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한해선 기자]
"설현 아닌 줄 알았다."
"연기가 무슨 일이냐."
이는 그룹 AOA 출신에서 배우로 전향한 김설현이 들은 최고의 찬사였다. 디즈니+ '조명가게'의 시작과 끝, 줄기를 탄탄하게 이어간 김설현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섬뜩한 행색으로 첫 등장해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들었고, 한 맺힌 여인의 사연으로 시청자를 울렸다. 시청자에게 오만가지 감정을 유발한 설현의 연기력, 기대 이상의 호연으로 물이 올랐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강풀 작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누적 조회수 1.5억 뷰를 돌파,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찬사와 사랑을 받고 있는 동명 웹툰 '조명가게'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조명가게' 연출은 배우 김희원이, 각본은 원작자인 강풀이 맡았다.
극 중 김설현은 흰 옷을 입고 밤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미스터리한 여자 지영 역을 맡았다. 지영은 연인 김현민(엄태구 분)이 자신을 만나러 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것을 목격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119에 신고하지 못하고 결국 현민이 죽었다고 착각해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말을 못 하는 지영은 고인이 된 후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김현민이라고 자신의 애인 이름을 말하게 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조명가게'에는 이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가 상당수 등장한다. 주지훈은 365일, 24시간 꺼지지 않는 '조명가게'를 지키는 주인 원영으로 분해 가게를 찾는 미스터리한 손님들을 맞이한다. 박보영은 밝은 면모를 잃지 않는 중환자 병동의 간호사 권영지 역을, 이정은은 딸 현주를 매일 조명가게에 보내며 전구 심부름을 시키는 유희 역을 맡았다. 신은수가 맡은 현주는 엄마와의 약속을 위해 매일 조명가게를 들르다가 이상하고 기묘한 일들을 겪게 되는 인물이며, 김민하는 오래된 빌라로 이사간 뒤 자꾸 이상한 일을 겪는 작가 선해 역을, 박혁권은 항상 젖은 채로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승원 역을 선보였다.
-'조명가게'는 어떻게 봤는지.
▶저도 모니터링을 못했었는데 배우분들이 모여서 봤는데 훨씬 재미있었다. 다 같이 훌쩍이면서 봤다. 옴니버스 얘기여서 다른 선배님들이 촬영한 걸 못 본 적도 많은데 새로운 장면을 재미있게 봤다.
-촬영하며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지영이가 장애도 있고 제한적인 게 많았다. 지영이가 의지가 강한 캐릭터인데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이유를 드러내면 안 됐고 5부 이후에 감정을 확 드러내야 해서 간극을 잡는 게 힘들었다. 뒤에서 확 터져나오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 감정을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할까 싶었다. 지영이가 우는 신도 많았는데 이 정도를 설정하는 데에도 고민이 많았다. 8부에서 공개된 버스 신이 저에겐 어렵게 다가왔는데 대사를 감독님과 많이 수정하며 테이크를 진짜 많이 촬영했다.
-'조명가게'의 어떤 점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제가 해보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봤을 때 일단 너무 재미있었고 원작도 재미있었다. 지영이 캐릭터가 저도 임팩트 있는 역할이라 생각했고 이 역을 잘 소화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또 강풀 작가님의 이야기가 너무 따뜻했고 좋은 드라마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잘 소화한 것 같은가.
▶사실 저는 저에 대해 확신을 잘 가지려고 하는데,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보는 사람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이번엔 제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잘 봤다'고 연락도 많이 왔고 '잘했다', '슬펐다'고 하시더라.
-시청자 반응은 어떻게 찾아봤나. '연기가 무슨 일이냐'란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매일 제 이름과 지영이 이름을 검색해 보면서 반응을 찾아봤다. 이번 드라마 반응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다. 주변인들도 '너무 슬펐다'고 하시는 걸 보면서 '내가 목표했던 지점을 이뤘구나' 싶었다. 제 생각에는 이 드라마를 더 열심히 하거나 특별히 더 연구하거나 이랬던 것보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너무 잘 만나서 제가 한 연기를 더 잘 담아주신 것 같았다.
-'조명가게'는 김희원 배우가 감독으로 연출을 한 작품이었다.
▶제가 긴장을 했던 부분에 대해 하나씩 다 보시고 짚어주셔서 고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마다 연출 방식이 다르지만 감독님은 진짜 배우의 캐릭터를 같이 고민해 주셨다. 모든 캐릭터의 연기를 직접 다 해보시고서 '내가 해봤는데 이런 부분은 안 되더라. 너는 어떻니?'라면서 같이 고민해 주셔서 좋았다.
