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오만 원정, 홍명보 감독이 강조한 15분의 비밀은?
입력 : 2012.02.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파주] 한준 기자= 런던으로 가는 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운명은 22일 오만 원정에 달렸다. 오만전에 승리할 경우 올림픽 본선 티켓이 주어지고, 패배한다면 자력 진출 가능성이 사라진다.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두 차례 중동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주장 홍정호의 말대로 ‘결승전’이다.

올림픽 대표팀은 절체절명의 승부를 일주일 앞둔 14일 조기 소집됐다. 두바이 전훈을 위해 파주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모인 젊은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두 차례 중동 원정에서 모두 선제골을 내줬고, 특히 지난 5일 사우디 원정에서 종료 직전 동점골로 기사회생한 올림픽 대표팀은 오만 원정에서 반드시 개선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중동 원정은 이번 올림픽 대표팀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한국 축구의 고비였다. 사우디 원정은 실망스러웠다. 올림픽 대표팀은 중동 원정 2연전을 대비해 태국 킹스컵에 참가하며 전술 훈련과 실전 경험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는 간신히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미드필더 박종우(23, 부산)는 “킹스컵은 부담이 없었다. 올림픽 경기는 실전인데다 원정이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컸다”며 심리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우(22, 사간 토스) 역시 “선수들이 준비한 만큼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경기장에서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한번의 전지훈련, 그리고 치명적인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올림픽 대표팀, 선수로 수 많은 중동 원정을 경험한 홍명보 감독은 과연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이번 오만 원정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주문하고 있을까?



시대를 풍미한 수비수 출신답게 홍명보 감독은 수비의 안정을 강조했다. 센터백을 맡고 있는 주장 홍정호(23, 제주)는 “경험이 많은 수비수들이 앞에 있는 (미드필더) 선수들을 리드하고 뒤에서 잘 지켜주라고 하셨다. 뒤에서 잘 지켜줘야 공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주장으로서 경기장 뒤에서 리드하고 파이팅을 해주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말도 많이 해주고 컨트롤하라는 지시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습 만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이번 소집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풀백 오재석(22, 강원) 역시 “선제골을 내주지 않고 주도권을 내주지 않아야 한다”는 홍명보 감독의 기본 원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림픽 팀의 주전 골키퍼 이범영(23, 부산)은 사우디전 이후 홍명보 감독이 “컨트롤, 멘탈, 볼”을 강조했다며 “컨트롤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혼을 내지 않으셨다. 화를 내지 않고 선수들을 조절해주셨고 컨트롤 해주셨다”고 전했다. 홍명보 감독은 장기 태국 전훈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내용과 결과를 얻은 올림픽 팀을 질책하는 대신 문제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이범영은 이어 “감독님께선 항상 선수들에게 시간을 분배해 주신다. 시작할 때 15분, 끝나기 전 15분을 강조하신다. 특히 그때는 절대 실점해선 안 된다고 하신다”며 홍명보호의 전술 키워드에 힌트를 던져주었다. 초반 15분과 후반 15분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가장 흐트러지는 시점이다. 초반 15분은 경기의 주도권을 좌우하고, 막판 15분은 결과를 좌우한다.

지금까지 중동 원정은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는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다. 이번 오만 원정에서 홍명보 감독이 바라는 것은 이 흐름을 뒤집는 것이다. 초반 15분에 선제골을 넣고, 60분간 경기를 컨트롤 한 뒤 마지막 15분에 완벽한 굳히기에 나서는 것, 원정 경기의 가장 이상적인 승리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 전술계에 가장 완벽한 승리를 계획하고 있다.



중동 무대는 낯설다. 기후도 다르고 잔디도 다르고 상대의 경기 스타일도 다르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의 원정 경기로 내성이 생겼다. 미드필더 윤빛가람(22, 성남)은 “오만이 평가전을 치르며 강해졌다는 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골키퍼 이범영 역시 “중동의 볼 차는 스타일과 그들의 특성을 이제 알게 됐다. 좋은 선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장 홍정호의 말처럼 이제 “진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올림픽팀의 입담꾼 오재석은 “코칭 스태프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겠다”며 결과와 내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공격수 백성동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골키퍼 이범영은 기자들에게 농담을 던지는 넉살을 보였다. 굳은 모습은 김민우도 "윤정환 감독님께선 그냥 이기라고 하셨다"며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NFC 소집 현장,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긴장감 속에도 미소를 머금고 있다. 긴장감의 괴물에 짓눌리지 않은 것이다. 입소하는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웃음 속에 런던으로 가는 길의 희망이 보였다.

사진=이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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