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손찬익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는 잘 알려진 대로 엘린이 출신이다. 그는 20년 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또렷이 기억했다. 당시 LG는 9-6으로 앞서가다가 9회 이승엽에게 동점 3점 홈런,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우승을 내줬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임찬규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썼다가 엄마에게 혼났다”고 웃었다. 그렇기에 임찬규에게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는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나선 임찬규는 벼랑 끝 위기에 몰린 팀을 구했다. LG는 앞선 2경기 모두 패하는 바람에 3차전을 내준다면 이대로 시즌을 마감할 상황이었으나 최고의 투구로 난세 속 영웅이 됐다. 임찬규는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한 삼성 타선을 상대로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LG는 선발 임찬규에 이어 ‘불펜 최동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3⅔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를 투입해 1-0 승리를 지켰다. 플레이오프 3차전 MVP는 임찬규의 몫이었다.
임찬규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는데 1점 차 승부에서 이길 수 있어서 분위기가 4차전까지 좋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엘리미네이션 게임에 나선 그는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려고 했다.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보다 조금은 긴장이 덜 됐다. 오히려 편하게 내 공을 열심히 던지려고 했다. 야수들의 도움도 컸고 운도 많이 따른 경기였다”고 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2002년 한국시리즈를 설욕하고 싶다”고 했던 임찬규는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설욕했다는 느낌보다는 어렸을 때 TV로 보던 경기를 직접 나가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6이닝을 채우지 못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임찬규는 “몇 회에 내려오든 상관없었다. 에르난데스가 뒤에 대기하고 있었기에 최대한 좋은 상황을 넘겨주고 싶었고 에르난데스가 잘 막아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MVP에 올랐던 그에게 포스트시즌 호투 비결을 묻자 “실패를 많이 거듭하면서 조금씩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경험하면서 그때 실패한 것과 그 전 실패를 잘 조합해 경험치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대답했다. LG가 4차전을 승리할 경우 임찬규는 5차전 선발로 나선다. 그는 “4차전 선발 엔스가 굉장히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언제든 나가라면 나가라는 마인드다. 나가게 된다면 승기를 가져올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염경엽 감독은 “피말리는 승부를 했다. 선발 임찬규가 포스트시즌에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오늘도 선발 투수로서 완벽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임찬규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한 단계 커리어를 확실히 갖는 선수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2년 연속 10승을 하면서 자신의 피칭 디자인을 비롯해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루틴이 생겼다고 본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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