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인터뷰④에 이어) '지금 거신 전화는'의 김지운 작가가 화제를 모은 엔딩에 대해 고심한 부분들을 밝혔다.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약칭 지거전)'의 극본을 쓴 김지운 작가는 1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제작사 본팩토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채진과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4일 방송된 12회에서 최고 시청률 8.6%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원작과 다른 드라마 만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다만 원작을 본 팬들과 드라마만 본 팬들 사이 엔딩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도 한 바. 이에 김지운 작가가 직접 밝혔다.
아르간 엔딩에 대해 김지운 작가는 "원작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 부분이 스펙터클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마지막에 쓰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마지막 후반 스케줄이 빠듯했다 보니까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 분량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사실은 제 과욕에서 비롯됐다"라고 겸손하게 말한 그는 "초반 12부 초고에서는 훨씬 더 아르간 분량이 많았다. 초반부 사언의 인질 협상 전문가 면모가 실제 협상까지 나온다. 희주도 국제수어통역사로서 국가 허가를 받고 수어통역사와 인질협상전문가로서 만나는 장면이 원래는 있었다. 그런데 스케줄이 너무 빠듯한 데다가, 외국 로케이션을 갈 수가 없다 보니 촬영환경에 대한 부담도 있고 최대한 줄이다 보니까 중요한 포인트들이 빠져서 시청자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다. 아쉬우셨을 것 같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대본에 표현된 것보다 훨씬 더 연출적으로 아르간 분량이 더 아름답게 표현된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동시에 '지거전'은 드라마 엔딩으로는 쉬위가 높은 베드씬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김지운 작가는 "사실 베드씬 묘사를 제가 직접 자세히 하진 않았다"라고 멋쩍어 하면서도 "제가 쓴 지문 중 생각나는 건 '흰 색의 얇은 천이 침상 같은 것에 덮여 있다'라는 거였는데 잘 구현해주셨더라"라며 웃었다. 또한 "유연석 배우가 워낙 중요한 씬이랑 준비를 많이 하시고 레퍼런스를 잘 구현해주셨다"라며 "마지막 다 같이 모여 봤는데 그 자리에 탬버린이 있었다. 브라질 팬들과 흡사하게 열광하면서 봤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베드씬 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드라마와 달리 원작은 한층 더 과감한 수위 높은 표현으로도 유명한 터. 김지운 작가는 "웹소설 장르에 맞는 내용이 원작에는 있다. 그런데 드라마로 각색이 되면서는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19금' 장면들을 멜로로 승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6부 이후로는 희주를 향한 사언의 절대적인 멜로 분량으로 많이 감정들을 풀어가려고 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지키려고 하는 진심들로 더 스토리를 가져갔다. 그렇지만 원작에서 재미있던 게 희주가 자기 자신을 질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잠깐이라도, 원작을 보신 분들이 기대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잠깐이지만 넣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원작을 처음 읽을 때 매력을 느낀 지저들이 존재한데 그 매력을 충분히 살리는 게 중요하다. 그 매력이 빠지고 각색될 거라면 그 원작을 IP로 삼는 이유가 없으니까 원작을 처음 읽을 때 좋았던 건 최대한 살린다. 그렇지만 웹소설과 드라마는 전혀 다른 장르라 드라마적으로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각색 방향을 잡았다"라며 "드라마는 영상화 되는 대본이다. 웹소설은 텍스트를 독자들이 읽으면서 그들의 상상을 구현한다면 우리는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나와야 해서 비주얼적인 것들을 신경써야 한다. 가령 1부의 대사관 파티도, 희주가 첫 협박 전화를 할 때 장소가 어디인지 생각했다. 집은 아니어야 했고, 단조롭지 않게 스케일을 벌일 수 있는 파티 장면을 상상해본다는 식으로 영상화되는 장면을 염두에 많이 두고 작업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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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팩토리,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