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팀을 위한 희생정신으로 역대 처음으로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경기 전 경기 등판한 외인 투수가 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엘리는 내년에 무조건 함께 한다"고 일찌감치 재계약을 보장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KT와 경기에서 4-1로 앞선 9회 등판했다.
선두타자 장성우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강백호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황재균을 149km 직구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 2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하고 경기를 끝냈다. LG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승리 세리머니로 기쁨을 나눴다.
지난 7월말 6년간 LG에서 뛴 케이시 켈리가 방출되고, 에르난데스가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됐다. 정규시즌에서 선발로 뛴 에르난데스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불펜투수 보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염경엽 감독은 불펜 고민을 에르난데스의 보직 전환으로 해결하려 했다.
에르난데스는 1차전 2이닝(27구)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2차전 1⅔이닝(38구)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홀드), 3차전 ⅔이닝(4구) 무실점(세이브), 4차전 2이닝(32구)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5차전 1이닝(16구)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5경기 전 경기 등판을 달성했다.
5경기에서 7⅓이닝(117구)을 던지며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5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 2세이브 1홀드를 기록했다. 5경기 등판은 투수로 역대 준플레이오프 6번째 기록이다. 2005년 위재영(SK), 2010년 강영식(롯데), 고창성(두산), 2013년 한현희(넥센), 2017년 원종현(NC)이 있었다.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 기록이다.
에르난데스는 경기 후 “이렇게 (전 경기) 나올 줄 몰랐는데 나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서 만족스럽다. 팀이 이겨서 기분은 최고다. 이런 상황을 겪다보면 팀을 위해 희생해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기꺼이 동료들을 돕고 싶어서 내가 희생을 자처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선발승 2승을 거둔 임찬규에 밀려 아쉽게 준플레이으포 MVP 수상이 불발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임찬규가 34표, 에르난데스가 19표를 획득했다.
5차전이 끝나고 덕아웃에서 만난 염경엽 감독은 “나는 엘리가 MVP다. 찬규는 무리를 안 하면서 자기 투구를 해줬고 엘리는 팀에 희생을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엘리가 훨씬 더 고맙다. 찬규는 무리하지 않고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염 감독은 “엘리는 4차전 게임에서, 나는 무조건 내년에도 데리고 간다고 생각했다. 왜 그러냐면 2이닝을 던지고 10회초에 1점이 나오면 자기가 또 올라가겠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얘는 무조건 데리고 간다. 이 마인드면 우리 팀하고 딱 맞는 마인드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내년 재계약 뜻을 밝혔다.
염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에르난데스의 3이닝 자청 사연을 언급하며 "엄청 감동을 받았다. 그런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내년 시즌의 에르난데스를 기대했다. 염 감독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 내년에 선발 할 때도 도움이 된다. 또 지금 경험으로 내년 포스트시즌에서는 1선발을 하면서 마무리도 같이 가능해진다. 예전에 김광현(SSG)이 했던 식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커브가 좀 많이 좋아져서 내년 시즌 선발로 훨씬 좋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제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부터 에르난데스를 마무리로 기용하면서 관리도 할 계획이다. 염 감독은 “엘리가 없으면 경기가 안 된다. 플레이오프에서는 1이닝씩만 쓰려고 생각한다. 그래야 또 이겨서 (한국시리즈) 올라가면 힘을 쓸 수 있다”고 기용법에 대해 언급했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임찬규가 7회 무사 1루에서 병살이나 범타로 처리하고 마쳤다면, 손주영으로 8~9회를 끝내려 했다. 염 감독은 “찬규가 한 이닝 더 갔으면 엘리를 안 쓰고 쉬게 해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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