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조형래 기자] 수비에서 가슴 철렁인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수비로 위기를 건져낸 상황이 더 많았다. 간과하지 말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수비 1위 팀이라는 것을.
삼성은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0-4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2016년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래, 포스트시즌에서 첫 승을 신고했고 2015년 10월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3275일 만에 가을야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올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삼성. 젊은 선수들의 연착륙이 제대로 이뤄졌고 ‘홈런 공장’ 홈구장의 이점을 등에 업고 거포 군단으로 군림했다. 팀 홈런 185개로 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삼성의 숨은 힘은 수비였다. 올해 삼성은 81개의 실책 밖에 범하지 않았다. 최소 실책 팀이었다. 인플레이 타구를 처리한 비율을 의미하는 수비 지표인 DER(Defensive Efficiency Ratio)도 .683으로 리그 1위였다. 실책을 적게하면서 효율적으로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는 팀이었다.
‘국민 유격수’라고 불리는 박진만 감독은 2022년 10월,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마무리캠프에서 직접 펑고를 치면서 수비력 강화에 몰두했다. 박진만 감독의 펑고는 지난 13일, 3년 만의 가을야구에서 빛을 발휘했다.
선수로는 104경기의 포스트시즌을 치른 박진만 감독이지만 감독으로서 포스트시즌은 처음.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된 야수들 가운데서도 가을야구를 치러본 선수들이 손에 꼽았다. 포수 강민호 김민수, 내야수 박병호, 류지혁 전병우, 외야수 구자욱 김지찬 김헌곤 정도가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현재 주축이 된 내야수 이재현 김영웅 외야진의 이성규 윤정빈은 가을야구 경험이 전무했다.
그러나 가을야구를 처음 치르면서도 이들은 긴장하지 않았고 수비에서 경기를 지배했다. 유격수 이재현과 3루수 김영웅은 3-유간에 철옹성을 구축했다. 2회초 선두타자 박동원의 3-유간 안타성 타구를 김영웅이 집중해서 걷어내며 선발 레예스를 도왔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발 빠른 신민재의 3-유간 까다로운 타구를 이재현이 침착하게 처리했다. 4회초에는 선두타자 오스틴의 강한 타구를 이재현이 슬라이딩으로 걷어냈다. 숏바운드 타구를 감각적으로 잡아내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7회초에는 1사 후 박동원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김영웅이 점프 캐치로 잡아냈다. 그리고 김영웅은 8회초 2사 1루에서 다시 한 번 박동원의 타구를 걷어내 2루에서 주자를 아웃시켰다.
외야에서도 7회초 선두타자 오지환의 선상 타구를 우익수 윤정빈이 끝까지 쫓아가서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 위기 증폭을 막았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 이재현 등이 서로 붙어서 잘하는 것 같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대화를 하더라. 서로 격려도 해주고 초반에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라며 젊은 내야진 선수들을 칭찬하며 웃었다.
이날 삼성은 구자욱 김영웅 디아즈의 홈런포 3방으로 점수를 내며 승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7회 1루수 디아즈의 실책으로 2실점 했고 추격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은 수비로 지켜낸 점수가 더 많았고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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