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축구가 이겼다'' 로드리, 수비형 MF로 발롱도르 새 역사...''이니에스타·사비·부스케츠의 승리''
입력 : 2024.10.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성환 기자]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이건 스페인 축구의 승리다."

로드리(28, 맨체스터 시티)가 예상을 깨고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샤틀레 극장에서 2024 발롱도르 시상식을 열었다. 발롱도르는 직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축구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트로피다.

수상자는 바로 로드리였다. 그는 지난 시즌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50경기에 나서서 9골 14도움을 기록했고, 맨시티 중원을 이끌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임을 증명했다. 맨시티는 로드리의 활약에 힘입어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어리그(PL) 4연패라는 대기록을 썼다.

로드리의 출전은 맨시티가 지지 않는다는 공식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로드리가 선발로 뛴 지난 48경기에서 연속으로 패하지 않았다. 반면 그가 빠진 경기에서는 5경기에서 4패를 기록했다.

로드리는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지난여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서 조별리그 3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중원을 휩쓸며 스페인 대표팀을 정상으로 안내했다. 로드리는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이르게 교체됐지만,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그 결과 로드리는 생애 첫 발롱도르까지 손에 넣으며 꿈을 이뤘다.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상태인 그는 목발을 짚고 시상식에 나타났고, '라이베리아 축구 전설' 조지 웨아로부터 발롱도르를 건네받았다. 

이로써 리오넬 메시(37, 인터 마이애미)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 알 나스르) 이후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 로드리는 최초의 1990년대생 발롱도르 수상자로 등극하면서 메시와 호날두가 양분해 오던 발롱도르 트로피를 넘겨받았다. 메시와 호날두가 최종 후보 30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21년 만이다.

또 다른 특별한 기록도 따라왔다. 로드리가 세계 최고의 별로 뽑히면서 맨시티 구단 역사상 최초의 발롱도르 수상자가 탄생했다. 동시에 2008년 호날두 이후 16년 동안 끊겼던 PL 발롱도르 수상자의 명맥을 되살렸다.

스페인 국적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도 1960년 루이스 수아레스 이후 64년 만의 일이다. 로드리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1957·1959년)와 수아레스에 이어 역대 3번째 스페인 출신 수상자가 됐다.

발롱도르 트로피에 입을 맞춘 로드리는 "정말 놀라운 밤이다.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다. 내게 투표해 주신 모든 분들, 날 믿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늘은 나와 가족, 조국에 특별한 날이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오늘 함께한 지 8년이 된 여자친구 로라에게 고맙다. 그녀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들, 그들이 내게 준 모든 가치에 감사드린다. 경기장에 날 데리러 갈 때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서게 될 거라고 말해주던 에이전트 파블로에게도 고맙다"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언급했다.

로드리는 이번 트로피를 맨시티 동료들과 스페인 축구에 바쳤다. 그는 "맨시티 동료들이 없었다면 난 세계 최고의 클럽에 있을 수 없었을 거다. 스페인 대표팀에도 감사드린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과 나와 같은 부상을 겪고 있고, 나만큼 여기 있을 자격이 있는 다니 카르바할을 기억하고 싶다. 라민 야말은 머지않아 이 상을 받을 거다"라며 "이건 스페인 축구를 위한 보상이다. 이니에스타, 사비, 부스케츠, 이케르 카시야스처럼 수상하지 못한 수많은 선수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또한 로드리는 "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난 내 직업을 좋아하고 동료들과 더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어려운 시기에 나와 함께해준 사람들과 같이 축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리는 사실상 최초의 수비형 미드필더 발롱도르 수상자라고 볼 수 있다. 1972년과 1976년 수상자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센터백에 가까웠으며 1990년 수상자 로타어 마테우스는 수비적인 미드필더라기보다는 '박스 투 박스' 유형 중앙 미드필더였다. 둘 다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인 로드리와는 역할이 달랐다.

궂은 일을 맡고도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된 로드리. 그는 "오늘 밤 많은 친구들이 내게 문자를 보내 축구가 승리했다고 했다. 너무 많은 미드필더들이 눈에 띌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림자 속에서 직업을 갖게 됐다. 오늘 그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로드리는 "난 항상 내 핵심 중 하나는 매일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 전통적인 미드필더였지만, 파이널 서드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실력을 키웠다. 이게 바로 현대적인 홀딩 미드필더 역할이다. 최전방 지역에서 활약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라이커처럼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로드리는 "난 매일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리더가 되려 노력하고, 매일 최고의 것으로부터 배운다. 부상 후 몸을 돌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조금 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부상을 털고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사실 가장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는 로드리가 아닌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 레알 마드리드)였다. 그는 일찌감치 발롱도르 수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됐다. 지난 시즌 리그 26경기에서 15골 6도움을 올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라리가 우승에 힘을 보탰다. 또한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10경기 6골 5도움을 터트리며 팀에 15번째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비니시우스의 발롱도르 수상이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비니시우스는 물론이고 레알 마드리드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소문도 등장했다. 각종 베팅 업체들도 그의 수상 가능성을 더 높게 내다봤다.

하지만 비니시우스는 2위에 이름을 올리며 발롱도르 트로피를 로드리에게 내줬다. 만약 그가 받았다면 최초의 1990년대생 수상자보다 2000년대생 수상자가 더 빨리 등장할 수 있었지만, 영예의 주인공은 로드리였다.

비니시우스는 목발을 짚고 참석한 로드리와 달리 시상식에 아예 불참했다. 비니시우스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전체가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발롱도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주드 벨링엄, 킬리엄 음바페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나타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 측은 발롱도르와 UEFA로부터 존중받지 못했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 2024 발롱도르 최종 순위

1. 로드리(맨체스터시티)

2.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3.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4. 다니 카르바할(레알 마드리드)

5.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

6.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7.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 밀란)

8. 라민 야말(바르셀로나)

9 .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10.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11. 필 포든(맨체스터시티)

12. 플로리안 비르츠(바이어 레버쿠젠)

13. 다니 올모(라이프치히RB/FC바르셀로나)

14. 아데몰라 루크먼(아탈란타)

15. 니코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

16. 그라니트 자카(바이어 레버쿠젠)

17.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18.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스톤빌라)

19. 마르틴 외데고르(아스날)

20. 하칸 찰하놀루(인터 밀란)

21. 부카요 사카(아스날)

22.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

23. 후벵 디아스(맨체스터시티)

24. 윌리암 살리바(아스날)

25. 콜 파머(첼시)

26. 데클란 라이스(아스날)

27. 비티냐(파리생제르맹)

28.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바이어 레버쿠젠)

공동 29. 마츠 훔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동 29. 아르템 도우비크(지로나/AS 로마)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발롱도르, 스페인 대표팀, 마르카 소셜 미디어.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