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명장 김응용 감독의 '계산 착오'
입력 : 2013.11.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한화 이글스는 이번 FA 시장에서 무려 178억을 들여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을 품었다. 그런데 다음 시즌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는 모습이 살짝 걱정된다.

2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정근우(31)와 이용규(28)의 한화 입단식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김응용 감독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선수 대표로 참석한 고동진, 최진행, 김태균 역시 두 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입단식 분위기는 당연히 좋아야 하지만 이미 4강에 진출이라도 한 듯 보였다.

김 감독은 특히 여유가 넘쳤다. 정근우와 이용규에게 도루 100개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처음에는 ‘80개 정도’라고 했는데, 김 감독 양 옆에 있던 두 선수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왜요? 안되요?”라더니 “100개는 해야지”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이어서 “부담 갖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내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부담’, ‘하던 대로’, ‘좋은 성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0억과 67억을 받고 왔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정근우 역시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부담이 없으려면 못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둘은 결코 못해서는 안되는 돈을 받고 왔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은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더 무겁게 할 것이다. 심지어 김 감독은, 말로는 부담 갖지 말라고 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해버렸다.

위 발언으로 보아 김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성적’은 최소 80도루 정도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정근우와 이용규는 ‘하던 대로’ 했다간 100도루는커녕 80도루도 달성하기 어렵다. 정근우는 2009년 53도루를 기록한 이후 40개를 넘기지 못했다. 최근 3년 동안에는 30개도 넘기지 못했다. 이용규 역시 2012년 44개가 개인 최고 기록이다. 이 외에는 40개를 넘긴 적이 없다.

둘이 제일 잘했던 시즌에 합해서 97개를 했다. 두 번째로 잘했을 때를 합하면 83개다. 최근 3년 동안 둘이 했던 도루는 평균 55개였다. 80개에 한참 모자란다. 김 감독이 말한 80개를 채우려면 ‘제일 잘 했을 때 하던 대로’ 해야 한다. 게다가 이용규는 어깨 부상으로 5월에나 합류가 가능하고 슬라이딩도 조심스러울 것이다. 여러모로 김 감독의 바람은 이루어지기 힘들어 보인다.

도루는 그저 단적인 부분이다. 둘에 대한 기대감을 도루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만큼 한화는 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두 선수의 가세는 한화에게 엄청나게 큰 보탬이 되겠지만, 한화가 안은 여러 가지 문제 중 1~2 가지를 해결한 것에 불과하다. 구단이 그저 꼴찌나 면하라고 178억이나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감독이 둘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팬과 구단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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