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개막 등판, ‘어부지리’ 아니다
입력 : 2014.03.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 LA 다저스의 2선발 잭 그레인키(31)가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 하더라도 개막 시리즈 선발 한 자리는 류현진이 차지했을 것이다.

류현진은 오는 23일, 호주에서 열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전 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돈 매팅리 감독은 이 시리즈에 내보낼 선발투수를 결정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지만 그레인키가 부상을 당하며 선택지가 확 줄었다. 결국 클레이튼 커쇼(25)와 류현진으로 결정이 됐는데, 마치 류현진이 그레인키의 부상 덕에 기회를 얻은 모양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레인키 때문에 등이 떠밀린 쪽은 오히려 커쇼다.

다저스는 애초에 개막 시리즈 로테이션에 원투펀치를 모두 가동할 생각이 없었다. 커쇼나 그레인키에게 1차전을 맡기고 2차전은 ‘제 3의 선수’를 내보내려 했다. 특히, 가능한 한 커쇼를 아끼고 싶어했다. 이미 1월부터 흘러나왔던 ‘커쇼 혹사론’이 그 근거다. 매팅리 감독은 지난해 259이닝이나 투구한 커쇼를 보호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즉, 다저스는 그레인키와 ‘제 3의 선수’로 개막 시리즈를 치를 심산이었다. ‘제 3의 선수’가 될 후보로는 물론 류현진이 가장 유력했지만, 시범경기를 지난해처럼 치렀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지난겨울, 다저스가 4선발 감으로 데려온 댄 하렌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렌은 13일 현재, 3경기에 나서 10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이 1.80에 불과하다.

류현진 역시 총 3차례 등판했다. 11이닝을 던졌고 9피안타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더 높지만 피안타율, 피출루율, 이닝당출루허용율(WHIP), 볼넷-삼진 비율 등 다른 모든 부문에서 류현진이 앞선다. 지금으로서는 다저스 선발진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다.

지난해보다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린 결과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계약 문제로 출국이 늦어져 훈련을 제때에 시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2주나 먼저 출국해 몸을 만들었다. 2013년에는 같은 기간 동안 3경기서 9⅔이닝 12피안타 7실점, 평균자책점 6.52로 난타 당했다. 물론 이후 4번째 경기부터 본모습을 되찾았지만 올해도 이렇게 느긋하게 몸을 만들었다면, 개막 시리즈 2차전 선발은 류현진이 아니라 하렌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류현진은 결코 어부지리(漁夫之利)로 개막 시리즈 선발을 꿰찬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몸을 만들었기에 기회를 얻었다. 그레인키가 건강했다면 커쇼-그레인키가 아니라 그레인키-류현진이 됐을 것이다. 그레인키가 아파서 마운드에 오르게 된 쪽은 류현진이 아니라 커쇼인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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