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아수아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우투좌타, 175cm, 71kg, 1991년 11월 2일생
[스포탈코리아 지난 2017년, 롯데 자이언츠는 5시즌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그해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의 공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팀의 2루수로 활약한 번즈는 특유의 수비 범위로 ‘수비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내야를 종횡무진했다. 내야수 자원이 부족했던 팀 사정상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2년 차의 번즈는 실망스러웠다. 타율은 첫해의 3할에서 2할 6푼대까지 떨어졌고, 존 밖으로 빠지는 공에 헛스윙을 연발하며 삼진 비율은 26%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강점이던 수비에서도 실수를 연발하며 가을야구를 노리던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더 이상 동행이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린 롯데는 결국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롯데의 외국인 타자 선발 조건은 번즈를 선택했던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준우, 민병헌, 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외야진은 부족한 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지명타자와 1루수 자리에도 이대호와 채태인이 각각 버티고 있다. 반면 나머지 내야 포지션에는 타격과 수비 어느 쪽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때문에 롯데의 선택은 이번에도 센터 라인을 책임져줄 견실한 내야수였다. 지난 12월, 롯데는 미국 무대에서 2루수로 주로 나서며 정교한 타격을 선보인 카를로스 아수아헤와의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배경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아수아헤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마쳤다. 학창시절에는 175cm의 작은 체격과 평균 이하의 운동 능력으로 인해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대학에서 3시즌을 보내고 참가한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1라운드 323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그에 비하면 드래프트 이후의 행보는 순조로운 편이었다.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2014년, 아수아헤는 싱글 A에서 0.310/0.393/0.533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정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크레이그 킴브렐의 트레이드 대가에 포함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2015년 이후였다. 아수아헤는 2016년 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 A에서 0.321/0.378/0.473의 수준급 슬래시 라인을 기록했고, 시즌 후 팀 내 유망주 순위에서 11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베이스볼 아메리카 기준).
그러나 아수아헤의 미국 생활은 이를 끝으로 조금씩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빅리그에 정식으로 데뷔한 2017시즌, 아수아헤는 본래의 기대치였던 ‘전천후 유틸리티 자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0.270/0.334/0.362의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팀의 주력 유망주들이 성장할 때까지의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성적이었다.
문제는 2018시즌이었다. 시즌 초부터 타율 1할대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아수아헤는 순식간에 기존의 입지를 모두 잃고 말았다. 시즌 도중에만 두 차례나 마이너리그로 강등됐고, 시즌 종료 후에는 팀으로부터 지명할당을 당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클레임으로 다시 한 번 빅리그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지만, 아수아헤가 선택한 행선지는 KBO 리그의 롯데 자이언츠였다.
스카우팅 리포트
아수아헤의 최대 강점은 마이너리그에서 여러 차례 3할 타율을 기록했던 정교한 타격이다. 별다른 활약을 남기지 못한 빅리그에서도 컨택 측면에서는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기록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낮았던 O-Swing%(스트라이크 존 바깥의 투구에 배트를 낸 비율)에서 드러나듯 유인구에 잘 속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망주 시절의 스카우팅 리포트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장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스트라이크 존을 확고하게 설정하”며 “핸드-아이 코디네이션(손과 눈 사이의 협응력)이 뛰어난” 타자라는 것이다. 그만큼 타석에서의 완성도가 뛰어난 타자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뛰어난 컨택 능력을 상쇄하는 약점은 부족한 장타력이다. 덥고 건조한 기후로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는 트리플 A의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도 아수아헤의 장타율은 0.447, 순장타율은 0.144에 불과했다. 스카우트들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망주 시절의 20-80 스케일 평가에서 아수아헤는 낙제점에 가까운 30점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까지의 소개만으로는 아수아헤가 장타력은 없지만 정교한 타격을 하는, 작은 체격을 살려 날렵한 주루와 수비를 펼치는 선수일 것이라 짐작하기가 쉽다. 하지만 아수아헤는 주루와 수비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는 선수다. 먼저 주루에서는 평균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5년 더블 A와 2016년 트리플 A에서 15회씩 도루를 시도해 각각 9회, 10회를 성공시킨 정도가 고작이다.
