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선수 호세 피렐라(31)의 유니폼은 깨끗할 때가 없다.
그렇다고 피렐라가 수비와 주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선수는 아니다. 피렐라는 KBO 리그로 올 당시 거포형 타자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홈런 2위, 장타율 3위로 외국인 타자에 기대하는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매번 열심이다. 단순히 도루할 때가 아니라 단타에도 열심이다. 지난 20일 SSG 랜더스전이 그러했다. 1회 말 중견수 앞에 떨어진 타구에 SSG 야수들은 평소대로 여유 있게 송구했지만, 피렐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전력 질주해 단타를 2루타로 만들었다.
후속타 불발로 피렐라의 전력 질주는 빛이 바랬지만, 결국 3회 말 빛을 봤다. 병살이 될 타구를 전력 질주해 1루에서 생존했고, 뒤이은 강민호의 2루타에 1루에서 홈까지 질주해 득점에 성공했다.
이러한 플레이가 상대 팀이었던 김원형 SSG 감독의 기억에도 강렬히 남은 듯했다.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전 만난 김원형 감독은 김광현에 관한 질문에 피렐라를 떠올렸다. 24일 김광현은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전력 질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만들어냈고, 땅볼 타구에도 최선을 다하는 김광현을 칭찬한 김원형 감독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팀 선수 얘기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피렐라도 타격 후 전력 질주를 한다"며 피렐라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우리도 한 번 당했다. 지난 우리와의 경기에서(20일 대구 삼성전) 단타에도 2루까지 달리더라"고 너스레를 떤 김원형 감독은 "(김)광현이나 피렐라의 적극적인 플레이는 우리 SSG 선수뿐 아니라 KBO 리그 전반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25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도 피렐라는 또 한 번 적극적인 플레이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6회 안타로 출루해 2루 도루를 시도했고, KIA의 선발 애런 브룩스는 당황한 나머지 악송구를 했다. 3루까지 진출한 피렐라는 강민호의 적시타 때 가볍게 홈으로 들어왔다.
물론 기존 선수들이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김원형 감독은 "가끔 적극적으로 안 뛰는 것처럼 보이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너무 뭐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땐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어떤 선수든 혼신의 힘을 다해 뛸 수 있으면 뛰려 한다"라며 섣부른 비난을 염려했다.
김원형 감독이 말한 사례가 SSG에도 있었다. 현재 6개의 도루로 리그 전체 3위에 올라와 있는 추신수(38)가 대표적이었다. 김원형 감독은 "시즌 초반 다리에 피로감이 남아 있어 팀 차원에서 추신수에게 도루를 자제시켰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데도 본인이 뛴다. 기본적으로 도루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있지만, 뛰어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데 어떻게 안 뛰겠나. 몸만 좋았으면 더 뛰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추신수의 열의를 높이 샀다.
추신수 역시 25일 경기에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로 팬들을 설레게 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추신수는 1회 실책성 플레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더욱이 추신수는 최근 7경기에서 삼진보다 더 많은 볼넷을 골라내고, 장타력도 보여주면서 점차 좋았을 때의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경기력이 올라오는 것이 점점 보인다. 공을 잘 골라내는 것을 물론이고, 타격과 장타에서도 좋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 적응한 덕분인지 점점 자신의 야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최근 활약에 만족해하면서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주고 있다. 선구안이 당장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볼을 골라 다음 타자에게 연결하는 것을 보고 다른 선수들도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SSG 랜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