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북한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식령스키장 분산 개최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지난해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강원도 원산에 건설 중인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분산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은 “그런 것(평창 동계올림픽)을 다 연결하고 건설하는 것”이라며 “스키장이 건설되면 국제대회에도 쓰고, 가능하면 올림픽 경기에도 이용할 수 있고, 그렇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올림픽 남북 공동 주최가 남북 간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IOC 및 국제스키연맹 등과 논의가 필요한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이에 앞서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도 지난 1일 일본 언론에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공개하면서 “남북 공동으로 (올림픽을) 주최하면 뜻 깊을 것”이라며 분산 개최를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조직위는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모든 경기를 개최도시에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평창에서 300㎞ 이상 떨어진 마식령 스키장에서 일부 경기를 개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직위는 교통, 숙박, 선수촌, 미디어 센터 등 관련 인프라 시설의 건설, 대회안전 문제 보장 등 많은 문제점이 수반된다는 점도 분산개최의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대회조직위가 이런 말이 나오자마자 대뜸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다소 성급하고 그릇된 처사라고 보인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북한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부분 개최한다는 방안은 매우 좋은 생각이고 현실성도 적잖이 있다는 것이 나의 평가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 등으로 우리 사회에 전면적인 매카시 선풍이 불고 있고, 금강산관광 재개문제 등 남북교섭에서도 이쪽의 원칙을 내세워 북한에 고압적 태도를 갖는 분위기이다 보니 아마도 정부 당국이나 청와대와의 충분한 상의 없이 조직위원장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일단 보인 것이 아닌가 싶다.
올림픽대회는 원래 국가가 아니라 특정 도시에 개최권이 주어지고 그 도시 안에서 모든 경기가 열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요트경기가 부산에서 열린 것은 고사하고 앞으로 열릴 평창동계올림픽만 하더라도 강원도 평창시의 행정구역 안에서 모든 경기와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직된 철칙이라 할 수 없다.
평창올림픽의 현재 계획에 따르면 스키와 스노보드 등 설상종목은 평창 알펜시아스포츠파크와 보광피닉스파크에서, 스피드·피겨·쇼트트랙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등 빙상경기는 강릉시에서 열리게 돼있다. 그동안 강원도 안에서 아이스하키는 원주시에서, 스노보드는 횡성군에서 경기를 갖도록 하자는 제안과 청원이 있었지만 대회조직위는 IOC와 국제빙상연맹에 문의한 결과 경기장 재배치는 불가라는 답을 받았다며 기존 계획을 고수해왔다.
세 번에 걸친 평창올림픽 유치활동에서 ‘모든 경기장을 30분 거리 안에 조밀하게 배치한다’는 대외공약을 했기 때문에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남북한이 올림픽을 분산 개최한다는 것은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만한 특별 상황이고,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양해가 가능할 중대 사안이다.
앞서 원주와 횡성 분산개최의 경우 강원도 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점에서는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잔치를 코앞에 두고 숟가락을 얹겠다고 덤비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그러나 북한과의 분산개최 문제는 사전 합의나 모양새를 따질 일이 아니다. 마침 북의 원산시나 남의 평창군, 강릉시는 모두 강원도에 속해 있다. 따라서 평창·강릉·원산의 분리 개최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전혀 무리가 없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이 공동 입장한 선례가 있어 IOC나 국제스키연맹이 반대할 가능성도 낮다고 보인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IOC로서는 남북한 분산 개최가 올림픽 역사와 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 우리가 평창올림픽 유치캠페인에서 내세웠던 것이 ‘휴전선 긴장완화를 위한 평화의 제전’과 ‘남북화해를 위한 올림픽 분산개최’ 가능성이었다.
