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 59승 3무 82패(9위)
[스포탈코리아] 10, 10, 10 혹은 AAA. 창단 이후 KT의 성적이다. 3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는 팬과 구단에 진한 피로감을 남겼다. 또 한 번 무너지면 간신히 잡은 기반마저 흔들릴 게 분명했다. 살아남기 위해 KT는 스토브 리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거물 3루수 황재균을 영입하고 벌크업의 대명사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를 품었다. 검증된 외인 니퍼트 역시 영입하며 KT 역사상 가장 알찬 스토브 리그를 보냈다.
“3년간의 불명예를 털어버리자. 근성과 투지로 5할을 달성하자.” 양질의 영입에 의한 자신감이었을까? KT 임종택 단장은 신년 결의식에서 이처럼 선언했다. 한 번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팀이 5할이라니. 이상은 높게 잡는 것이 좋다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나도 커 보였다. 하지만 개막전 강백호의 데뷔 첫 타석 홈런, 그 아름다운 아치를 보며 ‘어쩌면’이라 생각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었다.
MVP - 멜 로하스 주니어
144경기 0.305 / 0.388 / 0.590 / 0.979 43홈런 114타점 114득점 SWAR 6.31
역사적인 시즌이었다. 2018년 로하스는 다른 괴물들이 없었다면 충분히 리그 MVP까지 노려볼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2018년 외국인 타자 WAR 1위, 역대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WAR 16위, 역대 외국인 중견수 단일 시즌 WAR 3위를 기록하며 길이 남을 성적을 남겼다. 거기에 KBO리그 역대 중견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타점 2위, 총루타 2위에 올랐다. KT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는 덤이었다.
로하스의 대폭발은 벌크업의 영향도 있지만, 그가 KBO리그에 완벽히 적응했기에 가능했다. 2017년 로하스는 83경기를 뛰며 타율 0.301, 18홈런을 때려내며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볼넷 23개를 얻어낼 때 무려 81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BB/K 0.28이라는 극악의 볼삼비를 함께 보여줬다. (2017년 리그 평균 BB/K 0.45) 볼넷이 적고 삼진을 많이 당하는 유형의 타자는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에 구단도 재계약을 굉장히 고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하스는 장타력과 함께 선구안 역시 진일보했다. 로하스의 장타력을 의식한 투수들은 존에 들어가는 정직한 공보다 빠지는 공 위주로 승부했다. 로하스는 거기에 말려들지 않고 볼에 배트를 덜 내며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굉장한 집중력으로 공을 골라냈다. 그 결과 리그 평균 볼넷 비율(8.1%)을 웃도는 성적(11.0%)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18년 로하스를 가장 빛나게 하는 건 강철같은 체력이다. 로하스는 리그에서 유이하게 144경기를 소화한 중견수이며 KT 최초의 전 경기 출전선수가 됐다.(2016년 이대형 143경기) 총 144경기 중 지명타자 선발 출전은 5경기뿐이기에 기록이 더욱 돋보인다. (중견수 130경기, 좌익수 9경기 선발 출장) 그 결과 로하스는 2018년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1210.1이닝을 소화했다. 2018년 로하스는 말 그대로 더할 나위 없었다.
진짜 천재 강백호
138경기 0.290 / 0.356 / 0.524 / 0.879 / 29홈런 84타점 108득점 SWAR 1.72
대단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슈퍼루키 강백호는 진짜 천재였다. 전조는 있었다. 첫 공식 청백전에서 2타수 2안타 1홈런 1볼넷으로 시동을 걸더니 연달아 장타를 뿜어냈다. 그리고 시즌 개막전 작년 최고의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담장을 넘기는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이 홈런으로 강백호는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최초의 고졸 신인이 되었다.
