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시즌 예상: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78승 84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97승 65패)
[스포탈코리아] 2015년부터 3년간 빌리 빈 체제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디비전 꼴찌를 했다. 그리고 올해도 오클랜드는 오프 시즌 내내 이렇다 할 보강 없이 30개팀 중 가장 저렴한 약 6천3백만 달러짜리 선수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올해도 목표는 그저 꼴찌 탈출, 아니 꼴찌인 듯 보였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어리고 잠재력이 높은 상위권 유망주보다 컨트롤 기간이 많이 남은 즉시 전력감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는 ‘리툴링’을 하며 약점을 조금씩 보완해왔다. 그리고 2018시즌 빌리 빈 사단의 새로운 머니볼이 시작되었다.
머니볼의 핵심은 평범해 보이는 원석들의 특별함을 기반으로 리그의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다. 현재 리그의 트렌드는 홈런 한방에 무너지지 않도록 삼진을 잘 잡거나 땅볼을 잘 유도해내는 선발, 팀의 승리를 지키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강력한 불펜, 타구 각도 조정을 통한 장타를 잘 만들어내는 타선이다. 오클랜드는 땅볼을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잘 유도하는 선발진과 WPA가 가장 높은 불펜, MLB 전체에서 플라이볼을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타선을 리그에서 가장 싼 값에 구축했고 꼴찌 탈출은 물론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해냈다.
아쉬움도 있었다. 시즌 말미까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위 자리를 끊임없이 위협했지만 끝내 와일드카드 한자리를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고, ALDS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한 시즌임에는 틀림없다. 세 시즌이 지나 오클랜드는 다시 빅마켓을 위협하는 리그의 다크호스로 돌아왔다.
가성비 최고의 안정적인 투타 조합
최근 급격히 증가한 수비 시프트로 인해 땅볼 타구의 효율이 떨어짐에 따라 뜬공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새로운 타격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오클랜드 타선은 전체 타구 대비 뜬공의 비율(FB%)과 평균 타구 각도에서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타율은 평범해도 장타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한방 있는 타선을 갖추게 되었다. 최초의 머니볼이 출루의 야구였다면 새로운 머니볼은 뜬공의 야구다.
지난 3년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 크리스 데이비스(134개)를 중심으로 백전노장 제드 라우리가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해주었고 나란히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맷 채프먼과 맷 올슨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스타로 발돋움했다. 안타깝게 시즌 중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스티븐 피스코티도 슬픔을 이겨내고 훌륭하게 반등하며 선뜻 자신을 영입해준 구단에 보답했다. 이 다섯 선수가 중심이 된 오클랜드 타선은 전체에서 세번째로 높은 wRC+(110)를 기록했다. 시즌 내내 골치 아팠던 외야수 한 자리와 1번타자 자리도 후반기 라몬 로리아노와 닉 마티니의 등장으로 해결되며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훌륭한 타선이 완성됐다.
부실한 선발진은 시즌 초부터 큰 고민거리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니 그레이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기대되던 유망주 A.J. 퍽은 스프링 캠프 말미에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에이스를 맡아 줄 만한 선수가 없었지만 구단은 선발진 보강에 큰 돈이나 유망주를 소모하지 않았다.
요즘처럼 홈런을 포함한 장타가 많은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투수는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지 않는, 삼진을 잘 잡는 투수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은 몸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싸다. 오클랜드는 인플레이가 되더라도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극히 드문 땅볼을 잘 생산하는 투수들을 수집하는 데 힘썼다. 올 시즌 오클랜드 선발 투수들의 땅볼 유도율은 45.6%로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높고 리그 전체에서도 3번째로 높았다.
물론 땅볼 비율만 높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땅볼 타구 처리에는 뛰어난 분석력과 탄탄한 수비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오클랜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팀이었다.
올해 오클랜드의 팀 DRS는 61로 3위, UZR은 36.7로 2위에 올랐다. 특히 투수들이 차려주는 땅볼을 맷 채프먼(플래티넘 글러브)과 맷 올슨(골드 글러브)이 이끄는 내야진이 잘 받아먹었다.
구단 역시 뛰어난 분석력으로 시프트를 적절한 상황에서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시프트 상황에서 오클랜드 투수진의 피안타율은 0.274로 30개팀 중 2번째로 낮았으며 땅볼로 한정하면 0.180으로 이 역시 전체에서 2번째로 낮았다.
