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129경기, 163이닝, 24홀드, 15세이브. 김윤동의 지난 2년간의 성적이다. 특히 ‘18시즌에는 순수 불펜 투수 중 WAR 6위에 해당하는 준수한 성적을 받았다. 김기태 감독은 올해 와일드카드전 미디어데이에서 핵심 불펜 선수로 김윤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윤동을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투수로 지칭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리그 상위권의 성적을 냈지만 KIA 팬들에게 기억되는 김윤동은 리그 상위권 불펜이 아니었다.
김윤동의 이번 시즌 가장 실망스러웠던 장면은 6월 중순경 LG전에서의 두 번의 패전이다. 6월 15일 잠실 경기에서 9회말 4대 3으로 앞서 있는 경기를 마무리짓기 위해 나왔지만 정주헌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을 기록했다.
끝내기를 허용한 바로 다음날, 김윤동은 동점 상황에서 다시 등판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먼저 잡고 지난 끝내기 패배를 설욕하는 듯했지만 연속된 안타 두 개로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허용했다. 중요한 시기에 막아줄 것이라는 김기태 감독의 기대를 완전히 배신한 경기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김윤동이 계속 기회를 받은 것은 실패 뒤에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경기가 시즌 막판에 있었다. 와일드카드 마지막 티켓이 결정된 10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김윤동은 불펜으로 6회부터 투입되었다. 3대 2로 리드한 상황에서 올라온 김윤동은 6회에 유격수 실책으로 동점을 내주고 7회에는 전준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역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KIA가 점수를 내며 다시 역전에 성공했고, 김윤동은 실점 이후에도 9회 2아웃까지 3이닝을 버티면서 팀의 승리를 지켰다.
10월 12일 경기는 지난 시즌 김윤동의 이미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경기의 중요한 장면에서 종종 흔들리는 것이 단점이었다면 실점 이후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남은 이닝을 잘 소화하는 것은 장점이었다. 2018시즌 64번의 등판 중에서 1.1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는 총 28번, 그 중 2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는 16경기였다. 멀티이닝 경기 중 절반 이상에서 2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이다. 반면 1점도 허용하면 안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상위권 불펜 투수들보다 약했다. 마무리 보직을 맡지 않아 패배나 블론 세이브는 많지 않았지만 자주 위기에서 고꾸라졌다. 이런 김윤동의 모습을 잘 알 수 있는 지표가 있다.
김윤동과 WPA
보통 구원 투수의 실패 횟수를 가늠할 때 많이 쓰이는 것이 세이브 실패 횟수, 즉 블론세이브 숫자다. 하지만 블론세이브는 3점 차 세이브를 지키지 못한 것과 1점 차 세이브를 지키지 못한 것을 똑같이 센다는 맹점이 있다. 팀 입장에서는 3점 차 세이브를 놓친 것이 더욱 치명적이다. 그리고 김윤동처럼 마무리가 아닌 중간계투를 평가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대 승률’과 ‘WPA’를 이용할 수 있다. 기대 승률은 특정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을 말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막 시작한 1회 초, 0 대 0, 노아웃, 주자 없는 상황의 홈팀 기대 승률은 약 54%이다. 반면 경기가 끝나기 직전인 9회 초, 0 대 1,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의 홈팀 기대 승률은 약 97%이다.
WPA는 어떤 플레이가 일어났을 때 그 플레이 전후로 기대 승률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구해 합한 것이다. 1회 초가 막 시작됐을 때의 홈팀 기대 승률은 54%이지만 원정팀 선두타자가 안타로 1루에 나가면 약 49%로 낮아진다. 안타를 전후로 팀의 기대 승률이 5% 낮아졌으므로 홈팀 투수는 -0.05의 WPA를 얻는다. 여기서 삼진 하나를 잡아내면 기대승률은 53%로 올라가고, WPA는 0.04가 더해진다. 두 플레이 동안 투수의 WPA는 -0.05+0.04=-0.01이 된다.
9회 1점 차보다 9회 3점 차일 때 기대 승률이 100%에 가까운 것이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WPA는 더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인 1점 차에 등판해 리드를 지킨 투수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준다. 반대로 9회 3점 차 리드를 날린다면 더 많은 WPA를 잃는다.
