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강)민호 형 못가 본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원태인은 시즌 전부터 한국시리즈(KS) 진출 의지를 밝혔다. 강민호(39·이상 삼성 라이온즈) 커리어에 새로운 한 줄을 추가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삼성로선 9년 만이지만 강민호는 무려 프로 입단 후 21년째 되는 해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무대에 나서게 됐다.
강민호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8회말 결승 솔로 홈런을 날려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첫 2경기에서 20득점 맹타를 퍼부으며 2승을 거뒀으나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무득점에 시달리던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직접 한 방을 날렸고 커리어 내내 가장 큰 과제였던 KS행을 제 손으로 이뤄냈다.
2004년 롯데에서 데뷔 후 통산 2369경기를 뛰었고 가을야구만 30번째였다. 그럼에도 KS 경험은 전무했다. 누구보다 짜릿한 결과였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타격 페이스가 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았다"면서도 "강민호 선수의 홈런 한 방으로 우리가 이기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운 결과다. 강민호는 "이 인터뷰를 진짜 하고 싶었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정확히 21년 걸렸다.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며 "지금 분위기가 좋은 만큼 올라가서 후회 없이 하늘에 맡기고 후회 없이 한 번 싸워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항상 '한국시리즈 한 번도 못 가본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우선 그건 하나 뗐다. 뗀 김에 우승까지 해서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도 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리즈 노련한 리드로 투수진의 호투를 이끌었지만 타석에선 작아졌다.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부진이 이어졌다. 홈 2경기에서 8홈런이 나왔지만 강민호는 웃지 못했다. 8회 전까지 시리즈 타율 0.167(12타수 2안타)에 허덕였기에 더욱 극적인 한 방이었고 이날도 LG 투수진에 꽁꽁 묶여 8회초 전까지 팀이 만든 안타는 단 하나에 불과했기에 더욱 극적이었다.
강민호는 "정말 후배들에게 고맙게 생각을 한다. 1,2차전을 잘 끝내고 3차전에서 진 뒤후배들이 '이제는 형이 좀 이끌어 달라'고 이야기하기에 '아니다. 나는 일단 수비를 해야 된다. 너희들이 쳐줘라'고 장난삼아 이야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오늘은 제가 후배들을 말 그대로 '멱살 잡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도운 홈런이었다. 벤치의 사인을 확인하지 못했던 게 공교롭게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선두 타자였고 0-0이었는데 (볼카운트) 3-1에서 공을 하나 볼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래도 공격적으로 칠 수 있는 카운트니까 한 번 쳐보자고 생각해서 홈런이 나온 것 같다"는 강민호는 "사실 웨이팅 사인이 나왔는데 그걸 못봐 홈런을 쳤다. 2볼에선 웨이팅이 나올까 해서 봤는데 히팅 사인이 나왔고 3-1니까 당연히 칠 생각에 안 봤는데 웨이팅 사인이 나왔다고 하더라. 선수들끼리 '형 웨이팅 사인 봤어요?'라기에 그래서 '왜? 못봤는데' 이렇게 답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홈런 이후 누구보다 기뻐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한 구자욱도, 지도자로 첫 가을야구에 나선 박진만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정대현 투수 코치까지 넷이 부둥켜 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었고 더 집중해야 했다.
"홈런치자마자 제가 (기분이) 업됐다고 느껴서 라커룸으로 들어가 혼자 가만히 쉼호흡을 하고 있었다"며 "수비가 2이닝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내가 들뜨면 안 되겠다, 내가 진정해야겠다' 싶어 그 이닝이 끝날 때까지 있다가 다시 나왔다. 냉정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아웃 카운트가 6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웃 카운트만 생각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돌아봤다.
경기 초반 2개의 도루 저지도 빼놓을 수 없다. LG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고 이를 바탕으로 투수를 흔들어놓는 팀인데 마침 1,2회 선발 데니 레예스가 주자를 내보냈고 주자들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강민호는 발 빠른 주자 홍창기와 오지환을 모두 잡아내며 레예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박진만 감독은 "LG는 빠른 주자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강민호 선수가 PO 때 준비를 잘 했는데 이번에 성과가 나온 것 같다. 흐름이나 맥을 잘 끊었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강민호도 "레예스 선수가 퀵모션이 크다는 걸 알아 저쪽도 뛸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며 "PO를 준비하며 훈련 때 베이스가 아닌 주자가 오는 길목에 던지는 연습을 했는데 운이 좋게 공이 거기로 송구가 가면서 두 개의 도루 저지가 나와 상대 흐름을 끊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투수 리드 또한 감탄을 자아낸 시리즈였다. 삼성은 4경기에서 10점만 내줬다. 3승은 모두 선발승이었고 선발 투수들은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강민호의 역할이 컸다.
경기 후 레예스는 "1차전처럼 비슷하게 볼 배합을 가져가려고 했는데 경기 중에 민호 형이 사인을 냈는데 고개를 한 두 번 저었는데도 똑같은 사인이 나와서 그 다음부터 믿고 던졌다"며 "그러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민호 형의 사인에 의지를 하면서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호도 "투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4차전 내내 고개를 흔드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레예스도 오늘 고개를 흔들었는데 제가 고집을 해서 병살타로 잡고 (박)해민이 때도 또 흔들기에 똑같은 구종을 내서 플라이를 잡았다"며 "투수들이 믿고 따라와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 한국시리즈를 가는데 공부를 더 해서 투수들에게 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젠 꿈에 그리던 KS다. 강민호는 "KIA는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강팀이고 타선 짜임새도 좋고 투수도 굉장히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단기전 저희가 포스트시즌에 LG를 상대할 때 타선은 굉장히 까다로운 타선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한 번 흐름을 끊으면 점수가 안 나오는 것도 야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만 저희가 좋게 가져오면 충분히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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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민호(왼쪽)가 19일 PO 4차전 8회초 결승 홈런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원태인은 시즌 전부터 한국시리즈(KS) 진출 의지를 밝혔다. 강민호(39·이상 삼성 라이온즈) 커리어에 새로운 한 줄을 추가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삼성로선 9년 만이지만 강민호는 무려 프로 입단 후 21년째 되는 해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무대에 나서게 됐다.