수비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운동 능력과 반사신경이 뛰어나지 않다 보니 수비 범위에 한계가 있다. ‘잘해야 평균 수준의 2루수’라는 정도가 그간의 현장 평가였다. 세이버메트릭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3년간 아수아헤가 빅리그에서 기록한 UZR/150은 2루수 30명 가운데 23위에 해당한다(2016~2018시즌 합계 150경기 경기 이상 2루수 출전 기준). 가산점을 받아야 할 부분도 있다. 본래 유틸리티로 육성된 선수인 만큼 내야 전 포지션과 좌익수를 모두 소화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전망
롯데의 선택은 이번에도 외국인 내야수였다. 즉, 롯데가 외국인 야수에게 바라는 바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타석에서는 1, 2번 내지 6, 7번 타순에 들어서서 평균 이상의 생산성을 발휘해주면 된다. 수비에서는 신본기, 문규현과 호흡을 맞춰 롯데 내야 수비를 안정시키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게 된다.
유인구에 자주 속던 번즈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롯데 팬이라면 일단 마음을 놓아도 괜찮을 듯하다. 아수아헤는 본인이 설정한 존을 벗어나는 공에 스윙을 내지 않으며, 공을 배트에 맞출 수 있는 배트 컨트롤도 겸비하고 있다.
분명 아수아헤의 장타력은 메이저리그는 물론 트리플 A 레벨에서도 부족한 편이었다. 그러나 KBO 리그의 극단적인 타고투저 성향을 감안한다면 2루타를 생산할 수 있는 갭 파워 정도는 기대해도 괜찮을 것이다. 실제로 전임자 번즈도 트리플 A 통산 장타율이 0.363, 순장타율이 0.099에 불과한 선수였지만, 한국 무대에서는 통산 0.500 이상의 장타율과 0.200 이상의 순장타율을 기록했다.
‘잘 쳐줘야 평균’이라는 수비수로서의 평가 역시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 기준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간 한국과 미국 무대를 오갔던 선수들의 전례를 참고했을 때 아수아헤가 KBO 리그에서도 평균 이하의 수비수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올 시즌 그는 한동희와 전병우를 필두로 리빌딩을 진행하는 롯데의 내야에서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아수아헤는 국내에서 야구보다 ‘게임 방송 스트리머’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몇몇 팬들은 아수아헤가 진행하는 방송을 찾아 댓글을 남기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양상문 신임 롯데 감독은 이를 의식해 게임 방송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가 있다. 과연 아수아헤는 게임’도’ 잘했던 선수로 남을까, 아니면 게임’만’ 잘했던 선수로 남을까? 이제 몇 달 후면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야구공작소
박광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의재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MiLB.com, Baseball America
내야수, 우투좌타, 175cm, 71kg, 1991년 11월 2일생
[스포탈코리아 지난 2017년, 롯데 자이언츠는 5시즌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그해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의 공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팀의 2루수로 활약한 번즈는 특유의 수비 범위로 ‘수비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내야를 종횡무진했다. 내야수 자원이 부족했던 팀 사정상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2년 차의 번즈는 실망스러웠다. 타율은 첫해의 3할에서 2할 6푼대까지 떨어졌고, 존 밖으로 빠지는 공에 헛스윙을 연발하며 삼진 비율은 26%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강점이던 수비에서도 실수를 연발하며 가을야구를 노리던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더 이상 동행이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린 롯데는 결국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롯데의 외국인 타자 선발 조건은 번즈를 선택했던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준우, 민병헌, 손아섭으로 이어지는 외야진은 부족한 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지명타자와 1루수 자리에도 이대호와 채태인이 각각 버티고 있다. 반면 나머지 내야 포지션에는 타격과 수비 어느 쪽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때문에 롯데의 선택은 이번에도 센터 라인을 책임져줄 견실한 내야수였다. 지난 12월, 롯데는 미국 무대에서 2루수로 주로 나서며 정교한 타격을 선보인 카를로스 아수아헤와의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배경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아수아헤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마쳤다. 학창시절에는 175cm의 작은 체격과 평균 이하의 운동 능력으로 인해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대학에서 3시즌을 보내고 참가한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1라운드 323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그에 비하면 드래프트 이후의 행보는 순조로운 편이었다.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2014년, 아수아헤는 싱글 A에서 0.310/0.393/0.533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정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크레이그 킴브렐의 트레이드 대가에 포함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2015년 이후였다. 아수아헤는 2016년 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 A에서 0.321/0.378/0.473의 수준급 슬래시 라인을 기록했고, 시즌 후 팀 내 유망주 순위에서 11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베이스볼 아메리카 기준).
그러나 아수아헤의 미국 생활은 이를 끝으로 조금씩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빅리그에 정식으로 데뷔한 2017시즌, 아수아헤는 본래의 기대치였던 ‘전천후 유틸리티 자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0.270/0.334/0.362의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팀의 주력 유망주들이 성장할 때까지의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성적이었다.
