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테니스를 지배하는 4인 4색
입력 : 2013.10.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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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테니스피플 제휴] 박원식 기자= 남자테니스 Big4, 시즌 막바지에 드러나는 ‘4인 4색’

남자테니스계의 ‘빅4’ 중 한 명이 부진하면, 다른 한 명은 그 틈을 노린다. 10월 둘째 주에 열렸던 상하이롤렉스마스터스 대회는 이 같은 전형을 보여주었다.

앤디 머레이(영국, 4위)가 허리부상으로 낙오하고, 로저 페더러(스위스, 7위)가 부진을 이어가고, 라파엘 나달(스페인, 1위)이 주춤하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위)가 한 발짝 앞서가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들은 시즌 막바지에 각자 다른 길로 향하고 있다.

노박 조코비치
그는 더 이상 세계랭킹 1위가 아니지만, 지난 2주 동안 차이나오픈과 상하이 마스터스를 휩쓸면서 지난 2월(호주오픈, 두바이 듀티프리 챔피언십 우승) 이후 처음으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뤄냈다.

상하이 마스터스 결승전에서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5위)를 만난 조코비치는 델 포트로의 파상공세에 온몸을 던져 맞섰다. 3세트 후반에는 근래에 보기 드문 기술인 다이빙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기 내내 델 포트로의 파워에 고전했지만, 혼신의 포핸드 공격으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조코비치는 최근의 상승세로 나달의 연말 랭킹 1위 등극을 저지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US오픈 이후, 조코비치는 무패행진을 노리는 동시에 나달의 부진을 바라며 연말 랭킹 1위를 차지하고자 했다. 올시즌 마지막을 장식할 BNP파리바 마스터스와 ATP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 역전하기가 쉽진 않지만, 지금까지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라파엘 나달

위대한 시즌을 보낸 나달은 또다시 건강한 몸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차이나오픈 결승에 진출함으로써 조코비치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승전에서는 조코비치에게 패하고 말았다. 상하이 마스터스에 나선 나달은 코트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준결승전에서 델 포트로의 무자비한 공격에 시달렸다. 결국 0-2(2-6, 4-6)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하드코트 22연승 이후로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승승장구하던 나달이 단지 “내가 잘한 것 뿐이다” 라고 비결을 밝혔던 것처럼, 이번에는 단지 그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달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만약 3-5로 뒤진 상태에서 9번째 게임이 델 포트로의 서브로 시작된다면, 대부분의 상대 선수들은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나달은 여전히 도전했다. 그는 첫 포인트를 따내고 마치 경기에서 이긴 것처럼 포효했다. 성치 않은 왼무릎으로 버텨내다 지쳐갔지만, 쉼 없이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승은 끝났지만, 나달의 사전에 ‘노력 없는 성공’ 이란 단어는 없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주춤했던 전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최근의 경기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몇 년 동안은 피로누적과 부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곤 했다. 조코비치와 델 포트로를 상대로는 그러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의 나달은 대체로 공격적인 성향을 고수했다. 그의 신무기인 포핸드 다운더라인과 날카로운 백핸드 슬라이스, 그리고 적극적인 네트플레이를 선보였다.

나달에게 실내코트 대회란 넘어야할 산일지도 모른다. 그는 아직 ATP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 우승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여태까지 우승하지 못했던 대회 중에서 가장 특별한 대회일 것이다.



로저 페더러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폴 아나콘 코치와의 결별은 그동안 감추어졌던 서로간의 불화를 증명하는 셈이 됐다. 상하이 마스터스 3회전에서는 가엘 몽피스(프랑스, 31위)에게 패했다. 페더러가 평소 좋아했던 빠르고 낮은 바운드의 코트였다는 점에서 더욱 비관적이다. 라켓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여전히 부진했던 페더러에게 몽피스와의 경기는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그의 폼을 분석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쉽게 판단하기는 힘들었다. 페더러는 실수를 남발했으며 2세트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3세트에서 순식간에 추진력을 잃었다. 한편으로는, 4주 휴식 뒤 치르는 두 번째 경기였을 뿐이며 가끔씩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부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상대하는 선수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를 이겼던 몽피스는 아직도 페더러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다. “그래도 코트 안에서 그는 여전히 페더러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구사하기 힘든 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가 최근 부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덜 두려워하지만, 페더러를 만났으니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안심하는 건 분명 아니다.”

몽피스는 “내 생각에 그는 예전보다 약간 더 실수를 하는 것 같다. 여전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만 자신감을 조금 잃은 게 아닌가 싶다” 고 덧붙였다.

1년 전, 페더러는 통산 300주째 세계랭킹 1위의 위업을 달성했다. 현재는 7위일 뿐만 아니라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심지어 눈에 띄는 성적도 찾아보기 힘들다.(이마저도 전반기에 거둔 성적이 전부다.) 이는 ATP 월드 투어 파이널 진출을 장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페더러는 다른 4명의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 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페더러는 21일부터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스위스 인도어 대회에 참가한다. 그의 고향인 바젤에서 홈팬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앤디 머레이

머레이는 허리수술 후 재활을 위해 ATP 월드 투어 파이널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친선대회에 참가하여 컨디션을 조절한 뒤 내년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머레이는 좋은 한 해를 보냈다. 가뭄속의 단비와도 같았던 윔블던 대회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개인통산 두 번째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인 동시에 영국 선수로는 1936년 이후 최초로 정상에 오르는 쾌거였다. 호주오픈 준우승과 소니오픈 우승 역시 큰 성과였지만, 윔블던 대회 이후의 부진한 성적은 그가 세계랭킹 1위까지 도달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부상 공백으로 현재의 랭킹을 지키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에, 하루빨리 회복하여 내년 시즌 초반부터 랭킹포인트를 쌓는 것이 급선무다.

한편, 윔블던 타이틀을 차지했더라도 그는 결코 자신의 통산성적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머레이의 허리에는 통증이 있다면, 어깨에는 이미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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