좋은 수비와 분석이 바탕이 된 투수진의 BABIP는 0.273으로 리그에서 4번째로 낮았다. 물론 운이 따라줬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수준의 경쟁에서는 운을 빌려서라도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그 차이를 잘 지켜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셧다운(Shutdown)과 멜트다운(Meltdown)의 약자로 WPA를 0.06이상을 얻은 경우 SD, 잃은 경우 MD로 표현한다.
불과 3년 전 오클랜드 불펜이 기록한 WPA는 -8.26으로 29위(애틀란타 브레이브스, -3.62)와 비교하기에도 부끄러운, 그야말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꼴찌 불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결과 3년 만에 리그에서 가장 높은 WPA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불펜을 완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블레이크 트레이넨이다. 지난해 라이언 매드슨, 션 두리틀과 트레이드되어 워싱턴에서 온 트레이넨은 트레이드 전까지만 하더라도 5.73이라는 아찔한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그의 60%에 육박하는 땅볼 유도율과 잠재력이 남아있는 구위를 높이 평가했다. 2018년 트레이넨은 여전히 50%가 넘어가는 GB%를 유지한 채 K/9은 11.20개로 2.34개나 높여 리그 최고의 마무리 반열에 들어섰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유스메이로 페티트와 루 트리비노는 도합 167이닝을 던지며 안정적으로 경기의 후반부를 책임져 줬다. 구단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눈앞에 보이자 쥬리스 파밀리아와 페르난도 로드니까지 데려오며 불펜의 강력함을 유지해 나가는 데 힘썼다.
최고의 선수 - 맷 채프먼
시즌 성적 : 616타석 152안타 24홈런 0.278/0.356/0.508, wRC+ 137, DRS 29
맷 채프먼은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였다. 수비는 유망주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이 확실해 보였다. 매 투구마다 눈에 띄게 무게중심을 한껏 낮춘 자세로 수비 준비에 들어가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이용해 슈퍼 플레이를 매 경기마다 쏟아냈다. 여기에 지난해 데뷔 후 84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장타력도 있었다. 반면 마이너리그에서도 K%가 30%를 넘을 정도로 삼진이 많았고 컨택트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었다.
그러나 채프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단 반 시즌 만에 약점을 보완했다. 지난해 Contact%는 73.2%로 리그 평균(77.5%)에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는 78.7%로 리그 평균(76.9%)을 웃돌았고 자연히 삼진은 줄어들었다.
수비는 여전했다. DRS를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727이닝 동안 리그 평균보다 19점을 더 막아냈고 올해는 1273⅔이닝에서 무려 29점을 더 막아냈다. 모든 수비수들 중 독보적으로 높은 기록이며, 편안한 수비 ‘침대갑’ 안들레톤 시몬스보다도 무려 8점이나 많다. 시즌이 끝난 후 큰 이변 없이 3루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으며 리그에서 최고의 수비수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플래티넘 글러브까지 따내며 한껏 물오른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공수 양면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그를 두고 항간에서는 조시 도날드슨의 재림이라고 하지만 그 이름은 오클랜드 팬들 사이에선 잊혀진 지 오래다.
최악의 선수 - 프랭클린 바레토
시즌 성적 : 75타석 17안타 5홈런 0.233/0.253/0.493, wRC+ 100, DRS -1
물론 그가 받은 기회는 굉장히 한정적이었고 75타석만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에 비해 바레토는 좀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2015년 도날드슨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합류한 시점부터 지난해 콜업까지 그는 마커스 세미언을 밀어내고 유격수 자리를 차지할 것이 확실해 보였으나 실상은 정반대가 되어버렸다. 세미언이 매년 수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침내 유격수로서 준수한 시즌을 보낸 데 반해 바레토는 점점 타격이 무너졌다.
지난해 76타석에서 43.4%라는 높은 삼진율과 0.197의 낮은 타율로 팬들에게 약간의 실망을 안겨준 데 이어 올해도 여전히 높은 삼진율(38.7%)과 여전히 낮은 타율(0.233)을 기록했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뭔가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드 라우리가 오클랜드와 재계약 할 가능성이 높은 현재 바레토는 그야말로 계륵이 될 상황이다.
가장 많이 발전한 선수 - 스티븐 피스코티
시즌 성적 : 605타석 146안타 27홈런 0.267/0.331/0.491, wRC+ 125, fWAR 3.0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스티븐 피스코티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유망주였다.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2017 시즌을 앞두고 불과 2년차의 어린 외야수와 1년 옵션이 포함된 7년 335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뿐이었다.