강민호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8회말 결승 솔로 홈런을 날려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첫 2경기에서 20득점 맹타를 퍼부으며 2승을 거뒀으나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무득점에 시달리던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직접 한 방을 날렸고 커리어 내내 가장 큰 과제였던 KS행을 제 손으로 이뤄냈다.
2004년 롯데에서 데뷔 후 통산 2369경기를 뛰었고 가을야구만 30번째였다. 그럼에도 KS 경험은 전무했다. 누구보다 짜릿한 결과였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타격 페이스가 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았다"면서도 "강민호 선수의 홈런 한 방으로 우리가 이기게 됐다"고 기뻐했다.
결승 홈런을 날리고 박진만 감독(왼쪽부터), 구자욱, 정대현 코치가 강민호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어 "항상 '한국시리즈 한 번도 못 가본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우선 그건 하나 뗐다. 뗀 김에 우승까지 해서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도 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리즈 노련한 리드로 투수진의 호투를 이끌었지만 타석에선 작아졌다.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부진이 이어졌다. 홈 2경기에서 8홈런이 나왔지만 강민호는 웃지 못했다. 8회 전까지 시리즈 타율 0.167(12타수 2안타)에 허덕였기에 더욱 극적인 한 방이었고 이날도 LG 투수진에 꽁꽁 묶여 8회초 전까지 팀이 만든 안타는 단 하나에 불과했기에 더욱 극적이었다.
강민호는 "정말 후배들에게 고맙게 생각을 한다. 1,2차전을 잘 끝내고 3차전에서 진 뒤후배들이 '이제는 형이 좀 이끌어 달라'고 이야기하기에 '아니다. 나는 일단 수비를 해야 된다. 너희들이 쳐줘라'고 장난삼아 이야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오늘은 제가 후배들을 말 그대로 '멱살 잡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도운 홈런이었다. 벤치의 사인을 확인하지 못했던 게 공교롭게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선두 타자였고 0-0이었는데 (볼카운트) 3-1에서 공을 하나 볼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그래도 공격적으로 칠 수 있는 카운트니까 한 번 쳐보자고 생각해서 홈런이 나온 것 같다"는 강민호는 "사실 웨이팅 사인이 나왔는데 그걸 못봐 홈런을 쳤다. 2볼에선 웨이팅이 나올까 해서 봤는데 히팅 사인이 나왔고 3-1니까 당연히 칠 생각에 안 봤는데 웨이팅 사인이 나왔다고 하더라. 선수들끼리 '형 웨이팅 사인 봤어요?'라기에 그래서 '왜? 못봤는데' 이렇게 답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강민호(오른쪽)가 승리 후 유정근 대표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홈런치자마자 제가 (기분이) 업됐다고 느껴서 라커룸으로 들어가 혼자 가만히 쉼호흡을 하고 있었다"며 "수비가 2이닝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내가 들뜨면 안 되겠다, 내가 진정해야겠다' 싶어 그 이닝이 끝날 때까지 있다가 다시 나왔다. 냉정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아웃 카운트가 6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웃 카운트만 생각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돌아봤다.
경기 초반 2개의 도루 저지도 빼놓을 수 없다. LG는 누구보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고 이를 바탕으로 투수를 흔들어놓는 팀인데 마침 1,2회 선발 데니 레예스가 주자를 내보냈고 주자들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강민호는 발 빠른 주자 홍창기와 오지환을 모두 잡아내며 레예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박진만 감독은 "LG는 빠른 주자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강민호 선수가 PO 때 준비를 잘 했는데 이번에 성과가 나온 것 같다. 흐름이나 맥을 잘 끊었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강민호도 "레예스 선수가 퀵모션이 크다는 걸 알아 저쪽도 뛸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며 "PO를 준비하며 훈련 때 베이스가 아닌 주자가 오는 길목에 던지는 연습을 했는데 운이 좋게 공이 거기로 송구가 가면서 두 개의 도루 저지가 나와 상대 흐름을 끊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9회말 경기를 끝낸 뒤 강민호(왼쪽)과 김재윤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경기 후 레예스는 "1차전처럼 비슷하게 볼 배합을 가져가려고 했는데 경기 중에 민호 형이 사인을 냈는데 고개를 한 두 번 저었는데도 똑같은 사인이 나와서 그 다음부터 믿고 던졌다"며 "그러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민호 형의 사인에 의지를 하면서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호도 "투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4차전 내내 고개를 흔드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레예스도 오늘 고개를 흔들었는데 제가 고집을 해서 병살타로 잡고 (박)해민이 때도 또 흔들기에 똑같은 구종을 내서 플라이를 잡았다"며 "투수들이 믿고 따라와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 한국시리즈를 가는데 공부를 더 해서 투수들에게 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젠 꿈에 그리던 KS다. 강민호는 "KIA는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강팀이고 타선 짜임새도 좋고 투수도 굉장히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단기전 저희가 포스트시즌에 LG를 상대할 때 타선은 굉장히 까다로운 타선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한 번 흐름을 끊으면 점수가 안 나오는 것도 야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만 저희가 좋게 가져오면 충분히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데일리 MVP를 수상한 강민호. /사진=김진경 대기자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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