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 돔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렸다. 마침 스즈키 이치로의 은퇴와 유세이 기쿠치의 메이저리그 데뷔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리조트 회사 MGM을 비롯해 총 7개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했고 도쿄 돔에는 두 경기 동안 총 9만2천여 명의 관중이 들어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로부터 며칠 뒤,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0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초청경기의 한국 개최가 가시화됐고, 그에 앞서 올 가을 팬 페스티벌 개최가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이르다. 사실 KBO의 메이저리그 올스타 초청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무려 10여 년 전인 2008년부터 초청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며 지난 2017년에는 올스타전 개최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특히 2017년에는 고척 스카이돔 대관 작업까지 모두 끝난 상태였지만 스폰서 유치에 실패하는 등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스폰서 유치 문제
한미 올스타전을 성사시키려면 여러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과제는 스폰서 유치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는 총 9개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해 한화로 약 140억원 규모의 비용을 부담했다. 이 예산은 구장 섭외 비용, 운영비, 메이저리거 초청비와 일가족 체재비뿐 아니라 기타 현물 지원에도 쓰였다.
우리나라 역시 최소 100억원 규모의 스폰서를 유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선다. 문제는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행사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느냐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지난해부터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후원과 지원이 아낌없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였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마땅한 계기나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흥행 카드의 부재
두 번째는 흥행 카드의 부재다. 클레이튼 커쇼 정도를 제외하면 MVP급 메이저리거의 인기조차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대회가 흥행하려면 류현진을 필두로 한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합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참가하더라도 매 경기 선발투수로 나설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흥행을 위해서는 추신수, 오승환, 강정호, 최지만 등 사실상 모든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합류가 절실하다.
여기에도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 지난해 미일 올스타전에 참가한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마에다 켄타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도 3경기 모두 4만명 이상의 관중 수와 좌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내 메이저리그 자체의 인기가 뛰어났던 덕분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국제 수익의 70% 이상은 일본 시장에서 발생하는 반면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너무 작은 야구장
마지막 우려는 고척 돔이 작아도 너무 작다는 것이다. 고척 돔의 좌석 규모는 1만7천석에 불과하다. 5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 돔의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척이 아닌 다른 구장을 고려하기에는 11월의 추운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물론 다른 구장에서 대회를 연다 해도 최대 수용 인원은 3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적은 관중석은 곧 티켓 가격 상승과 직결된다. 더군다나 국내 야구장 티켓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어 있다. 반면 지난해 미일 올스타전 티켓 가격은 1루 내야 응원석이 9천5백엔, 한화로 9만6천원이었다. 한국시리즈 티켓만큼 비싼 비용을 내가면서 올스타전을 보러 갈 야구 팬들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꼭 경기여야만 하나?
이미 현실적 제약이 많은 만큼 만에 하나 또 다시 올스타전이 불발된다면, 이제는 경기가 아닌 다른 형태의 교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 가을 열릴 팬 페스티벌을 통해서도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기 외 이벤트라면 과거 메이저리거들의 방한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다. 마리아노 리베라처럼 사인회를 열거나, 페르난도 로드니 같이 일일 야구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행사도 충분히 뜻 깊다. 현역 메이저리거들과 한국프로야구 선수들 간 토크쇼를 열어 서로 야구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와의 교류를 경기에 한정 짓지 않으면 길이 넓어진다. KBO가 메이저리그를 재미 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갈 파트너로 본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원하는 효과를 조금씩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올 팬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KBO와 MLB가 의미 있고 실속 있는 교류를 지속하길 바란다.
야구공작소
장원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효정
그로부터 며칠 뒤,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0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초청경기의 한국 개최가 가시화됐고, 그에 앞서 올 가을 팬 페스티벌 개최가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이르다. 사실 KBO의 메이저리그 올스타 초청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무려 10여 년 전인 2008년부터 초청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며 지난 2017년에는 올스타전 개최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특히 2017년에는 고척 스카이돔 대관 작업까지 모두 끝난 상태였지만 스폰서 유치에 실패하는 등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스폰서 유치 문제
한미 올스타전을 성사시키려면 여러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과제는 스폰서 유치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는 총 9개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해 한화로 약 140억원 규모의 비용을 부담했다. 이 예산은 구장 섭외 비용, 운영비, 메이저리거 초청비와 일가족 체재비뿐 아니라 기타 현물 지원에도 쓰였다.
우리나라 역시 최소 100억원 규모의 스폰서를 유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선다. 문제는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행사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느냐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지난해부터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후원과 지원이 아낌없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였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마땅한 계기나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흥행 카드의 부재
두 번째는 흥행 카드의 부재다. 클레이튼 커쇼 정도를 제외하면 MVP급 메이저리거의 인기조차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대회가 흥행하려면 류현진을 필두로 한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합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참가하더라도 매 경기 선발투수로 나설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흥행을 위해서는 추신수, 오승환, 강정호, 최지만 등 사실상 모든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합류가 절실하다.
여기에도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 지난해 미일 올스타전에 참가한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마에다 켄타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도 3경기 모두 4만명 이상의 관중 수와 좌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내 메이저리그 자체의 인기가 뛰어났던 덕분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국제 수익의 70% 이상은 일본 시장에서 발생하는 반면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너무 작은 야구장
마지막 우려는 고척 돔이 작아도 너무 작다는 것이다. 고척 돔의 좌석 규모는 1만7천석에 불과하다. 5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 돔의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척이 아닌 다른 구장을 고려하기에는 11월의 추운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물론 다른 구장에서 대회를 연다 해도 최대 수용 인원은 3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적은 관중석은 곧 티켓 가격 상승과 직결된다. 더군다나 국내 야구장 티켓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어 있다. 반면 지난해 미일 올스타전 티켓 가격은 1루 내야 응원석이 9천5백엔, 한화로 9만6천원이었다. 한국시리즈 티켓만큼 비싼 비용을 내가면서 올스타전을 보러 갈 야구 팬들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꼭 경기여야만 하나?
이미 현실적 제약이 많은 만큼 만에 하나 또 다시 올스타전이 불발된다면, 이제는 경기가 아닌 다른 형태의 교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 가을 열릴 팬 페스티벌을 통해서도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기 외 이벤트라면 과거 메이저리거들의 방한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다. 마리아노 리베라처럼 사인회를 열거나, 페르난도 로드니 같이 일일 야구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행사도 충분히 뜻 깊다. 현역 메이저리거들과 한국프로야구 선수들 간 토크쇼를 열어 서로 야구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와의 교류를 경기에 한정 짓지 않으면 길이 넓어진다. KBO가 메이저리그를 재미 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갈 파트너로 본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원하는 효과를 조금씩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올 팬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KBO와 MLB가 의미 있고 실속 있는 교류를 지속하길 바란다.
야구공작소
장원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박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