2017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피스코티의 어머니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 병) 진단을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DL에도 몇 차례 오르며 2017년에는 107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팀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었고 동시에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곁을 더 오래 지키고 싶었던 피스코티는 세인트루이스에 자신을 트레이드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는 흔쾌히 피스코티의 본가와 가까운 오클랜드로 피스코티를 트레이드해 주었다.
팀의 사랑을 받던 선수의 원 소속팀과 선수가 어린 시절 팬이었던 팀의 보기 좋은 트레이드는 결과도 좋았다. 피스코티는 너무나도 훌륭하게 반등했다. 5월 9일까지는 34경기에서 2홈런에 그쳤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뒤 5월 15일 복귀 경기에서 홈런을 친 것을 기점으로 시즌 종료까지 홈런 25개를 추가했다.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어머니가 언제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밝게 인터뷰한 그를 보면 마음에서 큰 짐 하나를 덜어낸 듯하다.
피스코티는 옵션까지 실행할 경우 32세가 되는 2023년까지 저렴한 계약으로 팀과 함께하게 된다. 어쩌면 오클랜드는 크리스 데이비스에 이어 또 한 명의 엘리트 타자를 생각보다 싼 가격에 훌륭한 명분으로 데려온 것일지도 모른다.
2019년 선발 로테이션이 관건
타선은 제드 라우리와 조나단 루크로이만이 계약이 만료되는데 라우리는 연장 계약이 확실해 보이고 루크로이는 떠나더라도 큰 전력 손실은 아니다. 불펜 역시 쥬리스 파밀리아를 제외하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뎁스만 잘 유지해 준다면 다음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선발진이다. 에이스가 되어 줘야 할 션 마네아가 시즌 후반 어깨 수술을 받아 빨라도 내년 후반기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최신 팬그래프의 뎁스 차트에는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헤수스 루자르도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유망주에게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보다는 ‘소년 가장’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클랜드 선발진의 현실이다. 최근 오클랜드는 컨트롤 기간이 남아있는 마이크 파이어스와 켄달 그레이브먼을 논텐더하며 연봉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는데 노력했다. 가까스로 갖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번 FA 시장에서 건실한 선발 투수의 영입이 꼭 필요한 상황인걸 알기 때문이다. 빌리 빈이 오프 시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구공작소
조우현 칼럼니스트 / 에디터=오연우, 장원영
기록 출처: MLB.com,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Baseball Cube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97승 65패)
[스포탈코리아] 2015년부터 3년간 빌리 빈 체제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디비전 꼴찌를 했다. 그리고 올해도 오클랜드는 오프 시즌 내내 이렇다 할 보강 없이 30개팀 중 가장 저렴한 약 6천3백만 달러짜리 선수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올해도 목표는 그저 꼴찌 탈출, 아니 꼴찌인 듯 보였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어리고 잠재력이 높은 상위권 유망주보다 컨트롤 기간이 많이 남은 즉시 전력감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는 ‘리툴링’을 하며 약점을 조금씩 보완해왔다. 그리고 2018시즌 빌리 빈 사단의 새로운 머니볼이 시작되었다.
머니볼의 핵심은 평범해 보이는 원석들의 특별함을 기반으로 리그의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다. 현재 리그의 트렌드는 홈런 한방에 무너지지 않도록 삼진을 잘 잡거나 땅볼을 잘 유도해내는 선발, 팀의 승리를 지키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강력한 불펜, 타구 각도 조정을 통한 장타를 잘 만들어내는 타선이다. 오클랜드는 땅볼을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잘 유도하는 선발진과 WPA가 가장 높은 불펜, MLB 전체에서 플라이볼을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타선을 리그에서 가장 싼 값에 구축했고 꼴찌 탈출은 물론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해냈다.
아쉬움도 있었다. 시즌 말미까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위 자리를 끊임없이 위협했지만 끝내 와일드카드 한자리를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고, ALDS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한 시즌임에는 틀림없다. 세 시즌이 지나 오클랜드는 다시 빅마켓을 위협하는 리그의 다크호스로 돌아왔다.
가성비 최고의 안정적인 투타 조합
최근 급격히 증가한 수비 시프트로 인해 땅볼 타구의 효율이 떨어짐에 따라 뜬공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새로운 타격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오클랜드 타선은 전체 타구 대비 뜬공의 비율(FB%)과 평균 타구 각도에서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타율은 평범해도 장타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한방 있는 타선을 갖추게 되었다. 최초의 머니볼이 출루의 야구였다면 새로운 머니볼은 뜬공의 야구다.
