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메이저리그 진출 싹수 보인 윤석민
입력 : 2014.02.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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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지난 2009년 3월22일 한국 대표팀은 베네수엘라 대표팀과 WBC 준결승을 치렀다. 한국 대표팀은 선발투수로 윤석민을 예고했고, 베네수엘라는 카를로스 실바를 선발로 예고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투수보다는 타선이 큰 집중을 받고 있었다. 1번타자 엔디 차베스를 시작으로 바비 아브레이유와 미구엘 카브레라 그리고 카를로스 기옌이 중심타선에 배치됐고, 매길리오 오도네즈와 마르코 스쿠타로는 하위타선에 배정될 정도로 최강의 타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한국대표팀은 이기면 결승에서 일본과 승부를 벌여야 하고, 지면 4강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경기는 4만3천여 관중이 들어찬 다저스 구장에서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한국 대표팀의 10-2 대승. 1회부터 한국 대표팀의 선수들이 베네수엘라 마운드를 공략하며 5점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회 승기를 잡은 한국대표팀에게 쏠린 관심은 모두 마운드의 선발투수로 나선 윤석민에게 집중됐다. ‘과연 베네수엘라의 강타선을 상대해 5실점 이하로 잘 버틸 수 있을까?’가 주된 관심거리였다.

윤석민은 이날 최강이라는 베네수엘라 타선을 맞아 6.1이닝동안 7안타 2실점 4삼진으로 팀 승리를 책임지고 승리투수가 됐다. 토너먼트를 치르는 동안 중간계투로 나섰던 윤석민의 깜짝 선발 기용으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한판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7회 2사후 마운드에 올라 한 타자 만을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윤석민은 이날 경기에서 3회 1사후 연속 3안타로 1실점, 그리고 7회 선두타자였던 기옌에게 솔로홈런 한방으로 1실점 했을 뿐 완벽투로 팀 승리를 책임졌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윤석민을 기다렸다. 당시 김인식 감독 옆에 나란히 윤석민이 앉았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들은 대부분 “베네수엘라 타선에 대해 어떻게 연구했나” “슬라이더가 좋았는데” “미구엘 카브레라를 3타석 연속 범타 처리 했는데”등이었다. 윤석민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따로 연구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윤석민은 이어 “나는 그들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상대하는 것이 편했다. 나는 지금 기자들이 말하는 카브레라 아브레이유 등을 모른다” 의외의 답변에 현지 기자들이 많이 당황했다. 특히 베네수엘라에서 파견 온 기자들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들은 ‘아니 야구를 하는 선수가 카브레라나 아브레이유 그리고 기옌 등의 선수를 몰라’라고 웅성댔고, 회견장은 어수선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야구가 국가 스포츠인 베네수엘라에서 그들은 영웅이기 때문이다.

당시를 회상하면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이 끝나고 윤석민에 대한 재밌는 분석기사가 나왔다. 투구 밸런스에 관한 것이었다. ‘아시아의 특급(당시 윤석민과 추신수가 큰 화제였다) 윤석민의 투구폼은 가장 역동적이고, 정석에 가깝다’ 이 기사는 ‘이제 메이저리그가 윤석민을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윤석민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 575만달러 계약을 맺고, 공식 기자회견만을 남겨놓고 있다. 일단 돈 보다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그 동안 관심 없었거나 몰랐던 선수들과의 팀웍도 다져야 하고, 상대도 해야 한다. 볼티모어 선수들은 더 낯설 텐데 걱정이다. 이제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상황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어떻게 연구하고, 어떻게 상대할지는 이제 윤석민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윤석민은 WBC 이후 5년을 준비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리고 3년 뒤 더 큰 대박을 위해 차근차근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

로스앤젤레스=문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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