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포스트시즌 통산 17이닝 연속 무실점.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3·지바 롯데 마린스)가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또 한 번 보여줬다. 부상 보호를 이유로 프리미어12 일본대표팀에서 제외됐지만 최고 시속 158km 강속구를 뿌리며 112구 투혼을 불살랐다.
사사키는 지난 12일 일본 홋카이도 키타히로시마 에스콘필드에서 치러진 2024 일본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클라이막스시리즈(CS) 퍼스트 스테이지(3전2선승제) 1차전에서 니혼햄 파이터스를 맞아 8이닝 5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지바 롯데의 2-0 기선 제압 승리를 견인했다.
사사키의 투구가 지배한 경기였다. 7회 2사 2루가 유일한 득점권 위기였는데 니혼햄 중심타자 만나미 추세이를 3구 삼진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극복했다. 최고 시속 158km 강속구에 폭포수 같은 포크볼,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 조합으로 15개 헛스윙을 뺏어냈다.
7회까지 투구수 94개로 교체가 예상됐지만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진 2개를 추가로 더 잡았다. ‘데일리스포츠’를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사사키는 “7회까지 던지고 교체될 줄 알았는데 8회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이토이 요시오 지바 롯데 감독은 “그건 본인 생각이고,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다”며 웃은 뒤 “감각적으로 봤을 때 9회까지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8회 마지막 타자 아사마 다이키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던진 112구째 공은 시속 157km까지 나왔다.
사사키는 2021년 1군 데뷔 후 한 번도 규정이닝 시즌을 보낸 적이 없을 정도로 내구성이 약한 투수다. 올해도 부상 때문에 풀타임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지난 5월24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을 마친 뒤 피로 회복 지연을 이유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어 6월8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전을 던진 후 오른팔 피로 증세를 호소해며 2개월 가까이 결장했다.
지난해까지 지바 롯데 구단에서 관리 차원에서 사사키에게 이닝 제한을 걸어뒀지만 소용없었다. 시즌 내내 몸 상태가 불안했고, 최종 엔트리 발표 전부터 지바 롯데 구단과 협의를 거쳐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사사키를 제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예상대로 지난 9일 발표된 일본의 프리미어12 최종 엔트리 28명에 사사키는 없었다. 이바타 히로키즈 일본 감독은 “실력은 알고 있지만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투수들이 있다. 시즌 도중 부상도 있었고, 이번에는 제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사사키는 최고 시속 158km 강속구에 무려 112구를 뿌리며 몸 상태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다. 이날 경기로 사사키는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첫 승도 신고했다. 앞서 2경기에서도 승리는 없었지만 잘 던졌다. 2021년 11월6일 CS 퍼스트 스테이지 1차전에 선발등판,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6이닝 4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1실점(비자책) 퀄리티 스타트로 막고 성공적인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지난해 10월14일 소프트뱅크와의 CS 퍼스트 스테이지 1차전에 선발로 출격, 3이닝 4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호투했다. 관리 차원에서 41구 만에 교체됐다. 이어 3번째 등판이 된 이날은 8이닝 112구를 뿌리며 무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3경기 17이닝 9피안타 4볼넷 23탈삼진 무실점 행진이다.
사사키는 시즌 막판부터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1일 라쿠텐전에서 9이닝 108구 5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 완투승으로 지바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을 이끌었다. 데뷔 첫 10승 달성에 성공하며 기분 좋게 정규시즌을 마쳤고, 가을야구 첫판에도 기세를 이어나갔다.
사사키는 “단기전은 정규시즌과 분위기가 다르다. 결과적으로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고, 앞으로 중요한 경기가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계속 잘 던지고 싶다”며 CS 파이널 스테이지 진출을 기대했다. 지바 롯데가 2~3차전 중 1경기를 잡으면 퍼시픽리그 우승팀 소프트뱅크와 6전4선승제(1위팀 1승 어드밴티지) 승부를 벌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