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고려아연 갈등의 시작, ''영풍의 석포제련소 폐기물 처리 지속 압박에서 발단''
입력 : 2024.09.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혜림 기자]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장형진 고문, 양측간 사이가 틀어졌다고 주장한 2022년 8월보다 1년가량 앞선 시점부터 고려아연에 큰 불만
- 2021년 9월, 수 차례 영풍 석포제련소의 산업폐기물(자로사이트) 처리 요구
- 환경법 위반과 고려아연에 대한 재무적 피해 끼치도록 사실상 강요히며 배임 종용
- 고려아연 내 석포제련소 폐기물 반대 임원에 대해 "너 빠져라 한번 해봐"라고 압박

고려아연 CTO 이제중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고려아연과 영풍 간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질문에 지난 2021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환경 문제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9월 영풍의 장형진 고문은 고려아연 최고경영진을 호출해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을 고려아연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고려아연에서 40년을 근무한 이제중 부회장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남의 공장 폐기물을 우리가 받아서 폐기물 처리 공장이 될 수 없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21년의 이런 요구를 고려아연의 현 최고경영진이 들어주지 않자 장 고문과의 관계가 크게 틀어졌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증언이다. 이 후 장 고문은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던 신사업에 사사건건 반대하기 시작했다는 게 고려아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해당 사건 전후로도 양측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문제가 된 여러 물질을 고려아연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놓고 잇따라 충돌했다.

분쟁의 발단이 된 21년 9월 14일,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의 최고경영진을 호출했다. 심각한 분위기 속에 이뤄진 대화에서 장 고문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산업폐기물을 고려아연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고려아연의 최고경영진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통합환경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산업폐기물까지 처리할 경우, 환경에 더해 안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고려아연 임원진들의 반대 의견을 설명했지만, 해당인물들을 배제하라고 하는가 하면 고려아연 최고경영진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장형진 고문 "더 쥐어짜봐…네가 직접 연구실에다 해놓고 해라, 너 빠져라 한번 해봐 시켜봐", "이걸 너희 알아둬야 해, 석포제련소가 올해 어떤 세우라는 통보를 받는다면 나는 너희를 원망할 수밖에 없어. 알았어! 알았지!" 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 고문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환경부로부터 지적받은 석포제련소 제련 잔재물 즉 산업 폐기물(자로사이트)을 월 5천톤 씩, 연간 6만톤 가량을 고려아연이 처리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장형진 고문에 따르면 당시 영풍 석포제련소는 적게는 60만톤 많게는 약 85만 톤가량의 산업폐기물이 쌓여 있었다.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하자 결국 환경부까지 나섰고, 영풍은 상당수 양을 고려아연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석포제련소에서는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잔재물 저장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토양과 지하수 오염 우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장 고문의 요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장 고문은 앞서 9월 8일에도 고려아연의 최고경영진을 상대로 석포제련소의 환경 문제를 거론하며, 산업폐기물을 고려아연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모색해달라고 말했다.

장형진 고문은 "물이 새나가는 거 어떻게 할거냐. 공장 안에 있는 거 어떻게 할 거냐. 그중 하나가 환경부하고 협의를 못하고 있는게 폰드장에 있는 케이크에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역시 강화된 통합환경허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그간 고려아연이 처리하던 이차원료와는 다르게 석포의 산업폐기물은 오염도가 더욱 심각하고 유가금속 함유량이 낮아 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해당 산업폐기물은 처리시 다량의 질소산화물이 발생해 대기 배출규제 준수가 불가하다는 게 기술진의 판단이었고, 이를 받아줄 경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마저 환경위반에 직면하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해당 사건 전후로도 양측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문제가 된 여러 물질을 고려아연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놓고 잇따라 충돌했다.

고려아연과 영풍 갈등의 시발점이 지난 2021년이었다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의 폭로가 나오면서 두 기업간 갈등의 진정한 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애초 MBK파트너스와 영풍 장형진 고문이 이번 적대적 M&A를 추진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의 경영철학 충돌로 2022년부터 갈등이 촉발됐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이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나와 주목된다. 실제 갈등의 원인이 장형진 고문의 이런 강요에 기인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고려아연 최고경영진을 비판하며 영풍 장형진 고문과 손잡은 MBK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영풍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영풍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죽했으면' 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올해 4월 일방적으로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한 것이 이번 공개매수의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또 오는 10월 7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그룹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 매수하려는 것과 관련, 적대적 인수합병(M&A) 여부와 매각 방향을 따져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혜림 기자 khr073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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