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학교 찾은 '오피셜 맛집' 제주, 학부모와 함께 요리하니 아이들의 축구가 더 맛있다
입력 : 2023.01.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올겨울 K리그 이적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축구 스타들의 연쇄 이동에 축구팬들의 가슴은 요동치고 있다. 그리고 영입 과정의 마침표인 '오피셜'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 설렘은 또 다른 울림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특히 최근 K리그의 일부 구단들은 단순히 선수 정보만을 전달하던 기존 오피셜 스타일에서 벗어나 흥미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구단이 바로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다.

제주는 K리그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오피셜 혁명'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연고지 랜드마크 및 지역 상권 배경 오피셜도 제주가 원조다. 제주는 2019년 선수 영입 당시, 일반적인 오피셜 사진의 틀을 벗고 연고지 매력을 전달하며 지역 소상공인 홍보를 돕기 위해 천지연폭포, 흑돼지 고깃집, 올레 시장 등에서 '오피셜' 화보를 찍어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일 수도 있는 고깃집 옷피셜에 팬들은 열광했다.



코로나 19의 공포가 엄습한 2020년에는 또 다른 '오피셜 혁명'으로 실의에 빠진 축구팬들에게 위안을 줬다. 매번 영입 오피셜이 나올때 마다 선수가 축구공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 형상의 이미지를 시원하게 차버리는 인포그래픽 이미지와 함께 ‘코로나19 OUT, 선수명 IN’이라는 교체 문구를 담아 코로나19 안정화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2022시즌에는 제주만이 가진 천혜 자연 명소에서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 오피셜' 화보 및 입단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며 지속가능한 경영(ESG)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친환경 스포츠마케팅의 새로운 기준을 선보였다.




선수단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과감한 시도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주는 지난해 1월 조나탄 링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 '주유소 오피셜'을 공개했다. 당시 자가격리를 마친 링이 연고지 제주도가 아닌 동계 전지훈련 장소인 전남 순천으로 곧바로 향하면서 '플로깅 오피셜'을 진행하지 못하자 즉흥에서 모기업(SK 에너지)을 홍보할 수 있는 주유소 오피셜을 공개했고, 링의 모국인 스웨덴에서도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칼마르 FF는 소속 선수였던 링의 공식 발표 사진을 응용해 구스타프손과 재계약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 공개된 구자철 오피셜은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했다. 제주는 그동안 제주도내 주요 명소를 모두 촬영했지만 단 한 곳만은 예외로 뒀다. 바로 '한라산 백록담'이었다. 백록기 대회 유망주가 제주에서 최고의 스타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특히 신인 시절부터 자신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50회 이상 한라산 등반을 했던 구자철은 초심을 되찾고자 했다. 구단의 의지를 확인한 구자철도 흔쾌히 한라산 등반을 자처했다. 말그대로 '옷피셜계의 끝판왕'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제주의 '오피셜 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3시즌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영입 선수들은 제주에서 미래 프로축구선수를 꿈꾸는 축구 꿈나무와 함께 한다. 영입 발표에 앞서 해당 선수들은 제주도내 학교 축구부 뿐만 아니라 전지훈련을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 축구 유망주들을 직접 찾아가 팀 훈련에 참여한다. 이른바 '꿈나무 오피셜'.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새로운 도전의 의지를 다지고, 진심을 담은 멘토링으로 희망찬 미래의 디딤돌을 놓으며 전지훈련의 메카라 불리는 제주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까지 이끌어내는 게 목표다.



제주의 새로운 전학생 연제운(제주서초), 김승섭(제주동초), 유리(화북초), 이기혁(중문초), 김형근(서귀초), 헤이스(제주U-12)는 영입 발표에 앞서 각자 자신이 배정된 학교 또는 훈련장에서 '꿈나무 오피셜'을 진행했다. 축구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아이의 꿈은 자신감과 함께 자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롤모델을 보여주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 만큼 중요한 자양분은 없다. 선수들도 진심을 넘은 '찐심'으로 축구 꿈나무들에게 다가섰다. 특히 제주 U-12유소년팀을 대상으로 진행된 '꿈나무 오피셜'에서는 제주의 오늘이 제주의 미래를 만나면서 그 울림이 커졌다.

이날 전학생은 바로 브라질 출신 공격수 헤이스였다. 브라질에서 축구선수들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다. 헤이스는 2013년도에 창단해 제주유나이티드 선수 출신 박진옥 감독의 지도 아래 전국 초등축구리그 우승 3회, 준우승 4회 등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제주 U-12 유소년팀에게는 말 그대로 국경의 벽을 넘는 아이돌과 다름없었다. 헤이스 역시 "하자, 가자, 화이팅" 등 직접 한국어로 훈련장 분위기를 주도하며 이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제주 U-12 유소년팀은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평소 헤이스가 네이마르를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알고 '헤이마르(헤이스+네이마르)'라는 새로운 애칭까지 선사했다. 이에 감동한 헤이스는 훈련장을 떠나기 전 선수들을 모아 장시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헤이스는 선수뿐만 아니라 학부모님과도 일일이 소통하며 정말 프로다운 모습으로 팬심을 사로잡았다. 같이 동행했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유리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리는 훈련이 끝난 뒤에는 헤이스와 함께 즉석 팬사인회에 참가했다.

한국 무대를 처음 경험하는 유리는 K리그 경험이 풍부한 헤이스에게 한국 정서, 문화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 유리는 이러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열심히 사인을 해주던 헤이스 앞으로 다가가 한국어로 "사인 주세요"라며 존경심을 보여줬다. 그리고 유소년 선수와 학부모들에게 "역시 우리 형님(한국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를 지켜보던 선수들과 부모님은 '동방예의지국'에 걸맞는 선수들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헤이스와 유리는 "유스는 구단의 미래다. 제주의 미래가 더 찬란하게 빛나기 위해 제주의 오늘인 우리가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제주 U-12 유소년팀을 이끄는 박진옥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란다. 오늘 축구를 더욱 맛있게 요리해준 헤이스와 유리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학부모님들도 벌써부터 팬이 됐다. 이를 위해 제주 U-12 유소년팀이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제주의 '오피셜 혁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진화를 거듭할 뿐이다. 제주의 참신한 도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제주 관계자는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던 오피셜 시대는 지났다. 제주의 진심이 담긴 꿈나무 오피셜은 '상생(相生ㆍ함께 살아가기)'을 넘어 '상성(相成ㆍ함께 성장하기)'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 축구가 주는 가치의 한계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찾는 제주의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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