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김동영 기자]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2015년 5월 13일, KBO 리그 역사상 손에 꼽힐 수준의 일이 벌어졌다. KIA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이 3수루 이범호를 백스톱에 위치시키는 전혀 새로운 시프트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규정 위반으로 인해 성사되지는 못했다. 야구규칙 4.03에는 '경기시작 때 또는 경기 중 볼 인플레이가 될 때 인플레이 상황에서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지역 안에 있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을 김기태 감독이 간과했고, 결국 페어지역 외에 있던 3루수 이범호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이 '신개념 시프트' 시도는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소식을 전할 정도로 국제적인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김기태 감독은 자신이 규정을 숙지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 이번 시프트 시도는 김기태 감독의 승리에 대한 마음이 묻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KIA는 올 시즌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이대형(kt), 안치홍, 김선빈(이상 군복무) 등이 대거 빠지며 기둥뿌리가 흔들렸다. 시즌에 돌입한 이후 선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다시 하락세를 탔고, 여기에 그나마 뛰어주던 주전들이 줄부상을 당하며 자리를 비웠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이 또 한 번 줄어든 셈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IA는 있는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이다. 김호령, 오준혁, 이은총 등 젊은 선수들이 활약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경험 부족에서 오는 한계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결국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가지고 있는 자원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즉, 승리하기 위해서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뭐라도 해야 결과물이 나오는 법 아닌가.
이날도 그랬다. 5-5 동점에서 맞이한 9회초 2사 2,3루 위기 상황. 김기태 감독은 1루를 채움과 동시에 이날 홈런을 친 김상현을 거르기 위해 고의4구를 지시했다. 그리고 3루수 이범호를 백스톱에 위치시키는 시프트를 시도했다. 고의4구 상황이지만,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통제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감독이라는 사람이 규정도 모르고 뭐하는 짓이냐'라고 보기보다 '김기태 감독이 정말 이기고 싶었나보다'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시프트도 단순히 해프닝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 끝에 떠오른 아이디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프트 소동이 끝난 후 KIA는 9회를 2,3루 위기에서 실점 없이 마무리하고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10회초 3점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10회말 브릿 필의 적시타와 김민우의 끝내기 3점포를 앞세워 9-8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결과론적인 해석에 불과할 수 있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결과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만 시프트를 시도할 정도로 승리하고 싶었던 김기태 감독의 간절함이 선수들에게 전달된 것은 아닐까?
김동영 기자 raining9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