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시즌 예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84승 78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73승 89패)
[스포탈코리아]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내야 백업 보강을 2018년 오프시즌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키스톤 콤비 때문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로스터의 구멍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호세 바티스타가 떠난 우익수 자리와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 조각, 그리고 구원투수의 뎁스를 채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많은 선수들을 필요로 했던 만큼 팀은 FA 시장에서 굵은 조각들을 사는 대신 트레이드 및 반등후보들을 골라 염가 혹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는 전략을 택했다.
시즌 초반에는 이런 보강 방식이 성공한 듯 보였다. 첫 22경기에서 무려 14승 8패라는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의 계약들로 보강한 불펜들이 제 역할을 했다. 3~4월 동안 토론토의 구원투수들은 평균자책 2.28로 모든 메이저리그 팀들 가운데 2위에 올랐다. 또한 승리 확률 기여도의 측면에서도 2.21로 전체 6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 뒤 토론토는 여러 악재가 터지며 급속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의 시즌아웃, 팀의 중추 3루수 조시 도날드슨의 장기부상은 야수진의 큰 공백으로 돌아왔다. 또한 마무리투수 로베르토 오수나가 가정폭력으로 인한 7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으며 다른 투수들이 그 부담을 나눠 가져야 했다. 결국 토론토의 5월 성적은 OPS 0.687, 평균자책 5.35로 30개 구단 가운데 각각 25위와 29위로 추락했다.
팀의 추락을 지켜본 수뇌부는 소극적이었던 지난 시즌과 다르게 영민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첫 트레이드는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일보다 한 달가량 앞선 6월 28일에 행해졌다. 그리고 그 뒤로 웨이버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J.A. 햅, 오승환, 도날드슨 등 계약만료 예정자와 오수나까지 가치 있는 자원들을 모두 트레이드했다.
트레이드 과정에서는 몇몇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수나는 징계를 수행하는 도중 이적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한 도날드슨의 경우에는 부상자가 웨이버를 통과해 트레이드될 수 없다는 규정에 위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실제로 도날드슨이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되자마자 바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그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한편 트레이드 전략은 여타 리빌딩 팀과는 살짝 달랐다. 특히 햅, 오수나의 트레이드에서 메이저리그 서비스 타임이 한참 진행된 유틸리티 브랜든 드루리와 구원투수 켄 자일스를 받아온 부분이 그랬다. 이는 많은 핵심 유망주들이 AA부터 메이저리그까지 각 레벨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드루리와 자일스는 이들의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미래를 함께할 수도, 둔화된다면 팀을 다시 옮기게 될 수도 있는 자원들이다.
이렇게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고 신인 선수들을 데뷔시키면서 토론토의 한 시즌은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팀은 시즌 종료 전부터 2번의 재임기간 동안 총 13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존 기븐스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최고의 선수 – 랜달 그리척
124경기 462타석 25홈런 3도루 0.245/0.301/0.502 2.1 fWAR
이번 시즌 토론토의 수훈갑은 랜달 그리척이었다. 그는 fWAR에서 팀내 최고인 2.1을 기록하며 팀의 야수진을 이끌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부터 명성을 떨쳐온 장타력은 팀을 옮긴 후에도 여전했다. 그는 이번 시즌 부상으로 한 달가량 결장했지만 25개의 홈런을 치며 커리어하이 및 팀내 최다홈런을 동시에 달성했다.
선구안이 좋은 편이 아닌 그는 힘은 좋지만 볼넷이 적고 삼진이 많아 늘 타석에서 기대만큼의 효용을 내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그리척은 타격 어프로치를 수정했다. 타자에게 불리한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최대한 삼진을 당하지 않는 데 집중한 것이다. 이는 팀 동료인 저스틴 스모크가 2017시즌 브레이크아웃에 성공했던 방법과 일치한다.
특히 초반에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시즌이었다. 그는 3~4월에 타율 0.106으로 매우 부진했으며, 5월에는 슈퍼 캐치를 성공시킨 뒤 부상으로 결장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그러나 6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홈런 23개를 몰아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런 모습은 흡사 2011시즌 에드윈 엔카나시온을 연상시키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그리척은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시즌 자신이 맡았던 주포지션인 우익수 자리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또한 중견수 케빈 필라가 팀에서 이탈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는 중견수까지 맡으며 외야진이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그리척이 바로 눈에 띌 만큼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중견수 자리에 깊은 고민에 빠진 팀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선수다. 필라는 이제 전성기에 들어갈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각종 수비 지표와 운동 능력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타격에서는 계속해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그리척이라는 대체자가 생긴 덕분에 토론토는 굳이 필라에게 목을 맬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토론토의 인기 스타인 필라가 타팀으로 트레이드 되더라도 크게 놀랍지 않을 전망이다.
