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한용섭 기자] 과연 비는 누구의 편이 될까.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고 있는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가 우천 취소라는 변수가 생겼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4 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15일로 하루 미뤄졌다.
일단 준플레이오프 5차전 접전을 치르고 올라온 LG는 비를 반겼고, 웃음지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삼성은 순리대로 따른다는 반응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14일 경기가 우천 취소된 후 코칭스태프와 미팅을 갖고 15일 2차전 선발투수를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바꿔 발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성적과 휴식, 컨디션 등을 고려하면 엔스보다 손주영이 낫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엔스는 1차전 선발로 나와 5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고, 단 사흘만 쉬고 4차전 선발로 등판해 3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평균자책점 7.27이다. 4일을 쉬고 14일 선발을 준비했는데, 우천 취소로 더 긴 휴식을 갖게 됐다.
손주영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던졌다. 3차전 5⅓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5차전 2이닝 무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염경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손주영을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기용하려 했다. 손주영을 2차전 선발로 내면, 5차전 선발도 가능하다. 하지만 트레이닝 파트에서 손주영의 이틀 휴식 등판은 (부상) 위험도가 크다고 반대했다. 우천 취소가 되면서 3일 쉬고는 등판이 가능하다고 했다.
염 감독은 우천 취소가 결정된 후에 “엔스가 지난번에 3일 휴식 후 던졌고, 이번에도 나흘 휴식 후 등판이어서 휴식을 주는게 좋다. 손주영은 본인의 상태를 확인했고, 트레이닝 파트도 괜찮다고 했다. 2차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손주영을) 2차전 선발로 내는 것을 원했는데 모두 다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전 경기 등판 투혼을 발휘한 에르난데스도 3일 휴식을 갖게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에르난데스를 가급적 아껴서 1이닝 정도 던지게 할 계획이었는데, 15일 2차전에 2이닝 투구도 문제없다. 또 LG는 주전 9명의 타자들이 거의 전경기를 뛰고 있다. 포수 박동원을 비롯해 주전들 몸이 무거웠는데, 반가운 휴식으로 재충전이 된다.
기세와 흐름을 보면 우천 취소가 삼성에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정규시즌을 마치고 2주 휴식 기간을 보낸 삼성은 13일 1차전에서 홈런 3방을 터뜨리며 10-4 완승을 거뒀다.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삼성의 야구를 그대로 보여줬다. 팀 홈런 1위팀 답게 구자욱(스리런), 김영웅(솔로), 디아즈(투런)가 홈런포를 터뜨렸다. 선발 레예스는 6⅔이닝 4피안타 3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2차전 다승왕 원태인을 선발투수로 내고 기세를 이어나가려 했다. 비로 인해 좋은 흐름이 끊어질 수도 있다.
과거 삼성은 포스트시즌에서 우천 취소와 악연이 있다.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삼성은 1차전을 승리하고 2차전이 우천 취소가 됐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두산은 하루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분위기를 전환시킨 후 2차전에서 승리했다. 이후 삼성은 2승 4패로 패배,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그러나 삼성이 우천 취소 돌발 변수에도 2차전까지 잡으면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84.2% 확률을 거머쥘 수 있다. 역대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2연승한 팀은 19차례 있었다. 16번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단 3번 실패했다.
1996년 현대가 쌍방울에 2연패 후 3연승을 기록했다. 2009년 SK가 두산에 1~2차전을 패배했지만, 3연승 반전을 만들었다. 지난해 KT는 NC에 2연패 후 3연스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다.
1차전에서 구토와 몸살 증세에도 3점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구자욱은 경기 직후 병원으로 가서 수액 주사를 맞았다. 하루 쉬면서 몸 상태가 호전됐다. 레예스는 1차전에 이어 4차전 선발로 나갈 예정인데, 3일이 아닌 4일 휴식이 가능해졌다.
염경엽 감독은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비가 와줬다.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비가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과연 우천 취소는 어느 팀에게 행운을 가져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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