이후 6월 8일 연타석 홈런으로 KBO리그 9년 만에 고졸 신인 두 자릿수 홈런 돌파, 9월 15일 22홈런으로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경신, 9월 20일 데뷔 첫 3연타석 홈런과 6타점을 올리며 고졸 신인 최초 3연타석 홈런, 고졸 신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을 경신하며 29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2018년 강백호가 세운 기록은 다음과 같다. 고졸 신인 최다 홈런, 최다 2루타, 최다 타점, 최다 장타율, 최다 루타. KT 토종 선수 기준 역대 최다 홈런, 최다 득점, 최다 루타 2위, 최다 타점 3위.
강백호의 성적 중 가장 고무적인 것은 선구안이다. 강백호의 볼넷 비율은 8.9%로 리그 평균보다 준수한 편이다. (KBO 리그 평균 8.1%) 볼넷 비율이 전반기에는 8.4%에서 후반기엔 9.6%로 더욱 좋아졌다. 볼에 대한 스윙 비율 역시 29.1%, 리그 28위로 준수하다. (리그 평균 30.2%) 갓 고등학교에서 올라온 19세 타자가 프로 투수들의 공을 골라가며 때리고 있다.
이쯤 되면 KT의 강백호가 아니라 강백호의 KT라 불러도 무방하다. KT는 인내심을 갖고 강백호의 타격폼을 1년간 건드리지 않았다. 이제 타격 시 몸이 들리는 약점을 수정하고 있을 것이다. 약점을 고친 2년 차 강백호는 또 얼마나 대단한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인가. KT의 미래는 강백호에게 있다.
드디어 선발 야구, 무너진 필승조
선발 야구. 작년까지 KT와는 가장 먼 이야기였다. 10승 투수는 2015년 옥스프링 이후 없으며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선발 역시 전무했다. 그나마 2017년 고영표가 선발로 각성하며 약간 숨통이 트였을 뿐이다. 선발진은 타 팀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중간 계투진, 특히 필승조는 양과 질 모두 빼어났다. 강속구를 자랑하는 엄상백, 좌타자 킬러 심재민, 커터볼러로 다시 태어난 이상화, KT 부동의 마무리 김재윤까지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은 KT의 몇 안 되는 승리공식이었다.
그리고 2018년 KT는 선발의 팀이 되었다. 니퍼트는 노쇠화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완벽히 부활했다. 전성기에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등판했다 하면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의 공무원이 됐다. (QS 20회 리그 공동 2위, 이닝 5위) 피어밴드 역시 2017년에 보여줬던 리그 에이스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기교파 투수의 정석을 보여줬다. (QS 16회 리그 공동 9위)
토종 선발들 역시 훌륭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금민철은 선발 투수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2018년 KT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은 금민철이었다. 니퍼트를 비롯해 모든 선발진이 한 번 이상 로테이션을 걸렀지만 금민철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KT 투수진의 과부하를 막았다. (선발 등판 횟수 29회, KT 1위)
고영표는 토종 에이스로 비상하길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팀이었다.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고영표의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전체 6위, 토종 3위로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5.13이라는 평균자책점과 4.31이라는 FIP의 괴리가 고영표를 그저 그런 선발투수로 만들었다. 물론 본인 스스로 이런 평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세부 스탯은 훌륭할지 모르나 2년 연속 규정이닝에 못 미친 것은 매우 아쉬운 결격사유이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고영표는 꾸준히 체력적인 문제를 보이고 있다. 내구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고영표는 계속 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선발 로테이션은 꾸준히 돌아갔지만 필승조는 2017년과 다르게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임시 마무리 자리까지 꿰찼던 이상화는 5월 4일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뒤 시즌 아웃됐고, 심재민 역시 잦은 부상으로 1군과 2군을 오가며 겨우 4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엄상백은 시즌 내내 고질적인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필승조로 써야 할 지 추격조로 써야 할 지 헷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김재윤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시즌 중반부터 기존 필승조가 해체된 가운데 KT의 믿을맨은 김재윤뿐이었다. 2015년부터 지난 3년간 김재윤은 평균자책점은 높았지만 FIP를 비롯한 세부 지표는 훌륭한, 소위 말하는 세이버형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세부 지표마저 무너졌다.