-김희원 감독이 설현의 얼굴이 촌스러워서 이번 캐릭터에 맞아보였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저는 어떤 평가에 대해 내 생각과 다를지라도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감독님이 나중에 '그렇게 얘기한 이유는 네가 이번 드라마로서 더 캐릭터로 다가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모습뿐만 아니라 보편화된 감정이나 상황을 잘 전달하는 사람이란 걸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해 주셨다.
-지영의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
▶지영이 처음에 미스터리 호러로 시작하는데, 등장하는 캐릭터여서 지영의 톤이 드라마의 톤이라고 생각했다. 장르적 특성에 더 집중했던 것 같고 더 알 수 없는 여자처럼 보이게 했다. 지영이 귀신인지, 현민이를 죽이려는 살인마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엄태구 배우와 안타까운 사랑은 어떻게 그려진 것 같은가.
▶저는 개인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사랑을 좋아해서 원작을 보고는 좋았다. 그런데 드라마에선 현민이가 지영이를 더 사랑하는데 못 알아보는 걸로 표현됐는데, 그런 부분도 좋았다. 태구 선배님도 더 그렇게 표현하길 원하셨고 그래서 더 애틋한 사랑이 표현된 것 같았다. 지영이에겐 현민이가 유일하게 사랑할 수 있는 존재고 사랑받는 존재라고 생각한 것 같다.
-엄태구 배우가 원래 숫기가 없고 말이 없는 배우로 유명한데. 극 중 애교나 적극적인 모습을 접할 땐 기분이 어땠는지.
▶행복했던 신을 찍으면 대본에 없던 신도 연기했는데, 선배님이 되게 부끄러워하시면서 '어어' 하시면서 그래도 열심히 연기하려고 하시더라. 현민이가 사랑하는 마음을 열심히 표현하려고 하신 의지가 드러났다. 부끄러워하시면서 더 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선배님과 저는 신 들어갈 것에 대해 조용히 집중하는 게 비슷했다. 다른 분들은 저희를 보면서 '너네 왜 이렇게 말이 없어?', '왜 아직도 어색해?'라고 하시기도 했는데 저희는 어색하지 않았다. 선배님과 저는 일부러 다가가서 얘기하려는 게 더 어색하진다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했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하고, 할 말이 있으면 하고 그런 게 저희를 편하게 만든 것 같다.
-엄태구 배우와 최근 '소울메이트'라고 밝혔는데, 베스트 프렌드가 좀 된 것 같은가. 2018년 영화 '안시성'도 같이 찍은 인연이 있다.
▶저희는 대화가 없는 이 상황이 너무 편했다. 억지로 대화는 하는 게 더 불편했다.(웃음) 그런데 주변 선배님이 '대화 좀 해'라고 해서 저희가 '말하지 않아도 편하다', '소울메이트라서 그렇다'라고 한 건데 진짜 소울메이트가 된 것 같다. 저희 진짜 친하다.(웃음)
-'조명가게'에 대한 국내외 반응과 성적이 좋다.
▶슬펐다, 울었다는 반응이 되게 좋았다. 이번에 '연기 왜 이렇게 잘하냐', '설현 아닌 줄 알았다'라는 반응도 되게 기분이 좋았다.
-'조명가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저마다의 '사랑'이 있다는 걸 표현한 것 같다. 저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더불어가는 세상'을 담은 드라마 같았다. 계속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혼자만의 의지는 아니라는 말도 계속 한다. 서로를 살리려고 하는 점들이 '사랑'과 '더불어가는 세상'을 말하려고 한 것 같다.
-설현 배우라면 '조명가게'에 남는 것을 택할 것인지.
▶저도 사람이 중요해서 '친구 따라 강남간다'라는 사람이 저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을 택할 것 같다. 그쪽이 어디든.
-'조명가게'를 촬영하며 가장 슬픔이 몰려왔던 장면은?
▶현민이 엄마에게 '너 때문에 현민이가 죽었다'라고 문자가 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죄책감이 들었고 소중한 단 하나의 삶의 의지가 없어진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 가치가 없단 생각이 들면서 신 찍을 때 엄청 슬펐다.
-연기한 지 10년 정도가 됐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매번 바뀌는 것 같은데 점점 잘하고 싶고 점점 진심이 되는 것 같다. 연기할 때 저 스스로 다짐한 게 있는데 '전보다 잘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배우로서는 어떤 색으로 설현을 채우고 싶은가.
