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포스트시즌에서 팀을 위한 헌신으로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꿨는데, 1~3차전 전 경기 등판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LG는 KT와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3차전을 승리하며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남은 4~5차전에서 1승만 추가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LG가 2승 1패로 앞선 요인 중에서 불펜 ‘필승 카드’가 된 에르난데스의 헌신도 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5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 등판해 2이닝을 던졌다.
갑작스런 부친상을 당한 마무리 유영찬이 5일 발인을 마치고 곧바로 경기에 출장하기 힘들었다. 유영찬은 5일 경기에 출장하지 않으면서, 에르난데스의 부담이 커졌다. 에르난데스는 2이닝(27구)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아 1점 차로 석패했다.
에르난데스는 6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2로 앞선 6회 1사 1루에서 등판해 1⅔이닝(38구)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8회 김진성, 9회 유영찬이 등판해 7-2로 승리했다.
7일 하루 쉬고,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에르난데스는 이날까지 쉴 계획이었다. 2차전이 끝나고 염경엽 감독은 “에르난데스는 (멀티 이닝으로 2연투를 했기에) 이틀을 쉴 것이다”고 말했다.
3차전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인터뷰에서 에르난데스의 등판 가능성을 묻자, “감독으로서는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렇지만 4~5차전이 있기에 어설프게 쓰면 그 경기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 번 이기는 것보다는 세 번을 어떻게 이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99% 내가 참을 것이다. 연장을 가서 딱 1이닝만 막으면 된다고 판단이 되면 본인에게 물어는 볼 것 같다. 그런 상황이 1% 정도 있을 수 있다. 연장전 변수를 빼면 9이닝에서는 절대 나갈 일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3차전에서 LG는 2회 박동원의 선제 솔로 홈런이 터졌지만, 3회 2사 1루와 2루에서 최원태가 조기 강판하고 2-3 역전까지 허용했다. 5회 오스틴이 벤자민 상대로 역전 스리런 홈런을 쏘아올려 5-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6회 김현수와 문성주의 안타로 1사 1,3루를 만들었고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6-3으로 달아났다.
손주영이 3회 2사에서 등판해 4~8회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5⅓이닝을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9회 마무리 유영찬이 등판했다. 그런데 유영찬이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고 1사 1루에서 배정대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스코어는 6-5 한 점 차가 됐다.
무사 1루가 되자, 에르난데스는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그리곤 1점 차에서 마운드에 올라왔다. 대타 천성호를 1루수 땅볼, 대타 김민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9회에 에르난데스를 등판시킨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9회 유영찬을 올리면서 바로 준비를 했다. 왠지 느낌이 불안했다. 캐치볼을 하고 팔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해서 오늘도 꼭 써야 하면 쓰려고 했다. 만약 안좋다고 했다면 유영찬으로 끝까지 갔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은 이기고 있으면 무조건 나간다. 내일 이기면 사흘 휴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나가고, 지고 있으면 안나갈 것 같다. 에르난데스에게도 오늘 같은 상황,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내일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 '에르난데스를 연장전 이전에는 안 쓴다고 말했다'는 말에 염 감독은 "어쨌든 연장 갈 뻔하지 않았나"라며 웃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7월말 대체 선수로 LG에 합류했다. LG는 2019년부터 뛴 효자 외인 켈리를 방출하고, ‘우승 청부사’를 기대하며 확실한 1선발 투수로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정규 시즌에서 1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고민거리인 불펜 필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르난데스를 선발에서 불펜으로 돌리기로 했다.
에르난데스는 “시즌 때 중간 투수로 경기를 뛰어봤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준비는 됐다. 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팀 승리다.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괜찮다”고 불펜 보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불펜 투수로 뛰었고, LG에 와서 2차례 불펜 등판을 한 경험도 있다. 8월 29일 KT전에서 1이닝 무실점 홀드, 9월 21일 두산과 더블헤더 2차전에서 2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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