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성근 전 감독
입력 : 2017.05.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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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야구]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탄핵을 당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권좌에서 내려왔습니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구단과의 갈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령탑에서 내려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감독 얘기를 함께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인 일과는 전혀 무관하며 서로 연관성도 전혀 없음을 밝혀 둡니다. 다만 어떤 '공통점'을 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우선,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감독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국정 농단이나 탄핵 사태가 없었다면 올해 12월에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을 것이고, 박근혜 정부는 올해 말까지 계속됐을 것입니다.

한화의 성적이 괜찮고 김 전 감독이 구단 프런트(주로 박종훈 단장)와 불화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올 시즌까지 김성근 체제는 계속됐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감독이 물러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소통 부재야 그동안의 언론 보도, 촛불 집회, 특검 조사 등을 통해 잘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 전 감독의 소통 부재 역시 야구계에서는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구단과도 그렇고, 팀 운영이나 선수 기용을 두고는 야구계와도 그랬습니다. 팬들의 다양한 목소리와도 소통하지 못했습니다.

태평양, 쌍방울, LG, SK 감독을 거치며 '야신'이라는 칭호까지 얻을 만큼 다양하면서 화려한 업적을 쌓아온 김 감독의 지도력 자체는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이 될 것처럼 보이는 한화 감독을 지내면서, 김성근 감독은 바로 이 '소통'에서 아쉬움을 한가득 남겼습니다.

오랜 지도자 경력을 쌓으면서 김 감독은 특유의 독선적인 리더십을 구축해왔습니다. 이런 성향 탓에 어느 팀에 몸담든 구단과 마찰음을 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화에서처럼 '성적'이라는 성과물을 내지 못한 것은 거의 처음입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에서 왜 실패를 했으며, 명예스럽지 못한 퇴장을 하게 된 것일까요.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역시나 '소통'하지 못한 점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나 훈련 지휘같은 감독 고유의 일 외에도 구단 운영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해온 지도자입니다. 또한 이런저런 인연으로 맺어진 코치들과는 팀을 옮기면서도 오래 함께 해왔습니다. 이른바 '김성근 사단'이지요.

한국 프로야구 환경은 37년의 역사와 함께 많이 변화했습니다. 선수들 기량이 날로 발전했고, 체계적인 훈련과 육성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구단 프런트도 초창기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을 벗어나 선진화, 전문화 됐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최근 가장 뜨거운 화두가 바로 '소통'입니다. 소통해야 국가도, 기업도, 단체도, 가정도, 개인도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한다는게 보편적 인식입니다.

김 전 감독은 이 소통 부분에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해오던 방식대로 선수들에게 지옥훈련을 시키고, 프런트에는 묵묵히 선수단 지원에만 애써 줄 것을 강조했습니다. 때로 김 감독이 소통의 벽에 막혔을 때 김 감독을 보좌하는 측근 코치들이 얼마나 조언 또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야구에 대해, 승부세계에 대해 그 누구보다 해박한 김 전 감독은 나름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며 억울해 하는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통은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며 상대적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이 한화에서는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성적 부진이라는 엄연한 결과물이 소통 실패를 대변합니다.

새 대통령이 키를 잡은 대한민국호는 소통의 물결을 타고 힘차게 출항했습니다. 시즌 중 감독이 사퇴해 격랑에 휩싸인 한화 이글스호도 새롭게 소통의 돛을 올리고 방향을 잘 잡아 순항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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