김재윤은 많은 탈삼진과 적은 볼넷, 훌륭한 피홈런 억제 능력을 갖춘 투수였다. 2017년 탈삼진 능력이 떨어지며 투피치의 한계가 드러나는 듯했지만 다행히도 올해 회복세를 보여줬다.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늘어난 피홈런에 있다. (리그 평균 HR/9 1.24) 올해 김재윤은 271타자를 상대했다. 아주 큰 샘플 사이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수이다. 심재민은 병역 문제로 이탈했고 엄상백의 제구는 언제쯤 잡을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내년에 이상화가 건강히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KT의 마무리는 김재윤이 맡아줘야 한다. 만약 피홈런의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내년 KT의 필승조 역시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
9월 28일 그리고 10월 13일
9월 12일 SK에게 3 대 8로 패하며 KT는 2018년 처음 꼴찌로 떨어졌다. 창단 이래로 KT 사전에 반등이란 단어는 없었다. 2015년 창단 첫 경기 패배 이후 143경기, 2016년 7월 8일 SK전 이후 68경기, 2017년 6월 21일 롯데전 이후 75경기 동안 KT는 계속 꼴찌라는 심연 속에 갇혀있었다. 올해 역시 꼴찌 추락 후 12경기 승률 2할 5푼에 그치며 이대로 끝나는 듯했다.
9월 28일 삼성전 5 대 5 무승부. 경기 자체는 8회 김재윤이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비긴 기분 나쁜 경기였다. 하지만 NC와 0.5 게임 차로 9위가 되어, KT 역사상 최초로 꼴찌에서 반등에 성공한 역사적인 경기가 되었다. 이후 양 팀은 4번이나 자리를 바꿔가며 치열한 그들만의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10월 13일 시즌 최종전이 다가왔다. 운명의 장난일까? 순위 역시 최종전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상황. 역사적인 경기의 상대는 압도적 1위 두산, 그리고 짜맞춘 듯 이 경기의 선발 투수는 니퍼트로 낙점됐다. 최초로 잠실에서 두산 타자를 상대하는 생소함과 함께 팀 최초의 탈꼴찌, 16년 이후 팀 투수 최다승까지. 한 경기에 너무나 많은 것이 걸려있었다.
서로를 잘 아는 두산과 니퍼트답게 대결은 치열했다. 두산 타자들은 니퍼트를 상대로 10안타의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니퍼트 역시 평소보다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며 두산 타자들을 상대했다. (체인지업 비율 2018년 평균 26.5%, 10월 13일 36.0%) 관록의 니퍼트답게 10피안타를 허용하면서도 6이닝 2실점 1자책으로 두산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이는 두산 상대 니퍼트의 최다 피안타이면서 최소 실점이다.
결국 10회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속에 로하스의 멀티 홈런으로 KT가 승리했다. 이 승리로 NC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탈꼴찌를 확정지었다. 576경기 214승 6무 356패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마치며
꿈은 5할이었지만 근성과 투지만으로 목표를 이루기엔 아직 부족했다. 이지풍 코치의 합류와 뜬공 타격 이론은 팀 홈런 2위 KT를 만들었다. 하지만 공갈포 성향의 타선은 겨우겨우 리그 평균 수준의 득점을 올렸을 뿐이다. (wRC+ 98.7) 투수들의 제구력 역시 몰라보게 좋아졌다. 2015년 BB/9 9위를 기록한 투수진은 2016년 8위, 2017년 4위를 기록하더니 올해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2018년 KT 투수진이 기록한 BB/9 2.89는 역대 293개의 팀 중 24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날카로운 커맨드가 동반되지 못했기에 194개의 피홈런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역대 최다 2위)
야심차게 영입한 황재균은 준수했지만 KT가 바랐던 S급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유한준도 구단 사상 최초 월간 MVP와 2015년 이후 첫 20홈런을 기록했지만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박경수 역시 전반기에만 타율 0.283 17홈런을 몰아쳤지만 후반기 타율 0.224로 부진했다. 심우준도 드디어 송구 불안을 잡으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지만 컨택과 선구안은 여전했다.