마식령스키장 분산개최는 남북한 공동개최가 아니고 분리개최와도 다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어디까지나 한국이 단독 개최하는 것이고, 북한에 특정 경기종목을 모조리 떼어주는 것도 아니다. 몇 개의 세부종목을 북한에 배정할 것인가는 남북한과 대회조직위, IOC, 국제스키연맹이 논의해서 결정할 일이지만 아마 스키 및 프리스키 종목 가운데 대여섯 개가 고작이 아닐까 싶다. 마식령스키장의 인프라 건설은 평양 정주영체육관의 전례에 따라 우리 쪽에서 적극 협력하는 방안을 생각해 봄직하다.
마식령스키장 분산개최는 가깝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뿐 아니라 나아가 남북 간에 대타협을 이루는 지렛대가 될 잠재력이 있다. 남북간에는 현재 개성공단과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문제 등이 현안으로 돼 있는데 김정은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결 같이 아버지 김정일의 유산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심혈을 기울인 마식령스키장을 올림픽경기장으로 격상시킨다면 개인적 업적과 위신을 높였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봄 김정은이 미국에 핵공격을 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모두 아버지 김정일의 업적이라는 것을 북한 인민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김정은의 개인적 결단과 위상을 극대화하는 길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벼랑 끝까지 밀고 가서 지도자로서 배짱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했다가 여름에는 남북대화 제의 등으로 유화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은 극단과 극단을 오가며 상대방을 현혹하는 일종의 ‘멱살잡고 흔들기 작전’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김씨 왕조의 3대 후계자로서 권력을 장악하고 권위를 수립하기 위해 핵 카드와 대화 카드를 차례로 뽑아 드는 등 제한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김정은이 재벌3세처럼 무모하고 유치한 행태를 보인다는 해석은 다소 피상적일 수도 있다. 집무실에 미국 지도를 놓고 나이 먹은 장성들과 핵무기 발사를 논의하는 사진을 내보는 것을 보면 몸집만 먼저 큰 아이가 핵무기를 장난감으로 여기고 병정놀이를 하고 있다고 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런 일련의 전략적 행동 끝에 군부를 확고히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개성공단 재개를 둘러싼 남북협상에서 북한이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그들로서는 얼마간 굴욕적이랄 수도 있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고집이 통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대결국면에서 지나치게 위협적 수사를 동원했던 데 따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는 측면과 함께 김정은으로서는 책략의 진폭을 시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수 출신 아내를 동반해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것을 서구 리버럴리즘의 영향이라고 해석하거나 평양시내의 쇼핑몰과 마식령스키장을 거듭 방문하는 것을 북한 인민의 여가와 행복에 대한 관심이라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러나 마식령스키장에 대한 애착이 조기유학생 출신 황태자의 유아병적 환락문화 중독이라고 보는 것도 실상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진실은 아마 그 중간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상 열거한 행동을 재벌3세들의 행태에 비겨 김정은은 곧 실각하고 북한도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많다.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런 전망이 우리의 희망에 기반한 ‘낙관적 사고’에 불과했던 것으로 후에 밝혀지는 경우도 상정해 봐야 한다. 김정은은 아직 젊고, 집권한 지도 얼마 안 됐다. 어느 쪽으로든 너무 단정적으로 보는 것은 그릇될 수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기존의 남북 협력사업이고 재개 자체로 하나의 극적인 돌파구가 새로 마련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식령스키장 분산 개최를 성사시킴으로써 금강산 특구를 원산지구까지 연장하고 개성공단을 연백·해주지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이 경우 중소기업만이 아니라 삼성의 휴대폰 공장,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현대자동차의 부품공장 등 대기업의 진출도 실현하면 한국경제의 또 하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올림픽 분산개최의 연장선 상에서 남북 평화협정이나 국가연합 등 한반도 평화통일체제의 주춧돌을 놓으면 북한의 급격한 붕괴에 따른 우리의 부담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길이 열릴 수 있다. 북한체제를 일정 기간 보장하고 경제개발을 최대한 돕되 대외 대표 및 외교권을 단일화해서 유엔 안보리 개편과정에서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는 방안 등 민족상생의 비전을 제시할 때다.
