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 A는 내 손안에 있다.”
무척 호기롭고 확신에 가득 찬 외침이다. 여의봉을 쥔 손오공인 양 큰소리치는 기세가 자못 놀랍다. 누가 이토록 호언장담하는가? 안토니오 콘테 SSC 나폴리 감독(55)이다.
그럴 만하다. 적어도 세리에 A만큼은 쥐락펴락하는 ‘절대자’로 자리매김했으니, 누가 토를 달 수 있겠는가. 단순한 명장을 뛰어넘어 이제 전설로 화한 느낌마저 자아내는 ‘상승(常勝) 장군’의 이미지를 짙게 풍기는 콘테 감독이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콘테 감독의 용병술에 녹아든 선수들은 잠재력을 한껏 분출하고 있다. 세리에 A 2024-2025시즌은 나폴리가 일으킨 질풍에 휩싸인 형국이다. 나폴리의 변신은 지금 세리에 A의 최대 화두다.
물론, ‘나폴리 돌풍’의 중핵은 콘테 감독이다. 3년 만에 세리에 A에 되돌아온 콘테 감독은 이번 시즌 대야망을 부풀린다. 세리에 A 역사의 신기원을 이루고 나아가 유럽 5대 리그의 새 지평을 열려 한다. 과연 역사의 장에 새롭게 아로새겨질 콘테 감독의 열망은 무엇일까?
콘테 감독은 세리에 A 우승을 뜻하는 스쿠데토(Scudetto: 작은 방패)와 인연이 깊다. 사령탑을 맡아 네 번씩이나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유벤투스를 이끌고(2011~2014년) 3연패(2011-2012~2013-2014시즌)의 개가를 올렸고,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인터 밀란)를 지휘하며 한 번(2020-2021시즌) 정상을 밟았다. 선수 시절에도 다섯 번씩이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유벤투스에 둥지를 틀고 다섯 개의 스쿠데토를 달았다.
세리에 A 최다 우승 감독은 아니다. 기록의 주인공인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에 비하면 세 걸음이나 뒤처져 있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유벤투스(6회)와 인터 밀란(1회)을 지휘하며 모두 7회 패권을 거머쥔 명장 중 명장이다.
콘테 감독은 그런 트라파토니 감독의 위업을 뛰어넘으려 한다. 같은 리그의 서로 다른 세 팀에서 정상에 올라서는 신기원을 이루겠다는 열정을 불태운다. 세리에 A는 물론 축구 본향인 유럽의 5대 리그에서도 아직 단 한 번도 구현된 적 없는 금자탑이다. 1888년 출범한 잉글랜드 풋볼리그를 비롯해 1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유럽 빅5 리그에서, 그 누구도 지금까지 밟지 못한 그야말로 ‘처녀지(處女地)’다.
콘테 감독이 넘보는 고지는 정복될 가능성이 크다. 나폴리가 세리에 A 2024-2025시즌을 주도하고 있는 데서, 쉽게 내다볼 수 있는 그림이다. 비록 ⅓을 채 소화하지 않은 시즌 초반부긴 해도, 나폴리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선두를 달리는 데에서 예측이 가능한 형세다.
현재로선, 콘테 감독을 빼면 도전할 만한 사령탑이 눈에 띄지 않는다. 당대 최고 사령탑을 다투는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65)이나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53)조차도 도전장을 내밀기엔 ‘시기상조’다. 우승 횟수에선, 두 감독이 앞선다. 그러나 ‘같은 리그-다른 세 팀’의 전제 조건을 만나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두 감독이다.
안첼로티 감독은 유럽 빅5 리그에서 모두 우승의 영광을 누린 유일한 사령탑이다. 그러나 같은 리그에서 다른 세 팀은커녕 두 팀을 지휘해 정상을 밟은 적도 없다(표 참조).
이 점에선, 과르디올라 감독도 매한가지다. 맨체스터 시티 전성시대를 열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6회)를 비롯해 라리가(3회)와 분데스리가(3회)를 휩쓸며 두 자릿수(12회) 우승을 일궈 당대 최고 명장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역시 한 리그에선 같은 팀을 이끌고 올린 개가였다.
‘스페셜 원’이라 자칭하는 주제 모리뉴 페네르바흐체 SK 감독(61)도 한 리그-다른 세 팀의 높은 벽 앞에서 손을 들었다. 각 리그의 명문 클럽을 지휘하며 우승과 자주 연(緣)을 맺긴 했어도, 한 리그의 같은 팀을 이끌고 낸 과실에 그쳤다.
지난 두 시즌 세리에 A에서, 나폴리는 극과 극을 오갔다. 2022-2023시즌 정상에 올랐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맹활약을 펼치던 시절에 밟은(1989-1990시즌) 뒤 무려 33년 만에 이룬 등정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023-2024시즌 10위로 곤두박질쳤다. 그 와중에서, 세 번씩이나 사령탑이 교체됐다. 우승을 일궜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65)이 물러난 뒤 뤼디 가르시아→ 발테르 마차리→ 프란체스코 칼초나가 사령탑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모두 중도 퇴진의 단명으로 끝났다.
지난 7월 1일, 콘테 감독은 나폴리 사령탑에 앉았다. 지난해 3월 26일(현지 일자) 토트넘 홋스퍼를 떠난 뒤 1년 3개월여 만에 자신의 고국 무대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난파 직전의 나폴리를 구원할 사명을 안은 콘테 감독은 명장의 역량을 한껏 뽐내고 있다. 세리에 A 역대 경기당 승점 최고(2.27) 사령탑(50경기 이상)다운 지휘력이 그대로 재현되는 모양새다. 이번 시즌 11경기에서 25점(8승 1무 2패)을 쌓아 경기당 승점이 똑같이 2.27이다.
유벤투스를 이끌던 시절인 2013-2014시즌, 콘테 감독은 최다 승점(102·33승 3무 2패)을 결실하며 정상에 올랐다. 과연 이번 시즌 콘테 감독은 세리에 A와 유럽 5대 리그의 새 지경을 개척할 수 있을까? 아울러 어느 정도 승점을 쌓아 나폴리의 우승을 이끌며 그 열망을 이룰지도 궁금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