그리고 더는 덕아웃에서 달큰한 믹스 커피 내음을 맡을 수 없게 됐다. 김진욱 감독 역시 2018년 KT처럼 공과가 뚜렷했다. 철저한 관리 야구로 선수들의 부상을 최소화했으며 창단 첫 탈꼴찌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1군과 2군의 기용 및 순환에서 여러 의문점이 나타났으며, 무엇보다도 9위 밖에 이루지 못했다. 훌륭한 사람이었으나 구단이 원하는 감독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KT는 수뇌부 교체라는 연례행사를 치렀다. 타격 코치 이숭용이 단장으로 영전됐고 새 감독으로 이강철 현 두산 수석 코치, 수석 코치로 김태균 현 두산 주루 코치가 내정됐다. KT 답지 않은 속도로 일이 진행됐지만 그 과정은 KT다웠다. 탈꼴찌라는 잔치를 벌였지만 뒤에는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팀은 젊어지고 가벼워졌지만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다. 이렇게 2018년 KT는 막을 내렸다.
이제야 싸울 만한 팀이 됐다. 확고한 주전과 그 뒤를 받칠 괜찮은 백업이 생겼다. 투수진은 불안불안하지만 긁어볼 자원이 넘친다. 정성곤은 불펜에서 의외의 스터프를 보여줬고, 이종혁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팀 최고의 원석 김민이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심재민과 고영표가 병역 문제로 팀을 이탈하지만 압도적인 재능의 이대은이 드디어 1군에 모습을 드러낸다. 퓨쳐스리그를 초토화시킨 문상철과 김민혁 역시 1군에 합류한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창단 첫 9위라는 결과를 뒤로 하고 이숭용 단장, 이강철 감독 체제의 KT 3기가 시작된다. 그들의 행보는 KT를 어떤 미래로 이끌 것인가.
야구공작소
김경현 칼럼니스트 / 에디터=문막승, 김혜원
기록 출처: STATIZ
[스포탈코리아] 10, 10, 10 혹은 AAA. 창단 이후 KT의 성적이다. 3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는 팬과 구단에 진한 피로감을 남겼다. 또 한 번 무너지면 간신히 잡은 기반마저 흔들릴 게 분명했다. 살아남기 위해 KT는 스토브 리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거물 3루수 황재균을 영입하고 벌크업의 대명사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를 품었다. 검증된 외인 니퍼트 역시 영입하며 KT 역사상 가장 알찬 스토브 리그를 보냈다.
“3년간의 불명예를 털어버리자. 근성과 투지로 5할을 달성하자.” 양질의 영입에 의한 자신감이었을까? KT 임종택 단장은 신년 결의식에서 이처럼 선언했다. 한 번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팀이 5할이라니. 이상은 높게 잡는 것이 좋다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나도 커 보였다. 하지만 개막전 강백호의 데뷔 첫 타석 홈런, 그 아름다운 아치를 보며 ‘어쩌면’이라 생각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었다.
MVP - 멜 로하스 주니어
144경기 0.305 / 0.388 / 0.590 / 0.979 43홈런 114타점 114득점 SWAR 6.31
역사적인 시즌이었다. 2018년 로하스는 다른 괴물들이 없었다면 충분히 리그 MVP까지 노려볼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2018년 외국인 타자 WAR 1위, 역대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WAR 16위, 역대 외국인 중견수 단일 시즌 WAR 3위를 기록하며 길이 남을 성적을 남겼다. 거기에 KBO리그 역대 중견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타점 2위, 총루타 2위에 올랐다. KT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는 덤이었다.