최악의 선수 – 로베르토 오수나
0승 0패 9세이브 15.1이닝 평균자책 2.93 fWAR 0.5
부진과 부상이 겹쳤던 선수단에서 성적이 나빴던 선수들은 무수히 많지만 오수나는 성적이 좋았음에도 토론토 최악의 선수였다. 그는 가정폭력과 관련해 75경기 징계를 받으며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박살내고 말았다. 게다가 오수나가 결장하게 된 시기도 좋지 못했다. 그가 처음 사건을 일으키며 결장할 때까지 토론토는 19승 16패로 와일드카드 진출권 확보의 교두보가 될 5할 승률의 문턱을 사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탈하고 난 뒤로 마무리투수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며 중간계투 선수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수나는 이 사건이 터진 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모든 인터뷰와 답변은 변호사가 진행했고 사과는커녕 흔한 유감 표명조차도 없었다. 팀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팬들에게 작별인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SNS 계정은 조용히 휴스턴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휴스턴에 감사하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그 뒤 오수나 사태는 피해자가 증언 및 진술을 거부하면서 평화합의가 이뤄졌으며 실제 유죄 여부는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다. 그리고 로저스 센터에서는 그가 등판을 하자 큰 야유가 쏟아졌다.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토론토 팬들은 오수나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가 지난 시즌 정신적 문제인 불안 장애로 이탈해 있을 때 많은 팬들은 그에게 열띤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오수나는 1년만에 좋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큰 징계를 소화했고 타팀으로 트레이드됐다. 그가 팀 프런트에게 존중 받지 못했다는 감정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떳떳한 상황이고 프로선수라면 그런 감정과는 별개로 그를 3년 동안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 정도는 표할 필요가 있었다.
가장 발전한 선수 – 라이언 보루키
4승 6패 97.2이닝 평균자책 3.87 fWAR 1.7
좌완투수 보루키는 2012년 드래프트 15라운드 출신으로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던 선수였다.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유망주에서 늘 팀 30위권 안쪽에 들기는 했으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 한 번도 건강했던 시즌이 없었을 정도로 부상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시즌부터 풀타임을 소화하더니 2017시즌에는 A+ 레벨에서 AAA까지 급격히 뛰어올랐다. 그리고 이번 시즌 중반 기존의 선발 로테이션의 부상 및 조 비아지니의 부진이 겹치면서 보루키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완벽히 잡으며 선발 로테이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가 됐다.
보루키는 이번 시즌 루키 투수들 가운데 눈에 띌 만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패스트볼이 빠르지는 않지만 땅볼을 유도하며 홈런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훌륭한 체인지업과 정교한 제구력을 통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만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한 시대의 끝 그리고 시작
2018시즌을 마지막으로 2015~2016시즌에 디비전 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세대는 정말로 끝이 나고 말았다. 팀을 이끌었던 기븐스 감독부터 벤치코치 데마를로 헤일, 타격코치 브룩 자코비, MVP 수상자 도날드슨, 마르코 에스트라다, 햅, 그리고 오수나까지 팀의 얼굴과 같았던 인물들이 모두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그러나 해가 지는 동시에 반대편에서는 빠르게 새로운 해가 뜨고 있다.
그 주인공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다. AA와 AAA에서 주로 활약한 게레로는 0.381/0.437/0.636이라는 괴물과 같은 성적을 내며 메이저리그 콜업에 대한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그의 서비스 타임을 아끼기 위해서 콜업하지 않고 버텨낸 토론토지만 2019시즌에는 그를 마이너리그에 아껴둘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뒤를 받쳐줄 선수들 역시 든든하다. 토론토의 AA 팀은 이스턴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소위 ‘혈통볼’로 유명한 선수들인 보 비솃과 캐반 비지오 등의 선수들이 이를 이끌었다. 특히 비솃은 리그 최다 안타와 최다 2루타를 석권했으며 70%가 넘는 확률로 3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게다가 유격수비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낸 덕분에 더 이상 그의 미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상위 마이너리그뿐 아니라 하위 마이너리그 및 유망주들의 깊이 역시 착실하게 잘 보강해내고 있다. 단적인 예는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팜 순위다. 2016년에는 24위, 2017년에는 20위에 머물렀던 랭킹이 이번 시즌 8월에는 4위까지 뛰어올랐다. 핵심 유망주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이 주된 이유이긴 하지만 이는 유망주들의 전반적인 보강 없이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한편 보루키를 필두로 여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 역시 고무적이다. 특히 포수 대니 잰슨, 외야수 빌리 맥키니, 내야수 루어데스 구리엘, 1루수 라우디 텔레즈와 같은 야수들이 짧은 기간 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투수진에서도 구위가 좋은 션 리드-폴리, 디셉션으로 승부하는 토마스 패논 등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며 희망의 불을 더욱 타오르게 했다.