이병효 (코멘터리 발행인)
지난해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강원도 원산에 건설 중인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분산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은 “그런 것(평창 동계올림픽)을 다 연결하고 건설하는 것”이라며 “스키장이 건설되면 국제대회에도 쓰고, 가능하면 올림픽 경기에도 이용할 수 있고, 그렇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올림픽 남북 공동 주최가 남북 간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IOC 및 국제스키연맹 등과 논의가 필요한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이에 앞서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도 지난 1일 일본 언론에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공개하면서 “남북 공동으로 (올림픽을) 주최하면 뜻 깊을 것”이라며 분산 개최를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조직위는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모든 경기를 개최도시에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평창에서 300㎞ 이상 떨어진 마식령 스키장에서 일부 경기를 개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직위는 교통, 숙박, 선수촌, 미디어 센터 등 관련 인프라 시설의 건설, 대회안전 문제 보장 등 많은 문제점이 수반된다는 점도 분산개최의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대회조직위가 이런 말이 나오자마자 대뜸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다소 성급하고 그릇된 처사라고 보인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북한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부분 개최한다는 방안은 매우 좋은 생각이고 현실성도 적잖이 있다는 것이 나의 평가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 등으로 우리 사회에 전면적인 매카시 선풍이 불고 있고, 금강산관광 재개문제 등 남북교섭에서도 이쪽의 원칙을 내세워 북한에 고압적 태도를 갖는 분위기이다 보니 아마도 정부 당국이나 청와대와의 충분한 상의 없이 조직위원장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일단 보인 것이 아닌가 싶다.
올림픽대회는 원래 국가가 아니라 특정 도시에 개최권이 주어지고 그 도시 안에서 모든 경기가 열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요트경기가 부산에서 열린 것은 고사하고 앞으로 열릴 평창동계올림픽만 하더라도 강원도 평창시의 행정구역 안에서 모든 경기와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직된 철칙이라 할 수 없다.
평창올림픽의 현재 계획에 따르면 스키와 스노보드 등 설상종목은 평창 알펜시아스포츠파크와 보광피닉스파크에서, 스피드·피겨·쇼트트랙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등 빙상경기는 강릉시에서 열리게 돼있다. 그동안 강원도 안에서 아이스하키는 원주시에서, 스노보드는 횡성군에서 경기를 갖도록 하자는 제안과 청원이 있었지만 대회조직위는 IOC와 국제빙상연맹에 문의한 결과 경기장 재배치는 불가라는 답을 받았다며 기존 계획을 고수해왔다.
세 번에 걸친 평창올림픽 유치활동에서 ‘모든 경기장을 30분 거리 안에 조밀하게 배치한다’는 대외공약을 했기 때문에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남북한이 올림픽을 분산 개최한다는 것은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만한 특별 상황이고,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양해가 가능할 중대 사안이다.
앞서 원주와 횡성 분산개최의 경우 강원도 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점에서는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잔치를 코앞에 두고 숟가락을 얹겠다고 덤비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그러나 북한과의 분산개최 문제는 사전 합의나 모양새를 따질 일이 아니다. 마침 북의 원산시나 남의 평창군, 강릉시는 모두 강원도에 속해 있다. 따라서 평창·강릉·원산의 분리 개최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전혀 무리가 없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이 공동 입장한 선례가 있어 IOC나 국제스키연맹이 반대할 가능성도 낮다고 보인다. 올림픽을 주최하는 IOC로서는 남북한 분산 개최가 올림픽 역사와 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 우리가 평창올림픽 유치캠페인에서 내세웠던 것이 ‘휴전선 긴장완화를 위한 평화의 제전’과 ‘남북화해를 위한 올림픽 분산개최’ 가능성이었다.