▶저는 '배우'라고 하면 '연기 잘한다'는 타이틀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가수할 때도 '무대 잘한다'라는 말이 제일 좋았다. 어떤 배우가 나오면 배역을 믿게 되는 배우가 있지 않냐.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엔 극적으로 보여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제가 스스로 '진심으로 했는가'보다는 보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보이는가'를 더 신경썼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신 것 같다. 어떻게 연기해야 더 유리하게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지 잘 잡아주셨다.
-칭찬을 받았을 때 의지가 생기는 편인지, 지적을 받았을 때 의지가 생기는 편인지.
▶저는 사실 따끔한 지적을 더 많이 받았던 사람으로서 칭찬을 받으면 좋더라. 스스로도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지적을 받으면 더 주눅들고 칭찬을 받으면 더 신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에게는 그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가수 활동 계획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고,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 저에게 주어지는 대로 다 하려고 한다.
-지금은 아무래도 연기에 집중하는 시기라고 보면 되나.
▶작품 활동이 끝나면 '연기란 이런 거지'란 걸 알게 되는데, 알 것 같던 것들이 휘발되기도 한다. 그때 빨리 다른 작품도 하고 싶어진다.
-설현에게 2024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배우란 직업이 선택을 받아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직업이구나 싶었다. 그런 게 없으면 불안하기도 하더라. 가수 활동을 할 때는 내가 주도적으로 앨범을 만들고 흘러갔는데, 배우 생활을 할 때는 선택을 받아야 하고 내가 촬영 시기도 다 맞춰야 해서 처음엔 되게 불안하기도 했다. 나름 쉬는 시간 동안 잘 보냈던 것 같고 빈틈을 잘 채운 것 같다. 내년엔 새로운 작품을 찍을 것 같은데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강아지랑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
-곧 30대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저는 어릴 때 서른이라고 하면 되게 어른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언제 서른이 됐지 싶다. 사실 서른이란 게 실감이 나지 않는데 그래도 20대 때보다는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주변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니 '절대 20대로는 안 돌아갈 거다. 힘들었다'라고 하시던데 얼마나 더 여유가 있어질까 기대가 된다.
-욕심나고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저는 액션을 되게 해보고 싶다. '킬 빌' 같은 작품이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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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연기가 무슨 일이냐."
이는 그룹 AOA 출신에서 배우로 전향한 김설현이 들은 최고의 찬사였다. 디즈니+ '조명가게'의 시작과 끝, 줄기를 탄탄하게 이어간 김설현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섬뜩한 행색으로 첫 등장해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들었고, 한 맺힌 여인의 사연으로 시청자를 울렸다. 시청자에게 오만가지 감정을 유발한 설현의 연기력, 기대 이상의 호연으로 물이 올랐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강풀 작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누적 조회수 1.5억 뷰를 돌파,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찬사와 사랑을 받고 있는 동명 웹툰 '조명가게'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조명가게' 연출은 배우 김희원이, 각본은 원작자인 강풀이 맡았다.
극 중 김설현은 흰 옷을 입고 밤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미스터리한 여자 지영 역을 맡았다. 지영은 연인 김현민(엄태구 분)이 자신을 만나러 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것을 목격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119에 신고하지 못하고 결국 현민이 죽었다고 착각해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말을 못 하는 지영은 고인이 된 후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김현민이라고 자신의 애인 이름을 말하게 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조명가게'에는 이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가 상당수 등장한다. 주지훈은 365일, 24시간 꺼지지 않는 '조명가게'를 지키는 주인 원영으로 분해 가게를 찾는 미스터리한 손님들을 맞이한다. 박보영은 밝은 면모를 잃지 않는 중환자 병동의 간호사 권영지 역을, 이정은은 딸 현주를 매일 조명가게에 보내며 전구 심부름을 시키는 유희 역을 맡았다. 신은수가 맡은 현주는 엄마와의 약속을 위해 매일 조명가게를 들르다가 이상하고 기묘한 일들을 겪게 되는 인물이며, 김민하는 오래된 빌라로 이사간 뒤 자꾸 이상한 일을 겪는 작가 선해 역을, 박혁권은 항상 젖은 채로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승원 역을 선보였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조명가게'는 어떻게 봤는지.
▶저도 모니터링을 못했었는데 배우분들이 모여서 봤는데 훨씬 재미있었다. 다 같이 훌쩍이면서 봤다. 옴니버스 얘기여서 다른 선배님들이 촬영한 걸 못 본 적도 많은데 새로운 장면을 재미있게 봤다.
