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리그 1위…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감독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11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2024 요미우리 자이언츠 센트럴리그 우승 축하회’다.
재계 인사 1600명이 참석했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다. 1군 선수단 전원이 무대에 올랐다. 도쿄돔에서 포스트시즌 대비 훈련을 마치고,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다.
아베 신노스케(45) 감독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힘든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훌륭한 보고(우승)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룹 본사 회장인 와타나베 쓰네오(98)는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야마구치 도시카즈 구단주(본사 사장)는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해서 다시 한번 축승회가 열리면 그때는 꼭 참석하겠다’고 회장님께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의 리그 우승은 4년 만이다.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계속됐다. 결국 뒷심을 발휘한 자이언츠의 승리로 끝났다(77승 59패 7무). 라이벌이자 지난해 챔피언 한신 타이거스를 2위로 밀어냈다. 둘 사이 간격은 3.5게임 차이였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리더십의 교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하라 다쓰노리(66) 감독이 물러났다. 3기에 걸쳐 17년간의 장기 집권을 끝낸 것이다.
뒤를 이은 것이 아베다. 그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드래프트 1번으로 입단해 19년간 현역(포수, 1루수)으로 뛰었다. 은퇴 후 2군 감독, 1군 작전코치, 1군 수석코치를 거쳤다. 4년간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은 셈이다.
최근 그의 성공을 분석한 기사가 많다. 그중 하나가 눈길을 끈다. 데일리신초의 글이다. ‘봄 캠프에서 엿보였던 V 탈환의 징후…’라는 제목이다. 2월 스프링캠프 때부터 뭔가 달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한 내용이다.
에모토 다키노리라는 야구 평론가(투수 출신)의 코멘트가 인용됐다.
“작년 캠프 분위기와 확실히 달라졌다. 올해는 아베 감독이 ‘좋은 형님’의 느낌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다. 뭔가 훈훈한 공기다. 그렇다고 마냥 달달한 것은 아니고, 엄격한 곳은 사정없다.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이뤄진 것 같다.”
여기서 키워드는 ‘좋은 형님’이다. 그동안 보여준 아베의 캐릭터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말이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 2군 감독 시절(2020년)의 일이다.
팀이 연습 경기에서 패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가 문제다. 대학(와세다) 팀이었다. 내용도 볼품없다. 투수들의 지리멸렬이다. 12안타를 맞고, 사사구 9개를 허용했다. 결국 6-9로 역전을 허용했다.
(2군) 감독이 격노한다. “저쪽은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학생이다. 너희들은 돈 받고 야구하는 프로 아니냐. 매일 필사적으로 해도 부족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그러면서 선수단 전원에 특별 지시를 내린다. ‘폴 투 폴(pole to pole)’이다. 좌우측 폴대 사이를 왕복해서 달리는 훈련이다.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계속된다. 훈련보다는 체벌 느낌이 강하다.
그뿐 아니다. 당시 요미우리 2군은 지옥으로 불렸다. 특타(특별 타격훈련)는 예사다. 느슨한 수비에는 펑고 300개가 뒤따른다. 귀 따가운 잔소리, 공개적인 훈계와 질책도 거리낌 없다. 가와사키(2군 훈련장)는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됐다.
현역 시절부터 그랬다. 젊은 투수가 시원치 않으면, 즉시 마운드로 달려간다. 그리고 호되게 꾸짖는다. 양 팀 선수와 관중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신 차리라며 뒤통수를 갈긴(사와무라 히로카즈) 일화도 유명하다. 후배 포수(고바야시)에게 삭발을 지시한 적도 있다.
사실 이런 엄격함은 요미우리의 조직 문화이기도 하다. 최고의 명문 구단을 자부하는 곳이다. 그라운드가 아니면, 정장 차림을 강조한다. 격식과 품위, 위계를 많이 따진다.
가장 전형적인 인물이 아베였다. 덕분에 순혈주의의 계승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다는 여론의 지적이 뒤따랐다. 우리 식으로 하면 ‘젊은 꼰대’라는 비판이 강했던 것이다.
다시 데일리신초의 얘기로 돌아간다. 이런 설명이다.
“아베는 헤이세이 시대(1989~2019년)에 활약한 선수다. 그러나 마치 쇼와 시대(1980년대 이전)의 만화 주인공 같은 감성이나 사고방식을 가졌다. 2군 감독 시절의 방식이 파워 하라(갑질)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구단은 컴플라이언스(내규, 법령의 준수)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됐다.”
이어지는 매체는 전언이다.
“그 후로 아베 감독 본인도 조금씩 달라졌다. ‘시대에 맞는 지도법을 찾아가겠다’는 말을 주위에 하더라.” 그런 변화가 올 시즌 성공의 요인이라는 결론이다.
물론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칼 같은 선수 기용은 여전하다. 미디어와 마찰도 있다. 언짢은 패배 후에는 “할 말 없다”며 기자회견을 5초 만에 끝내 버린다. 아예 패스하는 경우도 있다. 1년 차 감독으로는 전에 없던 경우다. 만약 일본시리즈 패권까지 차지한다면, 내년부터는 또 어떻게 달라질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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