로하스의 대폭발은 벌크업의 영향도 있지만, 그가 KBO리그에 완벽히 적응했기에 가능했다. 2017년 로하스는 83경기를 뛰며 타율 0.301, 18홈런을 때려내며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볼넷 23개를 얻어낼 때 무려 81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BB/K 0.28이라는 극악의 볼삼비를 함께 보여줬다. (2017년 리그 평균 BB/K 0.45) 볼넷이 적고 삼진을 많이 당하는 유형의 타자는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에 구단도 재계약을 굉장히 고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하스는 장타력과 함께 선구안 역시 진일보했다. 로하스의 장타력을 의식한 투수들은 존에 들어가는 정직한 공보다 빠지는 공 위주로 승부했다. 로하스는 거기에 말려들지 않고 볼에 배트를 덜 내며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굉장한 집중력으로 공을 골라냈다. 그 결과 리그 평균 볼넷 비율(8.1%)을 웃도는 성적(11.0%)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18년 로하스를 가장 빛나게 하는 건 강철같은 체력이다. 로하스는 리그에서 유이하게 144경기를 소화한 중견수이며 KT 최초의 전 경기 출전선수가 됐다.(2016년 이대형 143경기) 총 144경기 중 지명타자 선발 출전은 5경기뿐이기에 기록이 더욱 돋보인다. (중견수 130경기, 좌익수 9경기 선발 출장) 그 결과 로하스는 2018년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1210.1이닝을 소화했다. 2018년 로하스는 말 그대로 더할 나위 없었다.
진짜 천재 강백호
138경기 0.290 / 0.356 / 0.524 / 0.879 / 29홈런 84타점 108득점 SWAR 1.72
대단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슈퍼루키 강백호는 진짜 천재였다. 전조는 있었다. 첫 공식 청백전에서 2타수 2안타 1홈런 1볼넷으로 시동을 걸더니 연달아 장타를 뿜어냈다. 그리고 시즌 개막전 작년 최고의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담장을 넘기는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이 홈런으로 강백호는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최초의 고졸 신인이 되었다.
이후 6월 8일 연타석 홈런으로 KBO리그 9년 만에 고졸 신인 두 자릿수 홈런 돌파, 9월 15일 22홈런으로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경신, 9월 20일 데뷔 첫 3연타석 홈런과 6타점을 올리며 고졸 신인 최초 3연타석 홈런, 고졸 신인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을 경신하며 29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2018년 강백호가 세운 기록은 다음과 같다. 고졸 신인 최다 홈런, 최다 2루타, 최다 타점, 최다 장타율, 최다 루타. KT 토종 선수 기준 역대 최다 홈런, 최다 득점, 최다 루타 2위, 최다 타점 3위.
강백호의 성적 중 가장 고무적인 것은 선구안이다. 강백호의 볼넷 비율은 8.9%로 리그 평균보다 준수한 편이다. (KBO 리그 평균 8.1%) 볼넷 비율이 전반기에는 8.4%에서 후반기엔 9.6%로 더욱 좋아졌다. 볼에 대한 스윙 비율 역시 29.1%, 리그 28위로 준수하다. (리그 평균 30.2%) 갓 고등학교에서 올라온 19세 타자가 프로 투수들의 공을 골라가며 때리고 있다.
이쯤 되면 KT의 강백호가 아니라 강백호의 KT라 불러도 무방하다. KT는 인내심을 갖고 강백호의 타격폼을 1년간 건드리지 않았다. 이제 타격 시 몸이 들리는 약점을 수정하고 있을 것이다. 약점을 고친 2년 차 강백호는 또 얼마나 대단한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인가. KT의 미래는 강백호에게 있다.
드디어 선발 야구, 무너진 필승조
선발 야구. 작년까지 KT와는 가장 먼 이야기였다. 10승 투수는 2015년 옥스프링 이후 없으며 규정이닝을 소화한 토종 선발 역시 전무했다. 그나마 2017년 고영표가 선발로 각성하며 약간 숨통이 트였을 뿐이다. 선발진은 타 팀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중간 계투진, 특히 필승조는 양과 질 모두 빼어났다. 강속구를 자랑하는 엄상백, 좌타자 킬러 심재민, 커터볼러로 다시 태어난 이상화, KT 부동의 마무리 김재윤까지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은 KT의 몇 안 되는 승리공식이었다.