지난 3년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 크리스 데이비스(134개)를 중심으로 백전노장 제드 라우리가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해주었고 나란히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맷 채프먼과 맷 올슨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스타로 발돋움했다. 안타깝게 시즌 중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스티븐 피스코티도 슬픔을 이겨내고 훌륭하게 반등하며 선뜻 자신을 영입해준 구단에 보답했다. 이 다섯 선수가 중심이 된 오클랜드 타선은 전체에서 세번째로 높은 wRC+(110)를 기록했다. 시즌 내내 골치 아팠던 외야수 한 자리와 1번타자 자리도 후반기 라몬 로리아노와 닉 마티니의 등장으로 해결되며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훌륭한 타선이 완성됐다.
부실한 선발진은 시즌 초부터 큰 고민거리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니 그레이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기대되던 유망주 A.J. 퍽은 스프링 캠프 말미에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에이스를 맡아 줄 만한 선수가 없었지만 구단은 선발진 보강에 큰 돈이나 유망주를 소모하지 않았다.
요즘처럼 홈런을 포함한 장타가 많은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투수는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지 않는, 삼진을 잘 잡는 투수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은 몸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싸다. 오클랜드는 인플레이가 되더라도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극히 드문 땅볼을 잘 생산하는 투수들을 수집하는 데 힘썼다. 올 시즌 오클랜드 선발 투수들의 땅볼 유도율은 45.6%로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높고 리그 전체에서도 3번째로 높았다.
물론 땅볼 비율만 높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땅볼 타구 처리에는 뛰어난 분석력과 탄탄한 수비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오클랜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팀이었다.
올해 오클랜드의 팀 DRS는 61로 3위, UZR은 36.7로 2위에 올랐다. 특히 투수들이 차려주는 땅볼을 맷 채프먼(플래티넘 글러브)과 맷 올슨(골드 글러브)이 이끄는 내야진이 잘 받아먹었다.
구단 역시 뛰어난 분석력으로 시프트를 적절한 상황에서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시프트 상황에서 오클랜드 투수진의 피안타율은 0.274로 30개팀 중 2번째로 낮았으며 땅볼로 한정하면 0.180으로 이 역시 전체에서 2번째로 낮았다.
좋은 수비와 분석이 바탕이 된 투수진의 BABIP는 0.273으로 리그에서 4번째로 낮았다. 물론 운이 따라줬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수준의 경쟁에서는 운을 빌려서라도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그 차이를 잘 지켜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셧다운(Shutdown)과 멜트다운(Meltdown)의 약자로 WPA를 0.06이상을 얻은 경우 SD, 잃은 경우 MD로 표현한다.
불과 3년 전 오클랜드 불펜이 기록한 WPA는 -8.26으로 29위(애틀란타 브레이브스, -3.62)와 비교하기에도 부끄러운, 그야말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꼴찌 불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결과 3년 만에 리그에서 가장 높은 WPA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불펜을 완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블레이크 트레이넨이다. 지난해 라이언 매드슨, 션 두리틀과 트레이드되어 워싱턴에서 온 트레이넨은 트레이드 전까지만 하더라도 5.73이라는 아찔한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그의 60%에 육박하는 땅볼 유도율과 잠재력이 남아있는 구위를 높이 평가했다. 2018년 트레이넨은 여전히 50%가 넘어가는 GB%를 유지한 채 K/9은 11.20개로 2.34개나 높여 리그 최고의 마무리 반열에 들어섰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유스메이로 페티트와 루 트리비노는 도합 167이닝을 던지며 안정적으로 경기의 후반부를 책임져 줬다. 구단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눈앞에 보이자 쥬리스 파밀리아와 페르난도 로드니까지 데려오며 불펜의 강력함을 유지해 나가는 데 힘썼다.
최고의 선수 - 맷 채프먼
시즌 성적 : 616타석 152안타 24홈런 0.278/0.356/0.508, wRC+ 137, DRS 29
맷 채프먼은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였다. 수비는 유망주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이 확실해 보였다. 매 투구마다 눈에 띄게 무게중심을 한껏 낮춘 자세로 수비 준비에 들어가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이용해 슈퍼 플레이를 매 경기마다 쏟아냈다. 여기에 지난해 데뷔 후 84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장타력도 있었다. 반면 마이너리그에서도 K%가 30%를 넘을 정도로 삼진이 많았고 컨택트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었다.
그러나 채프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단 반 시즌 만에 약점을 보완했다. 지난해 Contact%는 73.2%로 리그 평균(77.5%)에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는 78.7%로 리그 평균(76.9%)을 웃돌았고 자연히 삼진은 줄어들었다.
