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키(190cm)가 큰 거밖에 없다. 다들 너무 잘하는데 내가 키만큼은 꿀리지 않는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이어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한 나승엽(롯데 자이언츠 내야수)에게 자신의 장점을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키만 큰 게 아니었다. 폭발력 넘치는 장타력 또한 나승엽의 숨길 수 없는 매력 가운데 하나였다. 올 시즌 1군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7홈런을 터뜨린 그는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무력 시위를 벌였다.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대만과 격돌했다.
좌익수 홍창기-2루수 송성문-3루수 김도영-우익수 윤동희-포수 박동원-3루수 문보경-지명타자 김휘집-중견수 이주형-유격수 김주원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사이드암 고영표가 선발 출격했다. 나승엽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에 맞서는 대만은 좌익수 천천웨이-우익수 린리-중견수 천제시엔-지명타자 린안커-1루수 주위센-3루수 판제카이-포수 린자정-2루수 리카이웨이-유격수 장쿤위로 타순을 짰다. 선발 투수는 린위민.
대표팀 선발로 나선 고영표는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힘겨운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승엽이 추격의 불씨를 살리는 한 방을 날렸다. 나승엽은 2-6으로 뒤진 7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김휘집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대만 천관웨이의 2구째를 잡아당겨 우월 솔로 아치로 연결했다.
타구는 오른쪽 펜스 상단을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고 심판은 2루타를 선언했다. 그러자 대표팀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홈런으로 번복됐다. 하지만 대표팀 타선은 더 이상 힘을 내지 못했다. 결국 3-6 패배.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첫 경기에 패해 엄청 아쉽다. 고영표 선수가 상대 좌타 라인을 못 막은 게 패인이다. 2사 만루에서 체인지업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안 떨어져서 큰 걸로 연결된 게 아쉽다”고 했다.
선발 고영표가 무너졌지만 최지민(2⅔이닝), 곽도규(⅓이닝), 김서현, 유영찬, 조병현(이상 1이닝)은 6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대표팀 타선은 3안타 3볼넷을 묶어 3점을 뽑아냈다.
류중일 감독은 “타격 컨디션은 괜찮은 거 같다. 대만 투수들이 좋았다”면서 “타선은 큰 변화는 없을 거 같다. 나승엽이 홈런을 쳐서 숙소에 들어가서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4일 쿠바와 맞붙는다. 개막전 홈런의 주인공 나승엽이 쿠바전 승리의 선봉장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