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부임 첫해 KIA 타이거즈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이범호(44) 감독이 자신만의 '형님 리더십' 비결을 밝혔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이대호 [RE:DAEHO]'에 공개된 영상에서 자신의 감독관에 대해 설명했다.
지도자로서의 철학에 대해 "선수들에게 최대한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밝힌 이범호 감독은 "지금 (프로 구단에) 들어오는 선수들은 혼나면서 크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혼나면서 크는 시대였다"며 "고참 선수들이 보기에 지금 어린 선수들은 '진짜 예의 없네, 말이 안 되네'라는 행동을 한다. (어린 선수들) 또래끼리 있을 때 보면 '그게 왜요? 아무것도 아닌데?'가 된다"과 선수단 내에도 세대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범호 감독은 "퓨처스 총괄코치를 할 때 경험해 봤다. (어린 선수들이) '코치님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이렇게 해야지. 제가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하면 돼요'라고 한다. 1군에서 2군으로 내려온 고참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제일 높은 사람한테 말을 저렇게 해?'라고 생각한다"며 "(어린) 애들은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강압적인 시대에 살았던 우리만 '나한테 이런 말을 하고 갔어? 어떻게 복수해 주지?'하며 (그 말에) 꽂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도 '이러니까 안 되는 거야'하고 흘러간다. 그들은 그런 말에 상처받지 않는다. 있는 말을 그대로 주고받으면 끝이다"라고 'MZ 세대' 선수들의 특징을 분석했다.
이어 "그런데 (고참을 포함한) 우리 시대는 칼 같은 비수를 하나 꽂으면 '저 사람 나 싫어하나? 나한테 복수했나?'하면서 (지도자와 선수) 관계가 틀어진다"며 "고참들과 대화할 때, 어린 선수들과 대화할 때 완전 패턴을 다르게 한다. 고참들은 조그마한 것에 '비수를 꽂는다'고 생각할까 봐 더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라고 섬세한 면모를 보여줬다.
2019년에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범호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뒤 KIA로 돌아와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21년 KIA 퓨처스 감독, 2022년과 2023년 1군 타격코치를 맡아 경력을 쌓은 이범호 감독은 지난해 2월 13일 KIA의 1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KIA는 김종국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 새 감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범호 감독이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
KBO리그 유일의 80년대생(1981년생) 사령탑인 이범호 감독은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앞세워 시즌 내내 KIA의 선두 독주를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2017년 이후 7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범호 감독은 2024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공언한 대로 부임 첫해 우승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KIA는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이범호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역 감독 최고 예우로 3년 총액 26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6억 원) 재계약을 선물로 안겼다.
이범호 감독은 맞춤형 대화가 필요한 선수로 최원준, 이우성, 변우혁 등을 꼽았다. 그는 "내 한마디에 눈치 보고 '큰일 났다'라고 생각하는 성격의 선수들에게는 웬만하면 (많은) 말을 안 한다. 가끔가다 (말을) 툭 던지고 나오는 정도만 한다. 깊은 이야기를 상의하러 올 때는 정성스럽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이우성을 예로 들며 "병살을 치면 더그아웃 구석에 가 있다. 그러면 (경기에서) 뺄 거 아니니까 이리 오라고 한다. (이우성에게) '괜찮다. 못 치면 어때. 그다음에 네가 쳐서 이기면 된다'고 구석에서 끌어낸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는 것은 전체가 감수하면 된다고 항상 이야기 한다. '누구 때문에 졌다, 이렇게 했으면 이겼을 텐데' 이런 말은 하지 말자고 한다. 그런 말을 하면 상처가 된다. 지면 지는 대로 끝, 이기면 이기는 대로 끝이다. 이렇게 하니까 별 다른 뒷말이 없다"라고 선수단 분위기를 이끄는 요령을 밝혔다.
항상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일 엄하게 할 때가 언제냐"라는 이대호의 질문에 이범호 감독은 "하루에 한 경기 뛰는 것을 힘들어할 때다. (이럴 때는) 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몸(컨디션)이 안 되고 너무 힘들다 싶으면 나에게 와서 빼달라 그러라고 한다. 그러면 하루 (경기에서) 빼주면 된다. 내일 다시 하면 된다. '(몸 상태) 어때?'라고 물었을 때 '조금 안 좋긴 한데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경기에 나가서 4타수 무안타 치지 말라고 한다"며 "과감하게 '오늘 나가도 못 칠 것 같고 며칠 동안 못 쳤더니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 하루 쉬고 싶다'라고 하면 OK다. 다른 선수가 나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해(2024년) 딱 한 번 미팅해서 야수들에게 화를 한 번 냈다. 하루에 한 경기를 못 할 것 같으면 이야기하라고 했다. 힘들면 쉬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런 것을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고) 트레이너실에 가서 '오늘 죽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 하루 안 빼주나' 이러면 (분위기가) 다 전염된다"라고 했다.
이어 "힘들면 안 해도 되는데, 안 힘들면 연습 안 해도 되니 경기만 뛰라고 했다. '프로선수인데 하루에 한 경기 하는 게 어려우면 돈을 안 받아야 한다'라고 했더니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후 선수들이 따로 미팅했다. 그때부터 쭉 치고 올라갔다"라고 선수들을 각성하게 만든 비결을 밝혔다.
사진=뉴스1, 뉴시스, OSEN, 유튜브 '이대호 [RE:DAEHO]'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