수비는 여전했다. DRS를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727이닝 동안 리그 평균보다 19점을 더 막아냈고 올해는 1273⅔이닝에서 무려 29점을 더 막아냈다. 모든 수비수들 중 독보적으로 높은 기록이며, 편안한 수비 ‘침대갑’ 안들레톤 시몬스보다도 무려 8점이나 많다. 시즌이 끝난 후 큰 이변 없이 3루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으며 리그에서 최고의 수비수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플래티넘 글러브까지 따내며 한껏 물오른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공수 양면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그를 두고 항간에서는 조시 도날드슨의 재림이라고 하지만 그 이름은 오클랜드 팬들 사이에선 잊혀진 지 오래다.
최악의 선수 - 프랭클린 바레토
시즌 성적 : 75타석 17안타 5홈런 0.233/0.253/0.493, wRC+ 100, DRS -1
물론 그가 받은 기회는 굉장히 한정적이었고 75타석만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에 비해 바레토는 좀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2015년 도날드슨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합류한 시점부터 지난해 콜업까지 그는 마커스 세미언을 밀어내고 유격수 자리를 차지할 것이 확실해 보였으나 실상은 정반대가 되어버렸다. 세미언이 매년 수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침내 유격수로서 준수한 시즌을 보낸 데 반해 바레토는 점점 타격이 무너졌다.
지난해 76타석에서 43.4%라는 높은 삼진율과 0.197의 낮은 타율로 팬들에게 약간의 실망을 안겨준 데 이어 올해도 여전히 높은 삼진율(38.7%)과 여전히 낮은 타율(0.233)을 기록했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뭔가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드 라우리가 오클랜드와 재계약 할 가능성이 높은 현재 바레토는 그야말로 계륵이 될 상황이다.
가장 많이 발전한 선수 - 스티븐 피스코티
시즌 성적 : 605타석 146안타 27홈런 0.267/0.331/0.491, wRC+ 125, fWAR 3.0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스티븐 피스코티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유망주였다.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2017 시즌을 앞두고 불과 2년차의 어린 외야수와 1년 옵션이 포함된 7년 335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뿐이었다.
2017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피스코티의 어머니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루게릭 병) 진단을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DL에도 몇 차례 오르며 2017년에는 107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팀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었고 동시에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곁을 더 오래 지키고 싶었던 피스코티는 세인트루이스에 자신을 트레이드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는 흔쾌히 피스코티의 본가와 가까운 오클랜드로 피스코티를 트레이드해 주었다.
팀의 사랑을 받던 선수의 원 소속팀과 선수가 어린 시절 팬이었던 팀의 보기 좋은 트레이드는 결과도 좋았다. 피스코티는 너무나도 훌륭하게 반등했다. 5월 9일까지는 34경기에서 2홈런에 그쳤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뒤 5월 15일 복귀 경기에서 홈런을 친 것을 기점으로 시즌 종료까지 홈런 25개를 추가했다.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 어머니가 언제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밝게 인터뷰한 그를 보면 마음에서 큰 짐 하나를 덜어낸 듯하다.
피스코티는 옵션까지 실행할 경우 32세가 되는 2023년까지 저렴한 계약으로 팀과 함께하게 된다. 어쩌면 오클랜드는 크리스 데이비스에 이어 또 한 명의 엘리트 타자를 생각보다 싼 가격에 훌륭한 명분으로 데려온 것일지도 모른다.
2019년 선발 로테이션이 관건
타선은 제드 라우리와 조나단 루크로이만이 계약이 만료되는데 라우리는 연장 계약이 확실해 보이고 루크로이는 떠나더라도 큰 전력 손실은 아니다. 불펜 역시 쥬리스 파밀리아를 제외하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뎁스만 잘 유지해 준다면 다음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선발진이다. 에이스가 되어 줘야 할 션 마네아가 시즌 후반 어깨 수술을 받아 빨라도 내년 후반기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최신 팬그래프의 뎁스 차트에는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헤수스 루자르도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유망주에게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기보다는 ‘소년 가장’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클랜드 선발진의 현실이다. 최근 오클랜드는 컨트롤 기간이 남아있는 마이크 파이어스와 켄달 그레이브먼을 논텐더하며 연봉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는데 노력했다. 가까스로 갖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번 FA 시장에서 건실한 선발 투수의 영입이 꼭 필요한 상황인걸 알기 때문이다. 빌리 빈이 오프 시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구공작소
조우현 칼럼니스트 / 에디터=오연우, 장원영
기록 출처: MLB.com, Baseball-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Baseball C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