그리고 2018년 KT는 선발의 팀이 되었다. 니퍼트는 노쇠화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완벽히 부활했다. 전성기에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등판했다 하면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의 공무원이 됐다. (QS 20회 리그 공동 2위, 이닝 5위) 피어밴드 역시 2017년에 보여줬던 리그 에이스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기교파 투수의 정석을 보여줬다. (QS 16회 리그 공동 9위)
토종 선발들 역시 훌륭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금민철은 선발 투수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2018년 KT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은 금민철이었다. 니퍼트를 비롯해 모든 선발진이 한 번 이상 로테이션을 걸렀지만 금민철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KT 투수진의 과부하를 막았다. (선발 등판 횟수 29회, KT 1위)
고영표는 토종 에이스로 비상하길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팀이었다.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고영표의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전체 6위, 토종 3위로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5.13이라는 평균자책점과 4.31이라는 FIP의 괴리가 고영표를 그저 그런 선발투수로 만들었다. 물론 본인 스스로 이런 평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세부 스탯은 훌륭할지 모르나 2년 연속 규정이닝에 못 미친 것은 매우 아쉬운 결격사유이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고영표는 꾸준히 체력적인 문제를 보이고 있다. 내구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고영표는 계속 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선발 로테이션은 꾸준히 돌아갔지만 필승조는 2017년과 다르게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임시 마무리 자리까지 꿰찼던 이상화는 5월 4일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뒤 시즌 아웃됐고, 심재민 역시 잦은 부상으로 1군과 2군을 오가며 겨우 4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엄상백은 시즌 내내 고질적인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필승조로 써야 할 지 추격조로 써야 할 지 헷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김재윤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시즌 중반부터 기존 필승조가 해체된 가운데 KT의 믿을맨은 김재윤뿐이었다. 2015년부터 지난 3년간 김재윤은 평균자책점은 높았지만 FIP를 비롯한 세부 지표는 훌륭한, 소위 말하는 세이버형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세부 지표마저 무너졌다.
김재윤은 많은 탈삼진과 적은 볼넷, 훌륭한 피홈런 억제 능력을 갖춘 투수였다. 2017년 탈삼진 능력이 떨어지며 투피치의 한계가 드러나는 듯했지만 다행히도 올해 회복세를 보여줬다.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늘어난 피홈런에 있다. (리그 평균 HR/9 1.24) 올해 김재윤은 271타자를 상대했다. 아주 큰 샘플 사이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수이다. 심재민은 병역 문제로 이탈했고 엄상백의 제구는 언제쯤 잡을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내년에 이상화가 건강히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KT의 마무리는 김재윤이 맡아줘야 한다. 만약 피홈런의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내년 KT의 필승조 역시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
9월 28일 그리고 10월 13일
9월 12일 SK에게 3 대 8로 패하며 KT는 2018년 처음 꼴찌로 떨어졌다. 창단 이래로 KT 사전에 반등이란 단어는 없었다. 2015년 창단 첫 경기 패배 이후 143경기, 2016년 7월 8일 SK전 이후 68경기, 2017년 6월 21일 롯데전 이후 75경기 동안 KT는 계속 꼴찌라는 심연 속에 갇혀있었다. 올해 역시 꼴찌 추락 후 12경기 승률 2할 5푼에 그치며 이대로 끝나는 듯했다.
9월 28일 삼성전 5 대 5 무승부. 경기 자체는 8회 김재윤이 동점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비긴 기분 나쁜 경기였다. 하지만 NC와 0.5 게임 차로 9위가 되어, KT 역사상 최초로 꼴찌에서 반등에 성공한 역사적인 경기가 되었다. 이후 양 팀은 4번이나 자리를 바꿔가며 치열한 그들만의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10월 13일 시즌 최종전이 다가왔다. 운명의 장난일까? 순위 역시 최종전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상황. 역사적인 경기의 상대는 압도적 1위 두산, 그리고 짜맞춘 듯 이 경기의 선발 투수는 니퍼트로 낙점됐다. 최초로 잠실에서 두산 타자를 상대하는 생소함과 함께 팀 최초의 탈꼴찌, 16년 이후 팀 투수 최다승까지. 한 경기에 너무나 많은 것이 걸려있었다.
