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난(대만), 조형래 기자] “백척간두에 서 있으니까.”
화려한 조명을 받는 1군에 비해 2군에 머무는 선수들은 음지에 있으면서 긴장감을 더 유지해야 한다. 퓨처스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팀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연령대가 높은 선수들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는 내야수 노진혁(36)과 김민성(37)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롯데에 합류해 있지만 지금 당장은 1군 전력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들은 1군 스프링캠프가 아닌 퓨처스 스프링캠프에 참가해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희 퓨처스팀 감독은 “백척간두에 서 있으니까”라며 퓨처스팀 선수들의 상황, 그리고 노진혁과 김민성의 상황을 묘사했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위기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팀의 세대교체 기조 속에서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김태형 감독은 두 선수를 활용하려고 해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젊은 선수들을 기용해 주전급 선수들로 성장시켰다.
당장 두 선수가 1군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주전과 백업 자리 모두 두 선수는 후순위다. 1루수 나승엽-2루수 고승민-3루수 손호영-유격수 박승욱의 주전에 백업은 전민재 이호준 한태양 최항 등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백업들은 주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백업 선수들 중에서도 1군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일단 김태형 감독은 노진혁과 김민성의 1군 콜업 기준에 대해 “뭐 하나라도 나은 게 있어야 한다”라며 두 선수의 1군 콜업 기준을 명확하고 단호하게 설명했다.
어차피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치르면 다양한 변수들이 발생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퓨처스팀에서 착실하게 준비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희 감독은 “우리는 1군의 보급부대 아니겠나. 1군이 필요한 순간 선수들을 올려 보낼 수 있게 잘 준비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민성과 노진혁에게도 마찬가지의 얘기다.
이미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선수들이기에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 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터. 그래도 퓨처스팀 입장에서는 1군에서 언제 부름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준비를 시키려고 한다. 지난 21일 대만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와의 연습경기에서는 김민성과 노진혁이 나란히 1,2번 타자로 출장했다. “타석에 최대한 많이 들어서게 해서 감각을 끌어올리려고”라며 이유를 설명한 김용희 감독이다. 노진혁은 3타수 무안타 1볼넷, 그리고 김민성은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3-3으로 맞선 7회말 1사 3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결승타를 기록했다. 팀은 4-3으로 승리했다.
수비 역시도 노진혁이 3루수, 김민성이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미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이지만 1군 내야진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상황을 준비시키고 있다. 퓨처스팀이 다양하게 준비를 시키고 있지만 결국 본인들 하기 나름이고 스스로 1군의 부름을 받을 준비가 됐다고 보여줘야 한다.
두 선수 모두 퓨처스팀에 어울리지 않는 베테랑이지만,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이려고 한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 후 공을 줍고 또 노하우를 알려주는 등 백의종군 했다. 과연 벼랑 끝에 서 있는 두 선수는 언제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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