이런 긍정적인 상황 덕분에 로스 앳킨스 단장은 “2020~2021시즌 즈음에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것이 2020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마커스 스트로먼, 애런 산체스 그리고 데본 트래비스의 트레이드를 서두르지 않은 이유이다. 토론토는 이들의 계약 마지막 해를 유망주들과 함께 우승에 도전하는 기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트레이드로 합류한 그리척, 자일스, 그리고 드루리 역시 2020시즌이 서비스 타임 마지막 해이다.
2019시즌을 앞두고 토론토는 바쁜 오프시즌을 보내야만 한다. 이미 새로운 감독 찰리 몬토요, 벤치코치 데이브 허진스의 선임으로 그 시작을 끊었으니 이제는 선수단 차례다. 급선무는 과포화인 내야진의 정리다. 또한 스트로먼, 산체스 등 이제 3년 가량의 서비스 타임이 남은 선수들에 대한 선택 역시 남았다. 한편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들이 올라올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베테랑들과의 단년 FA 계약을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한다.
이제 2015~2016시즌은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길 때가 됐다. 그리고 2019시즌 토론토는 기회의 땅이 될 예정이다. 새로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쌓을 것이다. 마크 샤피로 사장과 앳킨스 단장은 이제 전임 수뇌부들의 유산 없이 자신들만의 온전한 팀을 운영하게 됐다. 과연 이들이 미래의 첫 세대를 잘 꾸려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도록 하자.
야구공작소
이해인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택근
기록출처: MLB.com, Fangraphs, Baseball Savant, Milb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73승 89패)
[스포탈코리아]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내야 백업 보강을 2018년 오프시즌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키스톤 콤비 때문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로스터의 구멍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호세 바티스타가 떠난 우익수 자리와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 조각, 그리고 구원투수의 뎁스를 채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많은 선수들을 필요로 했던 만큼 팀은 FA 시장에서 굵은 조각들을 사는 대신 트레이드 및 반등후보들을 골라 염가 혹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는 전략을 택했다.
시즌 초반에는 이런 보강 방식이 성공한 듯 보였다. 첫 22경기에서 무려 14승 8패라는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의 계약들로 보강한 불펜들이 제 역할을 했다. 3~4월 동안 토론토의 구원투수들은 평균자책 2.28로 모든 메이저리그 팀들 가운데 2위에 올랐다. 또한 승리 확률 기여도의 측면에서도 2.21로 전체 6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 뒤 토론토는 여러 악재가 터지며 급속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의 시즌아웃, 팀의 중추 3루수 조시 도날드슨의 장기부상은 야수진의 큰 공백으로 돌아왔다. 또한 마무리투수 로베르토 오수나가 가정폭력으로 인한 7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으며 다른 투수들이 그 부담을 나눠 가져야 했다. 결국 토론토의 5월 성적은 OPS 0.687, 평균자책 5.35로 30개 구단 가운데 각각 25위와 29위로 추락했다.
팀의 추락을 지켜본 수뇌부는 소극적이었던 지난 시즌과 다르게 영민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첫 트레이드는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일보다 한 달가량 앞선 6월 28일에 행해졌다. 그리고 그 뒤로 웨이버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J.A. 햅, 오승환, 도날드슨 등 계약만료 예정자와 오수나까지 가치 있는 자원들을 모두 트레이드했다.
트레이드 과정에서는 몇몇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수나는 징계를 수행하는 도중 이적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한 도날드슨의 경우에는 부상자가 웨이버를 통과해 트레이드될 수 없다는 규정에 위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실제로 도날드슨이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되자마자 바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그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한편 트레이드 전략은 여타 리빌딩 팀과는 살짝 달랐다. 특히 햅, 오수나의 트레이드에서 메이저리그 서비스 타임이 한참 진행된 유틸리티 브랜든 드루리와 구원투수 켄 자일스를 받아온 부분이 그랬다. 이는 많은 핵심 유망주들이 AA부터 메이저리그까지 각 레벨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드루리와 자일스는 이들의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미래를 함께할 수도, 둔화된다면 팀을 다시 옮기게 될 수도 있는 자원들이다.