-촬영하며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지영이가 장애도 있고 제한적인 게 많았다. 지영이가 의지가 강한 캐릭터인데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이유를 드러내면 안 됐고 5부 이후에 감정을 확 드러내야 해서 간극을 잡는 게 힘들었다. 뒤에서 확 터져나오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 감정을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할까 싶었다. 지영이가 우는 신도 많았는데 이 정도를 설정하는 데에도 고민이 많았다. 8부에서 공개된 버스 신이 저에겐 어렵게 다가왔는데 대사를 감독님과 많이 수정하며 테이크를 진짜 많이 촬영했다.
-'조명가게'의 어떤 점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
▶제가 해보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봤을 때 일단 너무 재미있었고 원작도 재미있었다. 지영이 캐릭터가 저도 임팩트 있는 역할이라 생각했고 이 역을 잘 소화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또 강풀 작가님의 이야기가 너무 따뜻했고 좋은 드라마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잘 소화한 것 같은가.
▶사실 저는 저에 대해 확신을 잘 가지려고 하는데,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보는 사람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이번엔 제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잘 봤다'고 연락도 많이 왔고 '잘했다', '슬펐다'고 하시더라.
-시청자 반응은 어떻게 찾아봤나. '연기가 무슨 일이냐'란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매일 제 이름과 지영이 이름을 검색해 보면서 반응을 찾아봤다. 이번 드라마 반응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다. 주변인들도 '너무 슬펐다'고 하시는 걸 보면서 '내가 목표했던 지점을 이뤘구나' 싶었다. 제 생각에는 이 드라마를 더 열심히 하거나 특별히 더 연구하거나 이랬던 것보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너무 잘 만나서 제가 한 연기를 더 잘 담아주신 것 같았다.
-'조명가게'는 김희원 배우가 감독으로 연출을 한 작품이었다.
▶제가 긴장을 했던 부분에 대해 하나씩 다 보시고 짚어주셔서 고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마다 연출 방식이 다르지만 감독님은 진짜 배우의 캐릭터를 같이 고민해 주셨다. 모든 캐릭터의 연기를 직접 다 해보시고서 '내가 해봤는데 이런 부분은 안 되더라. 너는 어떻니?'라면서 같이 고민해 주셔서 좋았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김희원 감독이 설현의 얼굴이 촌스러워서 이번 캐릭터에 맞아보였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저는 어떤 평가에 대해 내 생각과 다를지라도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감독님이 나중에 '그렇게 얘기한 이유는 네가 이번 드라마로서 더 캐릭터로 다가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모습뿐만 아니라 보편화된 감정이나 상황을 잘 전달하는 사람이란 걸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해 주셨다.
-지영의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
▶지영이 처음에 미스터리 호러로 시작하는데, 등장하는 캐릭터여서 지영의 톤이 드라마의 톤이라고 생각했다. 장르적 특성에 더 집중했던 것 같고 더 알 수 없는 여자처럼 보이게 했다. 지영이 귀신인지, 현민이를 죽이려는 살인마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엄태구 배우와 안타까운 사랑은 어떻게 그려진 것 같은가.
▶저는 개인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사랑을 좋아해서 원작을 보고는 좋았다. 그런데 드라마에선 현민이가 지영이를 더 사랑하는데 못 알아보는 걸로 표현됐는데, 그런 부분도 좋았다. 태구 선배님도 더 그렇게 표현하길 원하셨고 그래서 더 애틋한 사랑이 표현된 것 같았다. 지영이에겐 현민이가 유일하게 사랑할 수 있는 존재고 사랑받는 존재라고 생각한 것 같다.
-엄태구 배우가 원래 숫기가 없고 말이 없는 배우로 유명한데. 극 중 애교나 적극적인 모습을 접할 땐 기분이 어땠는지.
▶행복했던 신을 찍으면 대본에 없던 신도 연기했는데, 선배님이 되게 부끄러워하시면서 '어어' 하시면서 그래도 열심히 연기하려고 하시더라. 현민이가 사랑하는 마음을 열심히 표현하려고 하신 의지가 드러났다. 부끄러워하시면서 더 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선배님과 저는 신 들어갈 것에 대해 조용히 집중하는 게 비슷했다. 다른 분들은 저희를 보면서 '너네 왜 이렇게 말이 없어?', '왜 아직도 어색해?'라고 하시기도 했는데 저희는 어색하지 않았다. 선배님과 저는 일부러 다가가서 얘기하려는 게 더 어색하진다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했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하고, 할 말이 있으면 하고 그런 게 저희를 편하게 만든 것 같다.
