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먹튀로 전락했는데 구단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FA 계약 당시 보험을 들지 않은 탓에 남은 2년 연봉도 완전히 매몰 비용이 되게 생겼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가 왼쪽 고관절 수술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내야수 앤서니 렌던(35)에 대한 보험을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렌던은 지난 2019년 12월 에인절스와 7년 2억4500만 달러에 계약 FA을 했는데 당시 에인절스가 보험을 넣지 않은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수와 고액 장기 계약을 할 때 부상이나 사고에 따른 이른 은퇴에 대비해 보험을 들곤 한다. 렌던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조건으로 워싱턴 내셔널스와 FA 계약한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경우 잦은 부상 이력으로 보험사가 거부한 예외적 케이스이지만 렌던은 에인절스 구단이 보험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역시 비용 절감이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아르테 모레노 에인절스 구단주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싶지 않아 렌던과 계약할 때 보험을 들지 않았다. 물론 보험을 안 드는 구단이 에인절스만 있는 건 아니지만 게리 매튜스 주니어, 버논 웰스, 알버트 푸홀스, 조쉬 해밀턴, 저스틴 업튼 등 고액 악성 계약자들 때문에 골머리 앓았던 에인절스가 보험을 포기한 건 완전 패착이었다.
보험 가입시 보험료 및 혜택은 선수 부상 이력에 따라 다르지만 디애슬레틱 보도에 의하면 에인절스가 보험에 가입했더라면 렌던으로부터 나가는 돈의 최소 5000만 달러를 아꼈을 것이라고 한다. 내년까지 에인절스와 계약이 2년 더 남은 렌던의 연봉은 각각 3860만 달러로 총액 772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15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3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한 렌던은 리그 정상급 3루수로 성장했다. 2019년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FA 시장에 나와 에인절스로 이적했다. 대형 계약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합당한 대우로 여겨질 만큼 워싱턴 시절 렌던은 공수겸장 3루수로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잘했다. 워크에식 논란도 없었지만 에인절스에 와서 ‘본색’을 드러냈다.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을 빼고 매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경기에 못 뛰는 날이 더 많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2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에인절스에서 5년간 팀의 708경기 중 257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경기 출장률 36.3%. 성적도 갈수록 나빠져 지난해에는 57경기 타율 2할1푼8리(206타수 45안타) 무홈런 14타점 OPS .574로 바닥을 쳤다.
에인절스를 더욱 속 터지게 하는 건 렌던의 태도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시작될 때부터 은퇴를 생각했다고 밝힌 그는 “내게 야구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야구 시즌이 너무 길다” 등 불필요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2023년 개막전 때는 자신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팬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하다 4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취재진의 질문에 “나 영어 못한다”며 회피하는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밉상’ 행동을 거듭해 팬들은 물론 미디어로부터도 완전히 민심을 잃었다.
이번에 고관절 수술을 결정한 뒤에는 론 워싱턴 에인절스 감독의 전화를 받지 않고 콜백도 하지 않았다. 시즌 아웃이 유력한 상황에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쯤 되면 고의적인 태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선수에게 몇 푼 아끼려고 보험을 들지 않아 생돈을 날린 게 10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에인절스의 현실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