이렇게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하고 신인 선수들을 데뷔시키면서 토론토의 한 시즌은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팀은 시즌 종료 전부터 2번의 재임기간 동안 총 13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존 기븐스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최고의 선수 – 랜달 그리척
124경기 462타석 25홈런 3도루 0.245/0.301/0.502 2.1 fWAR
이번 시즌 토론토의 수훈갑은 랜달 그리척이었다. 그는 fWAR에서 팀내 최고인 2.1을 기록하며 팀의 야수진을 이끌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부터 명성을 떨쳐온 장타력은 팀을 옮긴 후에도 여전했다. 그는 이번 시즌 부상으로 한 달가량 결장했지만 25개의 홈런을 치며 커리어하이 및 팀내 최다홈런을 동시에 달성했다.
선구안이 좋은 편이 아닌 그는 힘은 좋지만 볼넷이 적고 삼진이 많아 늘 타석에서 기대만큼의 효용을 내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그리척은 타격 어프로치를 수정했다. 타자에게 불리한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최대한 삼진을 당하지 않는 데 집중한 것이다. 이는 팀 동료인 저스틴 스모크가 2017시즌 브레이크아웃에 성공했던 방법과 일치한다.
특히 초반에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시즌이었다. 그는 3~4월에 타율 0.106으로 매우 부진했으며, 5월에는 슈퍼 캐치를 성공시킨 뒤 부상으로 결장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그러나 6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홈런 23개를 몰아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런 모습은 흡사 2011시즌 에드윈 엔카나시온을 연상시키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그리척은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시즌 자신이 맡았던 주포지션인 우익수 자리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또한 중견수 케빈 필라가 팀에서 이탈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는 중견수까지 맡으며 외야진이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그리척이 바로 눈에 띌 만큼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중견수 자리에 깊은 고민에 빠진 팀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선수다. 필라는 이제 전성기에 들어갈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각종 수비 지표와 운동 능력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타격에서는 계속해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그리척이라는 대체자가 생긴 덕분에 토론토는 굳이 필라에게 목을 맬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토론토의 인기 스타인 필라가 타팀으로 트레이드 되더라도 크게 놀랍지 않을 전망이다.
최악의 선수 – 로베르토 오수나
0승 0패 9세이브 15.1이닝 평균자책 2.93 fWAR 0.5
부진과 부상이 겹쳤던 선수단에서 성적이 나빴던 선수들은 무수히 많지만 오수나는 성적이 좋았음에도 토론토 최악의 선수였다. 그는 가정폭력과 관련해 75경기 징계를 받으며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박살내고 말았다. 게다가 오수나가 결장하게 된 시기도 좋지 못했다. 그가 처음 사건을 일으키며 결장할 때까지 토론토는 19승 16패로 와일드카드 진출권 확보의 교두보가 될 5할 승률의 문턱을 사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탈하고 난 뒤로 마무리투수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며 중간계투 선수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수나는 이 사건이 터진 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모든 인터뷰와 답변은 변호사가 진행했고 사과는커녕 흔한 유감 표명조차도 없었다. 팀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팬들에게 작별인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SNS 계정은 조용히 휴스턴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휴스턴에 감사하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그 뒤 오수나 사태는 피해자가 증언 및 진술을 거부하면서 평화합의가 이뤄졌으며 실제 유죄 여부는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다. 그리고 로저스 센터에서는 그가 등판을 하자 큰 야유가 쏟아졌다.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토론토 팬들은 오수나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가 지난 시즌 정신적 문제인 불안 장애로 이탈해 있을 때 많은 팬들은 그에게 열띤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오수나는 1년만에 좋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큰 징계를 소화했고 타팀으로 트레이드됐다. 그가 팀 프런트에게 존중 받지 못했다는 감정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떳떳한 상황이고 프로선수라면 그런 감정과는 별개로 그를 3년 동안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 정도는 표할 필요가 있었다.