올 시즌 0보다 작은 WPA를 기록한 투수는 총 199명이다. 이 중 순수하게 불펜으로만 출전한 불펜 투수들은 63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1~1 사이의 WAR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김윤동의 18시즌 WPA는 -0.96이면서 WAR은 2.39이다. 김윤동 외에 2 이상의 WAR을 기록했는데 마이너스 WPA를 기록한 다른 선수는 구승민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면 괜찮은 성적을 냈는데 중요할 때마다 무너졌다는 뜻이다.
왜 김윤동의 WPA는 WAR에 비해 낮을까?
김윤동이 중요한 순간 무너진 이유는 세부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윤동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173으로 매우 낮았다. 그 중에서도 2사 득점권 상황에서는 0.061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요 득점권에서 안타를 내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적게 내준 안타 수를 메꿀 정도로 득점권에서 볼넷 허용이 많았다. 비득점권에서도 9이닝당 볼넷 개수(BB/9)가 5.1개로 많았지만 득점권에는 7.2개로 급증했다. 속된 표현으로 새가슴 투수가 된 양 볼넷으로 주자를 쌓고 적은 안타로도 많은 점수를 내주며 한번에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이런 장면을 계속 지켜본 팬들은 김윤동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길은 김윤동으로 통한다
그렇지만 김윤동에게도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다. 김기태 감독의 지휘 아래 2년 동안 김윤동은 경기 시점에 상관없이 어려운 상황에 마구잡이로 투입되었다. 2이닝 이상 경기가 한 시즌 동안 16번이나 될 정도로 불펜 운영을 김윤동 한 명에게 의존했다. 23살의 어린 투수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큰 짐이었을지도 모른다.
김기태 감독은 18시즌 후반 마무리였던 윤석민을 내년에는 선발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팀의 젊은 불펜진들에게는 아직 성공의 경험이 많지 않다. 윤석민이 떠나고 김세현이 쇠퇴한 상황에서 김윤동은 KIA의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꼽힌다.
마무리를 맡든 지난해와 같은 마당쇠 역할을 맡든 간에 김윤동은 올해 타이거즈 불펜의 핵심 위치에 서 있다. 새로운 조력자 임기준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김윤동의 짐은 무겁다. 조력자를 얻은 김윤동은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김우빈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오연우
기록 출처 : STATIZ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윤동을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투수로 지칭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리그 상위권의 성적을 냈지만 KIA 팬들에게 기억되는 김윤동은 리그 상위권 불펜이 아니었다.
김윤동의 이번 시즌 가장 실망스러웠던 장면은 6월 중순경 LG전에서의 두 번의 패전이다. 6월 15일 잠실 경기에서 9회말 4대 3으로 앞서 있는 경기를 마무리짓기 위해 나왔지만 정주헌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을 기록했다.
끝내기를 허용한 바로 다음날, 김윤동은 동점 상황에서 다시 등판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먼저 잡고 지난 끝내기 패배를 설욕하는 듯했지만 연속된 안타 두 개로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허용했다. 중요한 시기에 막아줄 것이라는 김기태 감독의 기대를 완전히 배신한 경기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김윤동이 계속 기회를 받은 것은 실패 뒤에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경기가 시즌 막판에 있었다. 와일드카드 마지막 티켓이 결정된 10월 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김윤동은 불펜으로 6회부터 투입되었다. 3대 2로 리드한 상황에서 올라온 김윤동은 6회에 유격수 실책으로 동점을 내주고 7회에는 전준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역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KIA가 점수를 내며 다시 역전에 성공했고, 김윤동은 실점 이후에도 9회 2아웃까지 3이닝을 버티면서 팀의 승리를 지켰다.
10월 12일 경기는 지난 시즌 김윤동의 이미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경기의 중요한 장면에서 종종 흔들리는 것이 단점이었다면 실점 이후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남은 이닝을 잘 소화하는 것은 장점이었다. 2018시즌 64번의 등판 중에서 1.1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는 총 28번, 그 중 2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는 16경기였다. 멀티이닝 경기 중 절반 이상에서 2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이다. 반면 1점도 허용하면 안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상위권 불펜 투수들보다 약했다. 마무리 보직을 맡지 않아 패배나 블론 세이브는 많지 않았지만 자주 위기에서 고꾸라졌다. 이런 김윤동의 모습을 잘 알 수 있는 지표가 있다.
