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잠실] 김동윤 기자=올해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때맞춰 타격이 살아난 오재원(35)과 뒤늦게 타격이 살아난 로베르토 라모스(26)의 대비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이 LG를 9-7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투수전 양상을 보인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선발 투수들이 일찌감치 무너지면서 타격전 양상으로 흘렀다. 두산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타선이 고른 활약을 보였고, LG는 4번 타자 라모스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타격전을 주도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타선이 물 흐르듯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오재원의 역할이 컸다. 지난 1차전에서 9번 타자로 출전했음에도 득점권에서 맹활약하며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고, 2차전에서도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오재원은 준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다.
사실 팀에서도 처음부터 오재원에게 이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다. 올해 오재원은 85경기 타율 0.232, OPS 0.688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고, 2루에서는 최주환이 주전으로서 활약했다. 그러나 최주환이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면서 경기를 빠지는 일이 잦아졌고, 정규 시즌 막바지에 들어서는 오재원이 2루수로서 선발 출전하는 일이 늘었다.
오재원의 준플레이오프 선발 출전 역시 수비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2차전 전후 인터뷰에서 김태형 감독은 "최주환이 나갈 수도 있었지만, 나가면 다칠 수도 있어서 (오)재원이를 내보냈다. 수비 쪽에서는 잘해주니까"라면서 "후에 최주환을 대타로 내보내려 했는데 (오)재원이가 타격까지 잘해줬다"고 기대 이상의 활약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2차전 경기 후 오재원은 가을 들어 살아난 타격감의 이유로 꾸준한 선발 출장을 들었다. 오재원은 "시즌 막바지에 (최)주환이가 부상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대신 내가 몇 경기를 연속으로 선발 출전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레 경기 감각을 찾은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재원이 시즌 막바지에 꾸준히 선발 출장한 것은 10월 27일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3경기에 불과했지만, 그에게 타격감을 찾는 데 필요한 경기 수는 3경기면 충분했다.
뒤늦게 살아난 라모스의 타격감은 LG 팬들을 더욱 아쉽게 했다
이와 반대로 라모스는 시간이 모자랐다. 라모스가 지난 9월 말 다친 발목의 통증이 생각보다 오래 가면서 LG의 페넌트레이스 경쟁에도 악영향을 줬다. 10월 초 잠시 복귀했지만 곧 다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와일드카드전이 돼서야 라모스는 1군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연습 때는 좋은 타구가 수 차례 양산됐지만 좀처럼 실전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타수 0안타 1볼넷 1삼진으로 침묵했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4타수 0안타 4삼진으로 물러나며 팀의 졸전에 한몫했다.
그래도 결과는 아쉬웠지만 실전에서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고, 2차전에서 마침내 폭발했다. 7회까지 4번의 타석에서 3타수 3안타(2홈런) 2타점을 기록하면서 한때 8점 차로 뒤지던 경기를 접전으로 만들었다. 특히 두 번의 홈런 모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큰 타구를 만들어내면서 답답하던 LG 타선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라모스의 2차전 맹타는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였고, LG 팬들로 하여금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예년처럼 5전 3선승제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떠올리게 했다.
좋은 타격 성적의 이유를 물었을 때 꾸준한 경기 출장을 이유로 드는 선수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례로 한 선수는 "꾸준히 경기에 나가다 보면 타석에서 조급함이 없어지고, 여유를 갖고 공을 구분하게 된다"고 나름의 이유를 대기도 했다. 라모스 역시 2군에서 경기 감각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1군 무대 특히 좋은 투수들이 대거 투입되는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기에는 부족했다.
경기 감각을 찾는 데 필요했던 경기 수는 오재원도 라모스도 3경기였다. 다만 오재원은 정규 시즌에서 충분히 예열한 뒤 포스트시즌에 들어섰고, 라모스는 포스트시즌에서 예열을 시작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