서로를 잘 아는 두산과 니퍼트답게 대결은 치열했다. 두산 타자들은 니퍼트를 상대로 10안타의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니퍼트 역시 평소보다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며 두산 타자들을 상대했다. (체인지업 비율 2018년 평균 26.5%, 10월 13일 36.0%) 관록의 니퍼트답게 10피안타를 허용하면서도 6이닝 2실점 1자책으로 두산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이는 두산 상대 니퍼트의 최다 피안타이면서 최소 실점이다.
결국 10회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속에 로하스의 멀티 홈런으로 KT가 승리했다. 이 승리로 NC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탈꼴찌를 확정지었다. 576경기 214승 6무 356패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마치며
꿈은 5할이었지만 근성과 투지만으로 목표를 이루기엔 아직 부족했다. 이지풍 코치의 합류와 뜬공 타격 이론은 팀 홈런 2위 KT를 만들었다. 하지만 공갈포 성향의 타선은 겨우겨우 리그 평균 수준의 득점을 올렸을 뿐이다. (wRC+ 98.7) 투수들의 제구력 역시 몰라보게 좋아졌다. 2015년 BB/9 9위를 기록한 투수진은 2016년 8위, 2017년 4위를 기록하더니 올해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2018년 KT 투수진이 기록한 BB/9 2.89는 역대 293개의 팀 중 24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날카로운 커맨드가 동반되지 못했기에 194개의 피홈런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역대 최다 2위)
야심차게 영입한 황재균은 준수했지만 KT가 바랐던 S급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유한준도 구단 사상 최초 월간 MVP와 2015년 이후 첫 20홈런을 기록했지만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박경수 역시 전반기에만 타율 0.283 17홈런을 몰아쳤지만 후반기 타율 0.224로 부진했다. 심우준도 드디어 송구 불안을 잡으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지만 컨택과 선구안은 여전했다.
그리고 더는 덕아웃에서 달큰한 믹스 커피 내음을 맡을 수 없게 됐다. 김진욱 감독 역시 2018년 KT처럼 공과가 뚜렷했다. 철저한 관리 야구로 선수들의 부상을 최소화했으며 창단 첫 탈꼴찌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1군과 2군의 기용 및 순환에서 여러 의문점이 나타났으며, 무엇보다도 9위 밖에 이루지 못했다. 훌륭한 사람이었으나 구단이 원하는 감독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KT는 수뇌부 교체라는 연례행사를 치렀다. 타격 코치 이숭용이 단장으로 영전됐고 새 감독으로 이강철 현 두산 수석 코치, 수석 코치로 김태균 현 두산 주루 코치가 내정됐다. KT 답지 않은 속도로 일이 진행됐지만 그 과정은 KT다웠다. 탈꼴찌라는 잔치를 벌였지만 뒤에는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팀은 젊어지고 가벼워졌지만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다. 이렇게 2018년 KT는 막을 내렸다.
이제야 싸울 만한 팀이 됐다. 확고한 주전과 그 뒤를 받칠 괜찮은 백업이 생겼다. 투수진은 불안불안하지만 긁어볼 자원이 넘친다. 정성곤은 불펜에서 의외의 스터프를 보여줬고, 이종혁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팀 최고의 원석 김민이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심재민과 고영표가 병역 문제로 팀을 이탈하지만 압도적인 재능의 이대은이 드디어 1군에 모습을 드러낸다. 퓨쳐스리그를 초토화시킨 문상철과 김민혁 역시 1군에 합류한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창단 첫 9위라는 결과를 뒤로 하고 이숭용 단장, 이강철 감독 체제의 KT 3기가 시작된다. 그들의 행보는 KT를 어떤 미래로 이끌 것인가.
야구공작소
김경현 칼럼니스트 / 에디터=문막승, 김혜원
기록 출처: STAT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