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성산동, 고성환 기자] 이보다 짜릿한 '잘 가세요'가 또 있을까. 포항 스틸러스가 울산 HD를 누르고 코리아컵 왕좌에 올랐다.
포항 스틸러스는 30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울산 HD를 3-1로 꺾으며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코리아컵은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모두 참가해 한국 축구 최고를 가리는 대회다. 지난해까지는 대한축구협회(FA)컵으로 불렸지만, 한국 축구의 정체성을 위해 코리아컵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결승전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에서 중립 단판 경기로 변경됐다.
결승에서도 또 하나의 역사가 펼쳐졌다. 대회 최초로 동해안 더비가 성사된 것. 전통의 라이벌인 두 팀은 올 시즌 리그에선 희비가 엇갈렸지만, 마지막 순간 트로피를 걸고 맞붙게 됐다.
수많은 양 팀 팬들도 역사의 한 순간을 함께했다. 며칠 전 폭설이 내리면서 급격히 추워진 날씨였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기 내내 지붕에서 떨어지는 눈을 조심하라는 주의 방송이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27184명. 울산과 포항 구단에서 응원 버스를 운영한 덕분에 많은 팬들이 서울까지 올라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포항에서 올라온 버스만 공식적으로 45대에 달했다.
치열했던 승부의 승자는 포항이었다. 포항은 전반 막판 주민규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정재희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그런 뒤 연장 후반 터진 김인성의 결승골과 종료 직전 나온 강현제의 쐐기골로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포항은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동시에 통산 6회 우승(1996, 2008, 2012, 2013, 2023, 2024)을 일궈내며 전북, 수원삼성(이상 5회)을 따돌리고 최다 우승 단독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K리그1 3연속 챔피언' 울산은 구단 역사상 첫 더블을 눈앞에서 놓쳤다. 이번에 코리아컵에서 우승했다면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2번째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역전승이기에 더욱 짜릿했던 포항의 6번째 코리아컵 우승. 포항 서포터들은 김인성의 역전골과 강현제의 쐐기골이 나오자 우레 같은 함성을 뿜어냈다. 주민규가 선제골 후 포항 관중석 앞을 산책하는 세레머니를 펼칠 때까지만 해도 탄식과 야유가 나오던 포항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종료 휘슬이 불리자 포항 팬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축제를 즐겼다. 이들은 울산의 대표 응원가인 '잘 가세요'를 열창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험난했던 2024년을 보낸 포항 팬들로서는 그야말로 완벽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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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