-엄태구 배우와 최근 '소울메이트'라고 밝혔는데, 베스트 프렌드가 좀 된 것 같은가. 2018년 영화 '안시성'도 같이 찍은 인연이 있다.
▶저희는 대화가 없는 이 상황이 너무 편했다. 억지로 대화는 하는 게 더 불편했다.(웃음) 그런데 주변 선배님이 '대화 좀 해'라고 해서 저희가 '말하지 않아도 편하다', '소울메이트라서 그렇다'라고 한 건데 진짜 소울메이트가 된 것 같다. 저희 진짜 친하다.(웃음)
-'조명가게'에 대한 국내외 반응과 성적이 좋다.
▶슬펐다, 울었다는 반응이 되게 좋았다. 이번에 '연기 왜 이렇게 잘하냐', '설현 아닌 줄 알았다'라는 반응도 되게 기분이 좋았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조명가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저마다의 '사랑'이 있다는 걸 표현한 것 같다. 저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더불어가는 세상'을 담은 드라마 같았다. 계속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혼자만의 의지는 아니라는 말도 계속 한다. 서로를 살리려고 하는 점들이 '사랑'과 '더불어가는 세상'을 말하려고 한 것 같다.
-설현 배우라면 '조명가게'에 남는 것을 택할 것인지.
▶저도 사람이 중요해서 '친구 따라 강남간다'라는 사람이 저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을 택할 것 같다. 그쪽이 어디든.
-'조명가게'를 촬영하며 가장 슬픔이 몰려왔던 장면은?
▶현민이 엄마에게 '너 때문에 현민이가 죽었다'라고 문자가 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죄책감이 들었고 소중한 단 하나의 삶의 의지가 없어진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 가치가 없단 생각이 들면서 신 찍을 때 엄청 슬펐다.
-연기한 지 10년 정도가 됐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매번 바뀌는 것 같은데 점점 잘하고 싶고 점점 진심이 되는 것 같다. 연기할 때 저 스스로 다짐한 게 있는데 '전보다 잘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배우로서는 어떤 색으로 설현을 채우고 싶은가.
▶저는 '배우'라고 하면 '연기 잘한다'는 타이틀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가수할 때도 '무대 잘한다'라는 말이 제일 좋았다. 어떤 배우가 나오면 배역을 믿게 되는 배우가 있지 않냐.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엔 극적으로 보여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제가 스스로 '진심으로 했는가'보다는 보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보이는가'를 더 신경썼던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신 것 같다. 어떻게 연기해야 더 유리하게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지 잘 잡아주셨다.
-칭찬을 받았을 때 의지가 생기는 편인지, 지적을 받았을 때 의지가 생기는 편인지.
▶저는 사실 따끔한 지적을 더 많이 받았던 사람으로서 칭찬을 받으면 좋더라. 스스로도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지적을 받으면 더 주눅들고 칭찬을 받으면 더 신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에게는 그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가수 활동 계획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고,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다. 저에게 주어지는 대로 다 하려고 한다.
-지금은 아무래도 연기에 집중하는 시기라고 보면 되나.
▶작품 활동이 끝나면 '연기란 이런 거지'란 걸 알게 되는데, 알 것 같던 것들이 휘발되기도 한다. 그때 빨리 다른 작품도 하고 싶어진다.
-설현에게 2024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배우란 직업이 선택을 받아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직업이구나 싶었다. 그런 게 없으면 불안하기도 하더라. 가수 활동을 할 때는 내가 주도적으로 앨범을 만들고 흘러갔는데, 배우 생활을 할 때는 선택을 받아야 하고 내가 촬영 시기도 다 맞춰야 해서 처음엔 되게 불안하기도 했다. 나름 쉬는 시간 동안 잘 보냈던 것 같고 빈틈을 잘 채운 것 같다. 내년엔 새로운 작품을 찍을 것 같은데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강아지랑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
-곧 30대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저는 어릴 때 서른이라고 하면 되게 어른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언제 서른이 됐지 싶다. 사실 서른이란 게 실감이 나지 않는데 그래도 20대 때보다는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주변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니 '절대 20대로는 안 돌아갈 거다. 힘들었다'라고 하시던데 얼마나 더 여유가 있어질까 기대가 된다.
-욕심나고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저는 액션을 되게 해보고 싶다. '킬 빌' 같은 작품이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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