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는 법 깨우친 키움 안우진 ''빠른 구속보단 커맨드 원한다''
입력 : 2020.10.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메이저리그에서는 매년 160km/h를 뿌리는 어린 투수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옆 나라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간헐적이지만 160km/h를 던지는 투수가 출현한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160km/h은 여전히 꿈의 구속이다.

하지만 어제(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한 팬들은 한 순간이지만, 꿈의 구속을 볼 수 있었다.

17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9회 초 등판한 안우진(21, 키움 히어로즈)은 1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세이브를 올렸다. 유일한 옥의 티였던 볼넷은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됐다. 안우진이 김재환에게 던진 5구째 공은 전광판에서 160km/h가 찍혔고, 현장을 방문한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김창현 키움 감독 대행이 밝힌 구단 내부 기록은 157km/h였지만 잠깐이나마 160km/h를 던지는 한국인 투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놀라움을 안겼던 당사자는 당시 상황에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10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과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안우진은 "160km/h가 찍혔을 당시 전광판을 보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놀라운 구속을 기록했음에도 돌아보지 않은 이유는 어제 아침, 선배 박병호의 조언 때문이었다. 안우진은 "관중 입장이 되고 나서 팬분들이 공 하나 던질 때마다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박병호 선배님이 '넌 타자랑 싸워야 하는데 왜 구속에 대한 반응을 의식하고 있냐'고 조언해주셔서 어제 경기는 뒤를 쳐다보지 않고 타자에만 신경 썼다"고 말했다. 그렇게 선배 박병호의 조언을 따른 결과는 깔끔한 무실점 세이브였다.

안우진은 160km/h이란 결과보다 과정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160km/h이란 구속은 구속 자체에 신경 쓰기보단 상대 타자였던 김재환을 신경 쓴 결과였다. 지난 16일 경기에서 7회 초 등판한 안우진은 김재환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2점 홈런을 허용했다. 그런 만큼 안우진은 다음부터는 가장 자신 있는 공으로 승부하고 싶어 했고, 그 공이 패스트볼이었다.

안우진은 "전날 김재환 선배에게 홈런을 맞아서 어제는 시합하기 전부터 패스트볼로 승부하기로 마음먹었고, 무조건 전력투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승부욕을 보였다. 결과는 볼넷이었지만 "생각한 코스로 들어갔는데 하나 정도 빠진 것 같다"면서 자신의 제구가 아쉬웠다고 인정했다.

지난해보다 빨라진 구속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던지려 한 것은 아니다. 그보단 던지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지난겨울 꾸준히 운동하면서 지난해 경기 영상을 보면서 연구했다. 형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캐치볼을 하면서 익스텐션을 자연스레 늘리려 노력했고, 그 결과 익스텐션이 10cm 정도 길어진 것 같다"며 자연스러운 훈련에서 나온 산물로 여겼다.

빠른 구속으로 높은 잠재력을 보여준 안우진은 "구속에 대한 욕심보다는 원하는 곳에 원하는 구종을 던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내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구속이 빠르다고 못 치는 건 아니다"면서 자신이 나아갈 다음 목표로 커맨드를 언급했다. 커맨드가 좋은 투수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공을 넣을 수 있어 투수와의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앞서 만난 김창현 키움 감독 대행은 "최근 안우진이 내부 미팅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고, 약점에 대한 해법을 찾은 것 같다"면서 노력하는 안우진의 근황을 전했다.

안우진은 이에 대해 "어릴 때부터 우타자가 상대하기 더 편했는데 아직도 그런 경향이 있다. 전력 분석팀이 전해준 데이터를 보면서 좌타자를 상대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했고, 그런 점을 보완하는 중이다"라며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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