가장 발전한 선수 – 라이언 보루키
4승 6패 97.2이닝 평균자책 3.87 fWAR 1.7
좌완투수 보루키는 2012년 드래프트 15라운드 출신으로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던 선수였다.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유망주에서 늘 팀 30위권 안쪽에 들기는 했으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 한 번도 건강했던 시즌이 없었을 정도로 부상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시즌부터 풀타임을 소화하더니 2017시즌에는 A+ 레벨에서 AAA까지 급격히 뛰어올랐다. 그리고 이번 시즌 중반 기존의 선발 로테이션의 부상 및 조 비아지니의 부진이 겹치면서 보루키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완벽히 잡으며 선발 로테이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가 됐다.
보루키는 이번 시즌 루키 투수들 가운데 눈에 띌 만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패스트볼이 빠르지는 않지만 땅볼을 유도하며 홈런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훌륭한 체인지업과 정교한 제구력을 통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만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한 시대의 끝 그리고 시작
2018시즌을 마지막으로 2015~2016시즌에 디비전 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세대는 정말로 끝이 나고 말았다. 팀을 이끌었던 기븐스 감독부터 벤치코치 데마를로 헤일, 타격코치 브룩 자코비, MVP 수상자 도날드슨, 마르코 에스트라다, 햅, 그리고 오수나까지 팀의 얼굴과 같았던 인물들이 모두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그러나 해가 지는 동시에 반대편에서는 빠르게 새로운 해가 뜨고 있다.
그 주인공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다. AA와 AAA에서 주로 활약한 게레로는 0.381/0.437/0.636이라는 괴물과 같은 성적을 내며 메이저리그 콜업에 대한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그의 서비스 타임을 아끼기 위해서 콜업하지 않고 버텨낸 토론토지만 2019시즌에는 그를 마이너리그에 아껴둘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뒤를 받쳐줄 선수들 역시 든든하다. 토론토의 AA 팀은 이스턴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소위 ‘혈통볼’로 유명한 선수들인 보 비솃과 캐반 비지오 등의 선수들이 이를 이끌었다. 특히 비솃은 리그 최다 안타와 최다 2루타를 석권했으며 70%가 넘는 확률로 3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게다가 유격수비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낸 덕분에 더 이상 그의 미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상위 마이너리그뿐 아니라 하위 마이너리그 및 유망주들의 깊이 역시 착실하게 잘 보강해내고 있다. 단적인 예는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팜 순위다. 2016년에는 24위, 2017년에는 20위에 머물렀던 랭킹이 이번 시즌 8월에는 4위까지 뛰어올랐다. 핵심 유망주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이 주된 이유이긴 하지만 이는 유망주들의 전반적인 보강 없이 이뤄낼 수 없는 일이다.
한편 보루키를 필두로 여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 역시 고무적이다. 특히 포수 대니 잰슨, 외야수 빌리 맥키니, 내야수 루어데스 구리엘, 1루수 라우디 텔레즈와 같은 야수들이 짧은 기간 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투수진에서도 구위가 좋은 션 리드-폴리, 디셉션으로 승부하는 토마스 패논 등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며 희망의 불을 더욱 타오르게 했다.
이런 긍정적인 상황 덕분에 로스 앳킨스 단장은 “2020~2021시즌 즈음에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것이 2020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마커스 스트로먼, 애런 산체스 그리고 데본 트래비스의 트레이드를 서두르지 않은 이유이다. 토론토는 이들의 계약 마지막 해를 유망주들과 함께 우승에 도전하는 기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트레이드로 합류한 그리척, 자일스, 그리고 드루리 역시 2020시즌이 서비스 타임 마지막 해이다.
2019시즌을 앞두고 토론토는 바쁜 오프시즌을 보내야만 한다. 이미 새로운 감독 찰리 몬토요, 벤치코치 데이브 허진스의 선임으로 그 시작을 끊었으니 이제는 선수단 차례다. 급선무는 과포화인 내야진의 정리다. 또한 스트로먼, 산체스 등 이제 3년 가량의 서비스 타임이 남은 선수들에 대한 선택 역시 남았다. 한편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들이 올라올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베테랑들과의 단년 FA 계약을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한다.
이제 2015~2016시즌은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길 때가 됐다. 그리고 2019시즌 토론토는 기회의 땅이 될 예정이다. 새로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쌓을 것이다. 마크 샤피로 사장과 앳킨스 단장은 이제 전임 수뇌부들의 유산 없이 자신들만의 온전한 팀을 운영하게 됐다. 과연 이들이 미래의 첫 세대를 잘 꾸려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도록 하자.
야구공작소
이해인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택근
기록출처: MLB.com, Fangraphs, Baseball Savant, Mi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