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어제 커쇼(LA 다저스)가 박살났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는 해도, 명색이 첫 공식 게임인데…. 탈탈 털렸다. 2이닝 동안 무려 3실점. 안타 5개나 맞았다. 패전투수다. 그가 어디 보통 선수인가. MLB 현역 투수 중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아닌가. 사이영상도 몇 번 받았고, 어마어마한 계약서에 사인한 지 며칠 지났다고…. 물론 커쇼는 작년 첫 시범 경기 때도 시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왠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날 상대는 애리조나 D백스였다.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잭 그레인키는 탈이 생겼다. 나와서 공 4개 던지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단에서는 오른쪽 종아리 통증이라고 발표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보호 차원에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상대는 D백스였다.
공교롭고, 우연하다. 다저스의 기둥 같은 두 선발 투수들이 질척거린다. 까짓 어떠랴. 아직 2월이다.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컨디션 점검일 뿐이다. 시즌 때 잘 던지면 되지. 시범 경기 따위야 아무러면 어떠리.
꾀병이야 아니겠지
하지만 찜찜하다. 뭔가 묘한 구석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쓸데 없는 걱정이 든다. 물론 절대 그럴 리는 없다. 일부러 치기 좋은 공을 던져줬을 리도 없고, 멀쩡한 데 꾀병을 부리기야 하겠는가. 그런 데 기분은 개운치 않다.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3월 22일로 예정된 호주 개막전이다. 비행기 타고 14시간이나 날아가서 2게임이나 해야 한다. D백스전이다. 가볍게 행사 한번 뛰는 정도라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다. 정규 시즌, 정식 경기다. 시차도 커서 낮밤이 바뀐다. 야수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투수들은 다르다. 특히 선발 투수들은 안 나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거다. 자칫 잘못하면 1년 농사 다 망친다.
2선발 잭 그레인키는 그 전부터 호주 경기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는 입으로도 돌직구를 던진다. “(호주 게임이) 전혀 흥분되지 않는다. 기대할 이유를 단 한가지도 못 찾겠다. 야구를 세계에 알린다는 게….” 궁시렁 궁시렁.
처음에는 모두들 커쇼와 그레인키가 던지는 걸로 알았다. 당연하지, 1-2선발인데. 돈 매팅리 감독도 캠프 초반에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원투 펀치가 나가는 게 순서”라고. 그런데 며칠 전부터 조짐이 이상해졌다. LA타임스가 슬슬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커쇼는 작년에 250이닝을 넘기고, 힘들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바람을 잡는다. 뭐가 뛰면 뭐도 뛴다고, 커쇼가 빠져나갈 낌새를 보이자 그레인키도 손을 번쩍 든 것 같다. “저도 좀 빼주세요”라고(물론 넘겨짚기다). 참고로 둘의 에이전트는 같은 사람이다. 케이시 클로즈. 다저스 단장(네드 콜레티)과도 친분이 두텁다.
류현진은 괜찮다지만…
1, 2번이 뒷짐을 지고 있으니 X물이 튀었다. 3번 류현진과 4번 댄 해런이 거론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귀염둥이가 개막전 선발 투수라는 가문의 영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 언론들은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를 기획한 이벤트인데 한국 선수가 나선다면 얼마나 어울리겠는가”라는 택도 아닌 드립을 치고 있다.
물론 류현진은 씩씩하다. “괜찮다. 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준비돼 있다.” 역시 국대 에이스답다. 요리 빼고, 조리 빼는 뺀질이들과는 레벨이 다르다. 그러나 그도 썩 달가울 리는 없다. 왜 아니겠는가. 등 떠밀려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
댄 해런은 일단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꽤 긴 여행이라서 신경 쓸 일이 아주 많을 것이다. 특히 선발 투수에게는 요구하는 부분이 많다”며 “어차피 가야 한다면 던지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왕복 30시간이나 걸리는 데 그냥 온다는 것도 쫌 그런 것 같고.” 하지만 진짜 속내는 다르다. “난 그레인키와 다르게 1년짜리 계약을 한 선수라서 말조심해야 한다”며 조크로 마무리했다. 역시 던지기 싫다는 말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매 감독
질척이는 상태는 쉽게 정리가 안된다. 매팅리 감독의 우유부단함도 이런 상황을 거들고 있다. '순서대로'라고 말했던 게 불과 2주도 안됐는데, 요즘은 구렁이 담 넘어간다. 커쇼는 "감독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감독은 대답을 피한다.
그의 미적지근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플레이오프 때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는가. 커쇼를 하루 당겨 쓰고는 비난이 빗발치자 "내가 그런 게 아니구, 구단 높은 사람들이 시킨 거예요"라면서.
물론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의 전통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현장 책임자로서 기본적인 역할은 지켜야 한다. 아무리 거물급 선수라고 해도 기용 문제에 대해서까지 휘둘린다면 그게 어디 감독인가. "레임덕이 어쩌고" 하면서 "1년짜리는 못 해먹겠다. 다년 계약 해달라"고 주장하던 게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나.
