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올해 초 키움 히어로즈는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3일 전, KIA 타이거즈에 내야수 장영석(30)을 보내고, 외야수 박준태(29)와 현금 2억 원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규모로 봐도 알 수 있듯, 잠깐이나마 1군 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장영석을 좀 더 높이 평가한 트레이드였다. 2017년 한 해지만 장영석은 60경기 12홈런 38타점, 타율 0.269, OPS 0.896으로 좋은 활약을 했고, 박준태는 2014년 1군 데뷔 후 고작 340타석에 나올 정도로 기회를 받지 못한 후보 선수에 불과했다. 단 한 가지, KIA에서 뛰는 동안 표본은 적었지만 삼진보다 많은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에 강점을 보였다는 것이 소소하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두 팀이 2020시즌을 마무리한 가운데 상황은 역전됐다. 장영석은 3루수로서 충분한 기회를 받았지만 부진했고, 결국 올해 11경기에 나오는 데 그쳤다.
반면, 박준태는 그를 대체할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도 있었지만 특유의 선구안으로 꾸준히 타석 수를 늘렸다. 그렇게 KIA에서의 6년보다 키움에서의 1년 동안 나온 타석 수가 많아졌고, 결국 키움에서 5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선 선수가 됐다. 데뷔 7년 차에 첫 풀타임 기회를 가진 박준태는 128경기 85안타(5홈런) 5도루, 29타점 71득점, 타율 0.245, 출루율 0.389, 장타율 0.331, OPS 0.721을 기록했다.
또한, 트레이드 당시 외야수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보강 정도로 평가된 선수가 10개월이 지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시즌 막판 타격 부진에도 1번 타자로 낙점된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지난 1일 김창현 키움 감독 대행은 "박준태가 최근 타격감이 안 좋긴 했지만, 경기 감각이 좋아지면 본래의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1번 타자로 낙점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스프링캠프 출국 3일 전 팀에 합류했던 박준태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만난 박준태는 얼떨떨함과 동시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당시 트레이드 소감으로 "6년 동안 있던 팀을 떠나게 돼 정신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야 실감이 됐다"고 얘기한 박준태는 "그래도 트레이드가 됐으니 좋은 기회로 여기려 한다. 키움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어리고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좀 더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었다.
또, 박준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뛰어다닌 것뿐"이라고 말하면서 "경기를 좌우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키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지켰다. 올 시즌 박준태는 비슷한 강점을 지닌 홍창기(26, LG 트윈스)와 함께 순 출루율(출루율-타율)이 뛰어난 타자로 몇 차례 주목받았다. 콘택트 능력은 부족했지만 볼을 적극적으로 골라내고, 맞는 것도 주저하지 않으면서 땅볼 타구에도 전력 질주하는 것으로 부족한 점을 메웠다. 올해 박준태가 기록한 2스트라이크 이후 선구율 1위(45.7%), 내야 안타 비율 2위(17.7%) 그리고 사구 2위(19개)는 필사적으로 출루에 매달렸던 흔적이다.
자신의 강점인 선구안을 살려 주전 자리는 확보했지만, 키움에서의 첫해는 과제도 함께 남겼다. 상위 타선에 공백이 생길 때면 1번 타자로서 기회를 받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했고, 올해는 꾸준한 출장과 '뛰어난 9번 타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그쳤다.
스프링캠프 출국 전 박준태는 키움의 타자 육성 시스템에 기대를 걸며, 기량 발전에 대한 욕심을 솔직하게 표현했었다. 키움에서의 첫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준태가 내년에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