홈팀 LG는 디트릭 엔스, 두산은 조던 발라조빅을 선발로 내세웠다.경기를 앞두고 두산 이승엽 감독이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다. 2024.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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