문제는 2018시즌이었다. 시즌 초부터 타율 1할대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아수아헤는 순식간에 기존의 입지를 모두 잃고 말았다. 시즌 도중에만 두 차례나 마이너리그로 강등됐고, 시즌 종료 후에는 팀으로부터 지명할당을 당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클레임으로 다시 한 번 빅리그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지만, 아수아헤가 선택한 행선지는 KBO 리그의 롯데 자이언츠였다.
스카우팅 리포트
아수아헤의 최대 강점은 마이너리그에서 여러 차례 3할 타율을 기록했던 정교한 타격이다. 별다른 활약을 남기지 못한 빅리그에서도 컨택 측면에서는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기록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낮았던 O-Swing%(스트라이크 존 바깥의 투구에 배트를 낸 비율)에서 드러나듯 유인구에 잘 속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망주 시절의 스카우팅 리포트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장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스트라이크 존을 확고하게 설정하”며 “핸드-아이 코디네이션(손과 눈 사이의 협응력)이 뛰어난” 타자라는 것이다. 그만큼 타석에서의 완성도가 뛰어난 타자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뛰어난 컨택 능력을 상쇄하는 약점은 부족한 장타력이다. 덥고 건조한 기후로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는 트리플 A의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도 아수아헤의 장타율은 0.447, 순장타율은 0.144에 불과했다. 스카우트들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망주 시절의 20-80 스케일 평가에서 아수아헤는 낙제점에 가까운 30점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까지의 소개만으로는 아수아헤가 장타력은 없지만 정교한 타격을 하는, 작은 체격을 살려 날렵한 주루와 수비를 펼치는 선수일 것이라 짐작하기가 쉽다. 하지만 아수아헤는 주루와 수비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는 선수다. 먼저 주루에서는 평균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5년 더블 A와 2016년 트리플 A에서 15회씩 도루를 시도해 각각 9회, 10회를 성공시킨 정도가 고작이다.
수비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운동 능력과 반사신경이 뛰어나지 않다 보니 수비 범위에 한계가 있다. ‘잘해야 평균 수준의 2루수’라는 정도가 그간의 현장 평가였다. 세이버메트릭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3년간 아수아헤가 빅리그에서 기록한 UZR/150은 2루수 30명 가운데 23위에 해당한다(2016~2018시즌 합계 150경기 경기 이상 2루수 출전 기준). 가산점을 받아야 할 부분도 있다. 본래 유틸리티로 육성된 선수인 만큼 내야 전 포지션과 좌익수를 모두 소화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전망
롯데의 선택은 이번에도 외국인 내야수였다. 즉, 롯데가 외국인 야수에게 바라는 바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타석에서는 1, 2번 내지 6, 7번 타순에 들어서서 평균 이상의 생산성을 발휘해주면 된다. 수비에서는 신본기, 문규현과 호흡을 맞춰 롯데 내야 수비를 안정시키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게 된다.
유인구에 자주 속던 번즈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롯데 팬이라면 일단 마음을 놓아도 괜찮을 듯하다. 아수아헤는 본인이 설정한 존을 벗어나는 공에 스윙을 내지 않으며, 공을 배트에 맞출 수 있는 배트 컨트롤도 겸비하고 있다.
분명 아수아헤의 장타력은 메이저리그는 물론 트리플 A 레벨에서도 부족한 편이었다. 그러나 KBO 리그의 극단적인 타고투저 성향을 감안한다면 2루타를 생산할 수 있는 갭 파워 정도는 기대해도 괜찮을 것이다. 실제로 전임자 번즈도 트리플 A 통산 장타율이 0.363, 순장타율이 0.099에 불과한 선수였지만, 한국 무대에서는 통산 0.500 이상의 장타율과 0.200 이상의 순장타율을 기록했다.
‘잘 쳐줘야 평균’이라는 수비수로서의 평가 역시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 기준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간 한국과 미국 무대를 오갔던 선수들의 전례를 참고했을 때 아수아헤가 KBO 리그에서도 평균 이하의 수비수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올 시즌 그는 한동희와 전병우를 필두로 리빌딩을 진행하는 롯데의 내야에서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아수아헤는 국내에서 야구보다 ‘게임 방송 스트리머’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 몇몇 팬들은 아수아헤가 진행하는 방송을 찾아 댓글을 남기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양상문 신임 롯데 감독은 이를 의식해 게임 방송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가 있다. 과연 아수아헤는 게임’도’ 잘했던 선수로 남을까, 아니면 게임’만’ 잘했던 선수로 남을까? 이제 몇 달 후면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야구공작소
박광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의재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MiLB.com, Baseball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