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돋보기] ‘미션 실패’ 페널티킥에 무너진 밀란의 집중력
입력 : 2012.04.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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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안방 밀라노에서 FC 바르셀로나와 리오넬 메시의 ‘막강화력’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선전했던 AC 밀란이 적지 캄노우에서 3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탈리아 축구가 자랑하는 빗장 수비는 페널티킥 판정에 함락됐다.

밀란은 경기 초반 안정된 수비 압박과 묵직한 역습 전개로 1차전의 흐름을 2차전에도 이어갔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전방에서 바르사 수비를 괴롭혔고, 마시모 암브로지니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 역시 아비아티 골키퍼의 선방과 더불어 평정심을 잃지 않고 바르사의 패스 플레이에 대응했다.

하지만 전반 10분 만에 밀란의 조직력은 흐트러졌다. 탁월한 볼컨트롤 능력을 바탕으로 한 메시의 움직임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한 동작이 뒤따랐다. 빠른 패스 워크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밀란 수비는 결국 공간을 허용하고 말았다. 흐른 볼을 향한 반응은 메시가 더 빨랐다. 수비수 안토니니의 태클 시도가 메시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명백한 페널티킥이었다. 메시는 실수하지 않았다.

메시의 페널티킥 선제골 이후 밀란의 경기력은 크게 둔화됐다. 볼 소유권을 완전히 장악당했다. 원사이드 게임이 진행됐다. 전반 33분 노체리노의 동점골이 터진 것은 기사회생의 기회였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의 라인을 지키지 못했다. 이브라히모비치가 배후 공간을 정확히 포착하고 예리한 스루패스를 배달했다.

밀란을 골에 따른 심리적 기복이 심했다. 동점골이 들어간 이후 다시 팀에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전반 41분 또 한번 페널티킥을 내준 뒤 급격한 추락을 경험했다.

밀란은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유니폼을 잡아끌며 넘어트렸다. 명백한 파울이다. 하지만 밀란의 입장에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었다. 네스타의 파울 행위가 코너킥이 시도되기 이전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코너킥이 전개된 시점에는 바르사의 푸욜 역시 네스타의 유니폼을 잡았다. 통상적으로 이런 상황에는 선수들의 거친 경합을 중재시킨 뒤 재차 코너킥 시도로 이어진다.

하지만 주심은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다. 엄격했던 판정이다. 메시의 두 번째 페널티킥은 밀란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밀란은 호비뉴의 저돌적인 돌진으로 다시 분위기을 살리는 듯 했지만 골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발데스가 선방했고 그에 앞서 핸드볼 파울이 지적되어 무효가 됐다). 곧바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추가골이 나오면서 승부는 완전히 기울었다.

밀란은 1차전에 완벽한 수비를 보였지만 운도 따랐다. 알렉시스 산체스와 카를라스 푸욜은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을만한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선언되지 않았다. 이브라히모비치를 거칠게 막아서던 마스체라노에 대한 제지도 관용적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바르셀로나의 안방에서는 그런 일이 재현되지 않았다. 규정대로 파울이 선언된다면 경기는 수도 없이 끊긴다. 심판의 성향에 따라 경기 분위기는 달라진다. 이날 경기 주심을 맡은 비요른 쿠피어스는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행위에 굉장히 엄격한 판정을 내렸다. 주심의 성향 차이로 1차전의 판정 기준과 2차전의 판정 기준이 달랐다.

경고나 페널티킥을 허용하지 않고 상대의 결정적 상황을 차단하는 수비 기술은 노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고의 수비는 파울 없이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결국 패배의 빌미는 그만큼 완벽한 수비를 펼치지 못한 밀란 자신의 문제로 볼 수 밖에 없다. 실점 이후 심리적 타격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자신의 문제다 억울할 수는 있지만 이정도의 억울한 상황은 매 경기 수도 없이 자주 펼쳐진다. 억울함을 극복하기 위해선 더 뛰어난 실력과 ‘골’이 필요하다.

바르사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였다.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며, 두 차례나 성공시켰고, 이니에스타의 골에 간접 기여한 메시는 밀란 공격수 이브라히모비치가 인정한 것처럼 최고의 선수였다. 밀란은 심리적 일관성과 견고함이 아쉬웠다. 공수 양면에 부상자가 많았던 것도 뼈아팠다. 결과적으로 밀란이 탈락한 이유는 바르사를 제치고 준결승에 오를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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