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변화 예고한 키움, 앞으로 어떤 모습 보여줄까
입력 : 2021.04.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깨달음 뒤 변화를 다짐했던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첫 시도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키움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5-9로 패했다.

경기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7연패 속에서 고정관념이 있었다고 실수를 인정하면서 두 가지에 변화를 줬다. 먼저 간판타자 3번 이정후 - 4번 박병호 공식을 깬 것이었다. 홍원기 감독은 "내 생각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부담을 준 것 같다"며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병호의 타순을 6번으로 옮겼다.

미약하지만 효과는 있었다. 지난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11타수 1안타에 그쳤던 이정후가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가 아쉽게 추가 타점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박병호도 타이밍은 아쉬웠지만 2안타를 만들어냈다. 타점 기회가 있었던 1회에는 3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선두 타자로 나선 4회도 2루수 땅볼이었다. 후반이 돼서야 안타가 만들어졌다. 6회 3루수 쪽 내야 안타와 8회 중전 안타가 그것이었다.

이정후와 박병호를 떨어트려 놓은 것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아쉬운 것은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프레이타스의 포수 선발 출전이었다. 미국에서 프레이타스는 포수로만 전체 5,310.2이닝 중 5,228.2이닝(마이너리그 4,903.2이닝 + 메이저리그 325이닝)을 소화한 베테랑 포수였지만, 그동안 홍원기 감독은 프레이타스를 지명타자로서만 활용했다.

박동원-이지영이라는 탄탄한 2인 체제가 갖춰져 있었고, KBO 리그에 늦게 합류한 프레이타스가 타격에 좀 더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프레이타스는 전업 지명타자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었고, 무엇보다 포수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경기 전 홍원기 감독에 따르면 프레이타스는 팀에서 따로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포수 훈련을 꾸준히 해왔고, 상대 선수 분석 시간에도 통역을 대동해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 때문에 홍원기 감독은 비록 불펜 투구지만 함께 호흡을 맞춰봤던 안우진의 선발 등판 경기에 프레이타스를 선발 포수로 내보냈다.

경기 초반 포수 프레이타스는 신통치 않았다. 안우진의 손가락 물집 부상이란 변수도 있었지만 SSG 타선의 집중타를 허용했고, 처음 호흡을 맞춰본 김선기와는 잘 맞지 않았다.

4회 초 김선기의 낮은 쪽 슬라이더를 프레이밍을 시도하다 공을 뒤로 빠트렸고, 바깥쪽 패스트볼은 잡지 못해 최정의 타석에서만 두 번의 실책을 범했다. 당황한 나머지 홈 송구에 실패해 추가 진루를 내준 것은 덤이었다.

경기 막판에는 두 번의 도루를 허용하기도 했다. 9회 초 김창평의 도루 때는 송구가 빠져 내야수와의 호흡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프레이타스는 장재영과 좋은 호흡을 보였다

그러나 마냥 부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많이 받아봤을 빠른 공의 투수들과는 좋은 호흡을 보였다. 안우진도 2회까지는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고, 6, 7회 등판한 장재영도 2이닝을 2탈삼진만 곁들이며 완벽히 막아냈다.

또한, 볼 배합에서도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을 선보였다. 경기 초반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과 바깥쪽으로 주로 요구하던 프레이타스는 갈수록 높은 쪽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후반 들어 우타자를 상대로 몸쪽 공을 과감하게 요구하는 등 차츰 같은 팀 투수와 상대 타자의 특성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당초 프레이타스의 포수 출전은 23일 아침에 결정 난 만큼 급조된 배터리에 많은 기대를 걸긴 어려웠다. 그렇다고 홍원기 감독이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었다. 홍원기 감독은 "프레이타스의 포수 출전은 며칠 전부터 고민했다. 프레이타스의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수비도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포수 프레이타스도 감독 홍원기도 이제 갓 KBO 리그 18경기를 치른 초보다. 아직 126경기가 남아 있는 만큼 실패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낸다면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모든 성공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홍원기 감독도 '7연패'라는 첫 위기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홍원기 감독은 "연패 속에서 내가 그동안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수를 인정한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그렇다고 너무 나서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겠다"며 좀 더 나아질 키움을 기대케 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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