LA타임스도 이 점을 꼬집었다. '시즌 초반 투수 로테이션을 설명하는 매팅리의 말이 점점 애매모호해 지고 있다(increasingly vague)’고. 참고로 vague라는 단어는 '애매한' '모호한'이라는 뜻과 함께 '멍청한' '얼빠진'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매 감독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잭 그레인키는 탈이 생겼다. 나와서 공 4개 던지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단에서는 오른쪽 종아리 통증이라고 발표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보호 차원에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역시 상대는 D백스였다.
공교롭고, 우연하다. 다저스의 기둥 같은 두 선발 투수들이 질척거린다. 까짓 어떠랴. 아직 2월이다.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컨디션 점검일 뿐이다. 시즌 때 잘 던지면 되지. 시범 경기 따위야 아무러면 어떠리.
꾀병이야 아니겠지
하지만 찜찜하다. 뭔가 묘한 구석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쓸데 없는 걱정이 든다. 물론 절대 그럴 리는 없다. 일부러 치기 좋은 공을 던져줬을 리도 없고, 멀쩡한 데 꾀병을 부리기야 하겠는가. 그런 데 기분은 개운치 않다.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3월 22일로 예정된 호주 개막전이다. 비행기 타고 14시간이나 날아가서 2게임이나 해야 한다. D백스전이다. 가볍게 행사 한번 뛰는 정도라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다. 정규 시즌, 정식 경기다. 시차도 커서 낮밤이 바뀐다. 야수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투수들은 다르다. 특히 선발 투수들은 안 나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거다. 자칫 잘못하면 1년 농사 다 망친다.
2선발 잭 그레인키는 그 전부터 호주 경기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는 입으로도 돌직구를 던진다. “(호주 게임이) 전혀 흥분되지 않는다. 기대할 이유를 단 한가지도 못 찾겠다. 야구를 세계에 알린다는 게….” 궁시렁 궁시렁.
처음에는 모두들 커쇼와 그레인키가 던지는 걸로 알았다. 당연하지, 1-2선발인데. 돈 매팅리 감독도 캠프 초반에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원투 펀치가 나가는 게 순서”라고. 그런데 며칠 전부터 조짐이 이상해졌다. LA타임스가 슬슬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커쇼는 작년에 250이닝을 넘기고, 힘들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바람을 잡는다. 뭐가 뛰면 뭐도 뛴다고, 커쇼가 빠져나갈 낌새를 보이자 그레인키도 손을 번쩍 든 것 같다. “저도 좀 빼주세요”라고(물론 넘겨짚기다). 참고로 둘의 에이전트는 같은 사람이다. 케이시 클로즈. 다저스 단장(네드 콜레티)과도 친분이 두텁다.
류현진은 괜찮다지만…
1, 2번이 뒷짐을 지고 있으니 X물이 튀었다. 3번 류현진과 4번 댄 해런이 거론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귀염둥이가 개막전 선발 투수라는 가문의 영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 언론들은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를 기획한 이벤트인데 한국 선수가 나선다면 얼마나 어울리겠는가”라는 택도 아닌 드립을 치고 있다.
물론 류현진은 씩씩하다. “괜찮다. 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준비돼 있다.” 역시 국대 에이스답다. 요리 빼고, 조리 빼는 뺀질이들과는 레벨이 다르다. 그러나 그도 썩 달가울 리는 없다. 왜 아니겠는가. 등 떠밀려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
댄 해런은 일단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꽤 긴 여행이라서 신경 쓸 일이 아주 많을 것이다. 특히 선발 투수에게는 요구하는 부분이 많다”며 “어차피 가야 한다면 던지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왕복 30시간이나 걸리는 데 그냥 온다는 것도 쫌 그런 것 같고.” 하지만 진짜 속내는 다르다. “난 그레인키와 다르게 1년짜리 계약을 한 선수라서 말조심해야 한다”며 조크로 마무리했다. 역시 던지기 싫다는 말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매 감독
질척이는 상태는 쉽게 정리가 안된다. 매팅리 감독의 우유부단함도 이런 상황을 거들고 있다. '순서대로'라고 말했던 게 불과 2주도 안됐는데, 요즘은 구렁이 담 넘어간다. 커쇼는 "감독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감독은 대답을 피한다.
그의 미적지근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플레이오프 때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는가. 커쇼를 하루 당겨 쓰고는 비난이 빗발치자 "내가 그런 게 아니구, 구단 높은 사람들이 시킨 거예요"라면서.
물론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의 전통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현장 책임자로서 기본적인 역할은 지켜야 한다. 아무리 거물급 선수라고 해도 기용 문제에 대해서까지 휘둘린다면 그게 어디 감독인가. "레임덕이 어쩌고" 하면서 "1년짜리는 못 해먹겠다. 다년 계약 해달라"고 주장하던 게 그런 이유 때문 아니었나.
LA타임스도 이 점을 꼬집었다. '시즌 초반 투수 로테이션을 설명하는 매팅리의 말이 점점 애매모호해 지고 있다(increasingly vague)’고. 참고로 vague라는 단어는 '애매한' '모호한'이라는 뜻과 함께 '멍청한' '얼빠진'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매 감독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