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내가 감독이면 나 안 썼다…믿음 덕에 극복”
입력 : 2019.10.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김현세 기자= “제가 감독님이었으면 오늘 저 안 썼을 것 같아요. 냉정히 보면요.”

고우석(21, LG)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 시즌 35세이브를 거둬 특급 마무리 반열에 오르기 무섭게 큰 무대에서 혼쭐이 났다.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는 패전과 블론 세이브 멍에를 써 크게 비난받았다.

그런데도 류중일 LG 감독은 고우석을 감쌌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벼랑 끝에 몰린 3차전을 앞두고도 “같은 상황이 와도 고우석을 올릴 것”이라고 말하던 이다.

9일 서울 잠실야구장. 류 감독 말대로 고우석은 4-2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부담이 컸는지 고우석은 첫 타자 김하성에게 볼넷을 줬다. 그러고도 후속타자 송성문을 맞혀 주자를 쌓더니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그러나 고우석은 대타 박동원과 김혜성을 범타로 잡고서 크게 포효했다.

고우석은 “2패 할 때 내 지분이 컸는데, 오늘 이겨 기분이 좋다”며 “(김)민성이 형이 ‘이제야 웃네’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위기에서 동점이 됐으면 힘들었을 텐데, 우석이가 잘 막아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이틀 동안은 기사 보기도 두려웠을 정도였다고 한다. 류 감독이 자신을 언급한 기사를 봤는지 물었을 때 고우석은 “평소 기사는 잘 챙겨 보는데, 욕이 너무 많아 인터넷도 못 들어갔다”며 “오늘 시합 전에는 이상하게 보고 싶었다. 봤더니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더라. 그래서 잘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땀을 쏙 뺄 만큼 아슬하게 올린 세이브였으나, 고우석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사실 냉정히 생각해 내가 감독님이라면 9회 나를 안 내보냈을 거다”라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였잖나. 그런데도 감독님은 날 불안하게 생각지 않고 믿어주셨다”고 말했다.

경기를 앞두고 류 감독은 고우석과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했다. 류 감독은 포스트시즌 무대가 값진 경험이 되길 바랐는데, 고우석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고우석은 “가을 야구는 정규시즌과 무게감이 다르다. (차)우찬, (임)찬규 형이 나를 냉철히 비판해줬다. 덕분에 나도 나를 냉정히 보게 됐다. 내게 확신이 없었으나, 자신감이 생겼다. 한 번 더 기회가 오길 바랐고, 잘 이겨내게 돼 기뻤다. 시리즈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른다. 다만, 끝까지 겸허히 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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