김윤동과 WPA
보통 구원 투수의 실패 횟수를 가늠할 때 많이 쓰이는 것이 세이브 실패 횟수, 즉 블론세이브 숫자다. 하지만 블론세이브는 3점 차 세이브를 지키지 못한 것과 1점 차 세이브를 지키지 못한 것을 똑같이 센다는 맹점이 있다. 팀 입장에서는 3점 차 세이브를 놓친 것이 더욱 치명적이다. 그리고 김윤동처럼 마무리가 아닌 중간계투를 평가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대 승률’과 ‘WPA’를 이용할 수 있다. 기대 승률은 특정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을 말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막 시작한 1회 초, 0 대 0, 노아웃, 주자 없는 상황의 홈팀 기대 승률은 약 54%이다. 반면 경기가 끝나기 직전인 9회 초, 0 대 1,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의 홈팀 기대 승률은 약 97%이다.
WPA는 어떤 플레이가 일어났을 때 그 플레이 전후로 기대 승률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구해 합한 것이다. 1회 초가 막 시작됐을 때의 홈팀 기대 승률은 54%이지만 원정팀 선두타자가 안타로 1루에 나가면 약 49%로 낮아진다. 안타를 전후로 팀의 기대 승률이 5% 낮아졌으므로 홈팀 투수는 -0.05의 WPA를 얻는다. 여기서 삼진 하나를 잡아내면 기대승률은 53%로 올라가고, WPA는 0.04가 더해진다. 두 플레이 동안 투수의 WPA는 -0.05+0.04=-0.01이 된다.
9회 1점 차보다 9회 3점 차일 때 기대 승률이 100%에 가까운 것이 상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WPA는 더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인 1점 차에 등판해 리드를 지킨 투수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준다. 반대로 9회 3점 차 리드를 날린다면 더 많은 WPA를 잃는다.
올 시즌 0보다 작은 WPA를 기록한 투수는 총 199명이다. 이 중 순수하게 불펜으로만 출전한 불펜 투수들은 63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1~1 사이의 WAR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김윤동의 18시즌 WPA는 -0.96이면서 WAR은 2.39이다. 김윤동 외에 2 이상의 WAR을 기록했는데 마이너스 WPA를 기록한 다른 선수는 구승민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면 괜찮은 성적을 냈는데 중요할 때마다 무너졌다는 뜻이다.
왜 김윤동의 WPA는 WAR에 비해 낮을까?
김윤동이 중요한 순간 무너진 이유는 세부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윤동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173으로 매우 낮았다. 그 중에서도 2사 득점권 상황에서는 0.061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요 득점권에서 안타를 내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적게 내준 안타 수를 메꿀 정도로 득점권에서 볼넷 허용이 많았다. 비득점권에서도 9이닝당 볼넷 개수(BB/9)가 5.1개로 많았지만 득점권에는 7.2개로 급증했다. 속된 표현으로 새가슴 투수가 된 양 볼넷으로 주자를 쌓고 적은 안타로도 많은 점수를 내주며 한번에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이런 장면을 계속 지켜본 팬들은 김윤동을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길은 김윤동으로 통한다
그렇지만 김윤동에게도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다. 김기태 감독의 지휘 아래 2년 동안 김윤동은 경기 시점에 상관없이 어려운 상황에 마구잡이로 투입되었다. 2이닝 이상 경기가 한 시즌 동안 16번이나 될 정도로 불펜 운영을 김윤동 한 명에게 의존했다. 23살의 어린 투수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큰 짐이었을지도 모른다.
김기태 감독은 18시즌 후반 마무리였던 윤석민을 내년에는 선발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팀의 젊은 불펜진들에게는 아직 성공의 경험이 많지 않다. 윤석민이 떠나고 김세현이 쇠퇴한 상황에서 김윤동은 KIA의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꼽힌다.
마무리를 맡든 지난해와 같은 마당쇠 역할을 맡든 간에 김윤동은 올해 타이거즈 불펜의 핵심 위치에 서 있다. 새로운 조력자 임기준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김윤동의 짐은 무겁다. 조력자를 얻은 김윤동은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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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기태, 오연우
기록 출처 : STAT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