마식령스키장 분산개최는 남북한 공동개최가 아니고 분리개최와도 다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어디까지나 한국이 단독 개최하는 것이고, 북한에 특정 경기종목을 모조리 떼어주는 것도 아니다. 몇 개의 세부종목을 북한에 배정할 것인가는 남북한과 대회조직위, IOC, 국제스키연맹이 논의해서 결정할 일이지만 아마 스키 및 프리스키 종목 가운데 대여섯 개가 고작이 아닐까 싶다. 마식령스키장의 인프라 건설은 평양 정주영체육관의 전례에 따라 우리 쪽에서 적극 협력하는 방안을 생각해 봄직하다.
마식령스키장 분산개최는 가깝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뿐 아니라 나아가 남북 간에 대타협을 이루는 지렛대가 될 잠재력이 있다. 남북간에는 현재 개성공단과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문제 등이 현안으로 돼 있는데 김정은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결 같이 아버지 김정일의 유산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심혈을 기울인 마식령스키장을 올림픽경기장으로 격상시킨다면 개인적 업적과 위신을 높였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봄 김정은이 미국에 핵공격을 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모두 아버지 김정일의 업적이라는 것을 북한 인민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김정은의 개인적 결단과 위상을 극대화하는 길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벼랑 끝까지 밀고 가서 지도자로서 배짱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했다가 여름에는 남북대화 제의 등으로 유화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은 극단과 극단을 오가며 상대방을 현혹하는 일종의 ‘멱살잡고 흔들기 작전’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김씨 왕조의 3대 후계자로서 권력을 장악하고 권위를 수립하기 위해 핵 카드와 대화 카드를 차례로 뽑아 드는 등 제한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전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김정은이 재벌3세처럼 무모하고 유치한 행태를 보인다는 해석은 다소 피상적일 수도 있다. 집무실에 미국 지도를 놓고 나이 먹은 장성들과 핵무기 발사를 논의하는 사진을 내보는 것을 보면 몸집만 먼저 큰 아이가 핵무기를 장난감으로 여기고 병정놀이를 하고 있다고 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런 일련의 전략적 행동 끝에 군부를 확고히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개성공단 재개를 둘러싼 남북협상에서 북한이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그들로서는 얼마간 굴욕적이랄 수도 있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과 고집이 통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대결국면에서 지나치게 위협적 수사를 동원했던 데 따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는 측면과 함께 김정은으로서는 책략의 진폭을 시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수 출신 아내를 동반해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것을 서구 리버럴리즘의 영향이라고 해석하거나 평양시내의 쇼핑몰과 마식령스키장을 거듭 방문하는 것을 북한 인민의 여가와 행복에 대한 관심이라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러나 마식령스키장에 대한 애착이 조기유학생 출신 황태자의 유아병적 환락문화 중독이라고 보는 것도 실상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진실은 아마 그 중간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상 열거한 행동을 재벌3세들의 행태에 비겨 김정은은 곧 실각하고 북한도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많다.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런 전망이 우리의 희망에 기반한 ‘낙관적 사고’에 불과했던 것으로 후에 밝혀지는 경우도 상정해 봐야 한다. 김정은은 아직 젊고, 집권한 지도 얼마 안 됐다. 어느 쪽으로든 너무 단정적으로 보는 것은 그릇될 수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기존의 남북 협력사업이고 재개 자체로 하나의 극적인 돌파구가 새로 마련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식령스키장 분산 개최를 성사시킴으로써 금강산 특구를 원산지구까지 연장하고 개성공단을 연백·해주지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이 경우 중소기업만이 아니라 삼성의 휴대폰 공장,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현대자동차의 부품공장 등 대기업의 진출도 실현하면 한국경제의 또 하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올림픽 분산개최의 연장선 상에서 남북 평화협정이나 국가연합 등 한반도 평화통일체제의 주춧돌을 놓으면 북한의 급격한 붕괴에 따른 우리의 부담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길이 열릴 수 있다. 북한체제를 일정 기간 보장하고 경제개발을 최대한 돕되 대외 대표 및 외교권을 단일화해서 유엔 안보리 개편과정에서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는 방안 등 민족상생의 비전을 제시할 때다.
이병효 (코멘터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